타임문고
1999년 4월 인터넷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다.10년만에 인터넷 서점은 도서시장의 33.9%를 차지했다.인터넷 서점인 YES24의 경우 1999년엔 12억 5천만원어치를 팔았지만 10년뒤엔 2천 468억원어치를 팔았다.인터넷 서점이 대세이고 오프라인 서점은 사양산업이라고 누구나 판단할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대훈서적이 문을 닫고 난 갤러리아 백화점 타임월드점의 한 자리에 다시 ''타임문고''라는 이름의 향토서점을 연 변재훈 대표(49). 변 대표는 "서점은 장사가 아니고 문화사업"이라고 단언한다. "서점이 없다면 아이들과 함께 책 고르는 재미를 어디서 느낄수 있겠고, 연인들이 함께 책을 고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어떻게 볼수 있겠냐"고 힘주어 말한다. 인터넷 서점과 서울의 대형서점이 생존 자체를 위협해도 살아갈 방법은 있다는게 변 대표의 말이다. "가족 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점은 동네 문화공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승산이 있다고 역설한다. 변 대표는 아무리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구가 존재하는 한 종이책은 없어질수 없고 서점은 그 한 가운데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변 대표는 조그만 도서도매업으로 출발해서 둔산세이북스도 운영하는 등 26년 책과 인연을 맺고 있다.
다음은 변대표와 나눈 대화이다.
-인터넷 서점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은 사양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훈서적의 파산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고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오프라인 서점을 확장하고 있나.
▲ 서점이 없으면 안된다. 서점사업이라는게 문화사업이다. 이걸 이해득실로 따져 장사한다면 서점을 할수 없다. 사명을 갖고 해야 한다. 오프라인 서점이 없다면 서점에 대한 향수, 종이책에 대한 향수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토요일 오후 한가로운 시간에 서점에서 아이들과 책을 고르는 재미, 젊은 연인이 같이 와서 책고르는 재미, 또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 하고 싶을때... 생각해봐라. 서점밖에는 더 있나. 인터넷 서점 같은데는 당장 못들어 간다. 서점이라는 게 없어서는 안된다. 종이책이 존재하는 한....
-그래도 서점은 사업이지 않냐.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한 것을 소명의식으로만 설명할수 없는것 아닌가.
▲ 대훈서적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지역 향토서점이 잘 영업을 하다가 한 20년정도 됐을 것이다. 나도 26년째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대훈서적 초창기부터 다 봐왔고 또 대훈서적은 잘 해왔다. 브랜드 파워도 있고... (그런 대훈서적이 무너지니)안타깝더라. 이런 현실이...(같은 도서출판업계에 있다면)누군가가 했어야 했다. 해야 할 입장이었다. 내가 안한다면 대전시내 중소형 서점의 위기가 더 고조되고 서울의 대형업체가 내려오니까. 그런면에서... 내가 해야 한다는 맘을 먹은 것이 그런 이유가 있었다.서울쪽에서 내려오면 기존의 대전 서점이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인터넷 서점 대세 시대에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갈 길이 그리 만만치 않을텐데.무엇으로 버틸 것인가.
▲ 한마디로 고객과 직원이 한동네에 사는 한식구 처럼 지내는 것이다. 가족처럼 서비스 하면 서점의 향수를 맡을수 있지 않냐. 둔산 세이북스를 찾는 손님의 80%-90%가 가족과 같다. 오시는 분이 모두 아시는 분이고 직원들은 가족처럼 친절하게 한다. 오시는 모든 손님에게 언니 동생 오빠 아빠처럼 대한다...세이북스 점장님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가족처럼 손님들을 맞이한다.(변재훈대표는 특히 세이북스 점장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이분은 대훈서적 문경서적 부도난 업체를 다 오픈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두명도 없을 것이다. 내가 사람을 잘 만났다. 직장 첫발 디디면서부터 알았다. 그분에게 고맙다. 타임문고도 그것처럼 운영할 것이다. 고객관리 스타일이 남다르다. 그분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다 인사한다. 기억력이 대단하다. 믿음직 스럽다. 나보다 더 자기것 처럼 한다.
-지역서점이 살아나갈 길이 고객 관리라는 것이냐
▲ 그렇다.이것이 가장 큰 재산이다.고객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지방의 서점이 모든 책을 다 갖출수가 없다.문제는 없는 책을 구해주는 방법이나 (고객관리 하는 )이것이 중요하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믿고서 오픈한 것이다.
-그것이 대훈서적의 실패원인이냐.
▲ 예전 대훈서적 시청점의 경우 구색이 너무 없었다. (손님을 만나기 전에 먼저 책이나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는 시스템을)만들어주고 했어야 한다. 대훈서적 시청점이 오픈하면서 무리하게 오픈했고 가격 경쟁을 너무 심하게 했다. 그런데 대훈서적 다시 오픈한다고 들었다. 대전역 본점으로 한다는데. 대훈서적 상호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너무 빠르다. 책을 공급한 총판이 다 울고 있는데 또 책을 달라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는가 싶다.
변재훈 대표
-서점이 갖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가 지역문화의 인프라적 중심이라고 볼수 있는데, 지역문화 발전과 관련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 서점은 일단 적정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서점의 종류가 대형 중형 소형이 있는데, 난 원래 도매 유통이다. 결국은 서점이 살아 남으려면 지역에 자리매김하는 중형매장급 이상은 존재해야 한다.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단행본을 갖고 구색을 갖춘뒤 학습 참고서도 함께 해야 하는데, 일부 매장은 거꾸로 한다. 30평에서 50평정도 하면은 지역에서 불편하지 않게 구색을 갖출수 있다. 지역마다 특성있게 규모를 갖춰야 한다.
-타임문고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 주말마다 관현악 연주를 한다든가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오픈때도 가야금 3중주 했는데...특성있게 지역문화가 관심있게 볼수 있게 흥미로운 행사를 해야 겠다. 금년 말까지는 관악쪽으로 잡고 잇다. 시간을 잡아놓고 손님 많을때 예를들어 주말때마다 그런 행사하고...머릿속에 여러 가지 행사 계획이 있는데 아직 개점하느라 어수선해서 정리가 안됐지만 정신 좀 차리면 지역문화에도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각 서점 나름대로 특성있게 문화행사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서점이 책만 파는게 아닌 것이다.
-책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길래 수십년간 업으로 하고 있나.
▲ 딴 것은 할줄 모른다. 자신도 없다. 1980년대 중반 서점을 하는 누님과 매형을 도와주러 아르바이트 하다가 그게 인연이 되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계통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있다... 처음엔 대전극장 앞에서 했는데,,한두달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그당시는 도매상 규모가 매우 작았다. 그런데 그당시 우리보다 큰 규모의 도매상이 2개가 더 있었다. 사람이 욕심이 생기더라 이기고 싶은 욕심.. 승부욕 말이다. 그뒤 1년 열심히했다. 그뒤 업체 하나가 무너지더라고...선의의 경쟁을 했다. 그 당시는 우리는 차도 없었다.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영업했다. 상대방은 기동력있게 차로 착착 움직였지만. 2-3년뒤에는 나머지 1개 업체마저 도산되더라고 혼자 남게 됐지...
-그래서 어떻게 됐나.
▲ 마침 그때가 되어갖고 교보문고가 대전에 진출하려 했다. 아마 80년대 후반이다. 대전지역 도서관련 업체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대훈서적의 창업부인 김주팔씨가 만들었다. 도매상과 같이해서 협동조합을 했다. 그런뒤 그문제가 정리되고서 우리가 도매상을 했고... 그렇게 인연이 이렇게 되다보니까. 엮여서 이렇게 지금까지 온 것이다. 많이 왔다., 10년이상 흘렀다. (세월이 나를)꼼짝 마라 한것이다(하하)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비전이 있었을텐데.
▲ 유통하면서 혼자 있다 보니까.대전에서 단행본 유통은 혼자이다.학습이나 참고서는 여럿 있지만... 경쟁업체가 서울 업체가 된 것이다. 살아남으려다 보면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 매일매일 치열한 전투가 되는 것이지. 대형매장의 특성은 유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직접 출판사와 직거래 한다. 지역유통업체는 대형매장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열악하다. 중소서점만 상대해야 한다. 대형서점은 뭐 지역유통을 무시한다. 그런 상황에서 (난 우리 서점에게는 지역 유통을) 100% 거래 하라고 한다. 지역유통만 상대하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야 지역유통이 살아 남으니까. 그래서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드웨어 차원에서 잘 만든 책이라고 한다면
▲ 요즘은 책을 진짜 잘 만든다.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특정한 책을)평가하기는 그렇고 책내는 스타일을 보면은 옛날에는 무슨 텔레비전에 들고 나오고 그렇게 조금 나왔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그렇게(텔레비전에 들고 나와서 소개한다고 베스트셀러) 될 확률이 없다. 요즘은 독자들이 무섭다. 독자 취향에 맞는 출판사가 성공한다.
-우리나라 출판유통의 현황은 어떤가.
▲ 우리나라 출판사가 5-6천개 되는데 이가운데 일반물 출판사 1%정도가 전국 매출의 70%이상을 끌고 가고 있다. 그리고 서울 경기와 지방매출은 90대 10 정도이다. 제일 무서운게 인터넷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법이 발품 팔은(서점구매) 경우는 정가 받고 인터넷은 디씨 받는다. 법이 웃기는 것이다. 정가제 법이 잘못된 것이다. 안타깝다. 아무리 발버둥 쳐다 안된다. 차라리 정가제를 없애던지 해야 한다.
-e-북 시장이 출발하는 모습이다. 서점에도 큰 영향을 줄텐데
▲ 전자책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우리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종이책이 없어질수 없다. e-북 시장의 경우는 우리세대말고 다음세대를 겨냥한 것인데,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매출이 어떻게 될까 예측은 어렵지만 종이책은 존재할 것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은
▲ (괜찮은 책은)소장을 할려구 도매유통업체 사무실이 있는 대흥동 사무실에 모아놓는다.책을 책장에 모아 꽂아 놓는데 최근 5-6년전부터는 언론사 기자 등 아는 사람이 와서는 쑥쑥 빼간다. 내것이다 하면서 말이다(웃음) 명함하나 놓고 간다. 그래도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니까...집에 소장하는 것은 대개 경제 경영서를 갖고 있다. 책은 많이 읽지 못한다. 하루에 50권정도 신간이 나오는데 제목과 차례 머리말 정도 읽기도 바쁘다. 또 집에 손님들이나 친구들 오면 책을 주라고 한다. 책을 빼가라고 한다. 그래서 서고가 있는데 듬성듬성하다.
-타임문고 장서량은
▲ 10만권 정도 된다. 하루 물량 이동되는게 3천권정도 된다. 판매량은 대략 천권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제대로 팔아보지 못해서 정확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