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의대 교수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대 정진행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며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교수들 조직만이라도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을 두고 '아들이 일진에게 맞았다'고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는 양측 간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박 비대위원장은 면담 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정 자문위원은 "애미애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천공? 윤통?)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 의대 교수들이 정부 측과 만나 전공의,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며 "학생들, 전공의들 모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대의과대학 허대성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일반 사회에서 20대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 맞고 귀가했는데, 사건의 뒷 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까"라며 "대부분은 부모처럼 책임 있는 보호자가 나서서 상대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 자문위원과 마찬가지로 전공의를 '아들'에,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를 '조폭'에 비유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의사단체 및 교수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필요시 절충안도 마련해주는 중재의 역할까지 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면서 "피해 당사자인 전공의나 학생대표에서 정부대표와 만나서 협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해 오라고 하면서, 선배 의사들은 바라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전국 수련병원들은 지난 2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인턴 등록을 마쳤다. 인턴 대상자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하면서 향후 전문의 부족 사태를 예고했다. 전공의 과정으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90% 이상이다. 규정상 한 달 이상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