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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로봇, 건설현장에 가다

    재해많은 건설현장에 집짓고 철근 옮기는 로봇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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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2시.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로 고속도로에 접한 절개면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한밤중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고속도로에는 집채만한 바위와 엄청난 양의 토사가 흘려내려 이미 소통불능 상태.

    복구인력과 중장비가 긴급동원됐다. 그러나 복구작업은 몇시간이 지나도록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했다.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절개면에서 토사가 한없이 쓸려 내려오는 바람에 중장비가 접근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 물기를 흠뻑 머금은 지반에서 섣불리 중장비 작업을 했다가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때 포크레인 한 대가 비탈면에 치고 올라가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구작업을 이어가 4시간만에 작업을 끝냈다. 포크레인 운전석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HRP-1S가 앉아 있었다.''

    물론 위의 얘기는 허구이다. 그러나 100% 허구는 아니다. HRP-1S 로봇이 이미 개발돼 있고 그 후속모델까지 나와 있는 상태라 만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건설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로봇을 건설현장에 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업환경 개선''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도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조종하는 중장비를 도저히 투입할 수 없는 비탈진 경사면에 로봇 중장비를 투입하게 된다. 사람은 안전한 곳에서 리모콘을 이용해 로봇을 원격제어하기만 하면 된다.

    건설로봇은 힘들이지 않고 작업을 해낼 수 있게 한다. 중후장대한 장비와 자재를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들어 올리고, 옮기고 하던 것을 로봇이 대신 한다. 한개에 100㎏이 넘는 철근을 가로세로로 엮어 슬라브 골조를 만든다고 치자. 쌓여있는 철근을 작업장으로 옮기고 이것을 배근(철근을 가지런하게 배열하는 작업)하는 일에 적어도 수십명의 인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량철근 배근 로봇 한대와 조종인력 한명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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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짜리 PC(Pre-cast, 미리 만든) 콘크리트 기둥을 한팔로 간단히 옮겨 조립할 수 있게 해주는 로봇도 비슷한 ''종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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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로봇은 잠을 잘 필요도 없다.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추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도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자재를 작업장으로 옮기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현장 바닥에 유도자기선을 깔아놓으면 로봇은 센서로 유도선을 감지해가면서 자재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쉬지 않고 옮겨 놓을 수 있다. 마치 사람없는 빈방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처럼 말이다. 작업현장이 깜깜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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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을 확보하는데도 건설로봇은 필요하다. 특수 페인트 도장작업은 사람이 하면 품질이 균일하지 않는데 비해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보다 서너배 빠르면서도 고품질의 작업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바닥수평을 맞추는 로봇도 사람 손보다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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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건설로봇의 결정적인 문제는 초기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건설로봇을 도입한 일본도 초기비용 문제로 아직까지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로봇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줄어든 상태.

    로봇관련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건설로봇 도입 걸음마 단계나 마찬가지. 최근 시도된 사례는 삼성그룹이 서초동 삼성타운 사옥을 지을 당시 대형 외벽유리창(커튼 월)을 로봇을 이용해 들어올려 부착한 적이 있다. 한장에 140㎏이 되는 유리창을 들어올리려면 네 사람이 달라붙어야 하는 작업을 원격조종 로봇을 이용해 간단히 해결했다.

    일본의 자동화 공법 전문개발업체인 ㈜카지마(KAJIMA)건설 건축관리본부 오기하라씨는 "현재 대부분의 일본 건설사들이 건설장비 보유를 꺼려하면서 건설로봇이 퇴조한 측면이 있다"고 ''초기 비용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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