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한 현행 법령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가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구 주민등록법 24조 2항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또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한 구 주민등록법 시행령 36조 3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관할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장에게 보내게 한 구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8조에 대해서는 2(기각)대 4(인용)대 각하(3) 의견으로 기각했다.
또 다른 청구인 B씨가 제기한 경찰이 지문 정보를 보관·전산화하고 범죄 수사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5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지문날인제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과거 2005년과 2015년 결정을 유지했다.
헌재는 "신원 확인 수단에 대한 과학기술이 꾸준히 발전했지만, 현재도 지문 정보만큼 간편하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데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이 기술 발달로 지문 정보 복사가 쉬워져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020년부터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증에 수록된 지문의 복제를 방지하는 보안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부정 사용 가능성은 해소됐다"고 기각했다.
다만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관할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장에게 보내게 한 구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8조에 대해서는 재판관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재판관 3명이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고 나머지 6명 중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을 내 심판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됐다.
기각 의견을 낸 이영진·정정미 재판관은 열 손가락 지문이 찍힌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관할 경찰서 지구대·파출소장에 보내도록 한 시행규칙은 "치안 유지 및 국가 안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다"며 "신원확인 기능의 효율적 수행을 도모하고 신원확인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어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주민등록증에 개선된 보안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주민등록증에 수록된 지문 정보의 부정 사용 가능성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이 시행규칙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지문은 개인의 고유성과 동일성을 나타내는 생체정보"라며 "한 번 생성되면 사망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개인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정보이므로 함부로 취급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 규칙 조항은 주민등록법, 같은 법 시행령 등에 아무런 근거가 없이 제정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위반된다"며 "경찰이 지문 정보를 취득해 보관·전산화하고 범죄 수사에 이용하는 행위 또한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경찰이 지문 정보를 보관하고 수사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지문 정보를 취득할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나머지 재판관이 찬성해 합헌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