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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백신 피해보상 개선한다지만 갈 길은 '첩첩산중'



보건/의료

    尹정부, 백신 피해보상 개선한다지만 갈 길은 '첩첩산중'

    대선 당시부터 '백신 부작용 피해 회복 국가책임제' 공언
    의료지원 5천만·사망위로금 1억 상향에도 피해자 측 싸늘
    "先보상 後정산해야" "인과성 입증책임 국가로 전환" 주장
    백신안전성위 판단 따라 급성심낭염 포함됐지만 범위확대 미진
    정부 "피해보상센터 등 관계부처 협의 중…심의절차 단축 노력"

     황진환 기자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나타난 이상반응에 대해 전향적 보상을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딱히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 부작용 피해회복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며, 보상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사이 급성 심낭염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이상반응으로 새롭게 인정되면서 190여 명이 소급적용을 받게 됐으나 인과성이 밝혀진 사례에 국한됐다는 한계가 있다.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사이 과학적 인과관계를 깐깐하게 따졌던 종전 체계를 크게 벗어나는 결정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의료비·사망위로금 올렸지만…국가책임제 실종에 피해자 측 '반발'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당국에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46만 9954건이다. 전체 접종건수 대비 0.38%로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이상반응은 1만 8435건(3.9%)이었다. 9할 이상이 발열·근육통 등 일반 이상반응인 만큼 부작용을 신고하는 것만으로 피해보상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별도의 서류를 갖춰 보건소에 피해보상을 신청한 이들은 총 7만 5074명이다. 이 가운데 65.1%(4만 8881건)가 심의를 거쳤고, 사망 6건을 포함해 총 1만 6992건(34.8%)이 보상 대상으로 결정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그동안 보상위는 5가지의 카테고리로 신청사례들을 분류하고 보상 가능여부를 가늠해 왔다. ①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은 피해보상이 시행되고, ⑤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는 당연히 제외된다. 문제는 일종의 '그레이존'이라 할 수 있는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에 속한 피해자들이다.
     
    4번은 ④-1 '근거자료 불충분'과 ④-2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 2가지 갈래로 나뉜다. 가장 논란의 여지가 큰 항목은 전자다. 이상반응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이나 유전질환이 확실치 않고, 시간적 개연성은 있지만 백신과 해당 부작용 사이 인과성을 인정한 관련 연구자료가 거의 없는 경우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근거 불충분' 사례에 대해 의료비는 최대 3천만원, 사망위로금 최대 5천만원을 지급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상한선을 각각 5천만원과 1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등 피해자 측은 "전(前) 정부와 다를 게 없다"며 반발한다. 지난달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서 △사망자 선(先)보상 후(後)정산 △중증환자 선(先)치료 후(後)보상제도 확대 등 국가책임제 개념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는 첫 공약으로 백신 피해 관련 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인과성 입증책임 역시 개별 피해자가 아닌 정부가 지겠다고 약속했다. 코백회 등 피해자·유족 측이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의료비·사망위로금의 한도 상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 평가기준이라는 것이다.
     
    코백회는 이달 6일 서울중앙지법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부겸 전 총리,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3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등으로 철저한 임상을 거치지 않은 백신 접종을 강요해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훼손했다는 취지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도 앞으로 코로나 백신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똑같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심낭염도 mRNA '이상반응'으로 인정…여전히 '인과관계'에 갇혀

    일말의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방역당국은 지난 26일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모더나·화이자 등 mRNA 백신 접종 후 일어난 심낭염에 대해 인과성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성위는 인과성 평가를 강화하고 독립적 연구·조사를 진행하고자 작년 11월 의학한림원에 꾸려진 기구다.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싼 얇은 막에 생기는 염증인데, 위원회에 따르면 모더나 또는 화이자를 맞고 나서 위험 구간(Risk Interval·접종이후 0~42일) 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발생률 증가가 관찰됐다.
     
    특히 젊은층 내에서 발생이 두드러졌다. 지난 20일 기준 화이자 2차접종을 마친 18~19세의 심낭염 발생건수는 9건으로 100만 건당 11.63건이었고 모더나 역시 기본접종 완료 시 100만 건당 7.95건의 발생률을 보였다.
     
    20대의 경우 화이자 2차접종 시 100만 건당 3.43건, 30대는 3.53건의 비율을 기록했고, 모더나는 같은 기준으로 각각 5.95건, 3.97건을 나타냈다.
     
    올 3월 급성 심근염에 대해서만 mRNA와의 인과성을 인정했던 안전성위는 "과다보고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자료에서는 mRNA 백신 접종이 위험기간 동안 심낭염의 빈도 증가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심의기준 상 ④-1(인과성 근거 불충분)로 분류됐던 심낭염은 '인과성 인정'으로 변경됐고, 관련 피해자들의 보상길도 열리게 됐다. 소급적용을 받게 된 신청자들은 20대 51명, 30대 48명, 40대 31명 등 192명이다. 미신청자들도 '피해발생 5년 이내' 신청하면 사망(장애) 일시보상금, 진료비 및 간병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인과성이 일부 증명된 사례에 적용되는 조치란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당국은 만약 심낭염이 △감염(콕사키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결핵, 연쇄구균 등) △자가면역질환 △대사성질환(갑상선기능저하, 신부전 등)처럼 접종 외 다른 원인으로 밝혀지거나 증상발생 기간이 아닌 경우 등엔 적용 예외가 된다고 밝혔다.
     
    피해보상 신청 절차는 좀 더 간소화됐다. 지금까지는 이상반응을 진단한 의사 등이 먼저 신고를 하고 보호자나 접종자가 피해보상을 직접 신청해야 했다. 이제는 이상반응이 먼저 신고되지 않은 경우에도 보상신청 필수서류인 진단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신고와 피해보상 절차가 함께 진행된다.
     

    피해보상센터 설치 등 과제 산적…"한시적 특별법도 고려해볼 만"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나온 바 있다.

    조사처는 지난 3월말 발간한 '백신 부작용 피해자 보상규정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과제'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단기간의 개발 및 긴급승인, 허가 등 안전성 검증시간이 부족하다. 자료가 충분치 않은 질병의 경우, 피해자로서는 인과성 입증이 다른 백신에 비해 매우 어려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사처는 인과성 판단이 어려운 ④-1 등에 대해선 선지급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선지급 보상위원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감염병예방법에서 관련 규정을 수정해 보상비 선지급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아울러 백신 부작용 피해는 예방접종의 사회적 필요성과 국가의 적극적 권장에서 비롯된 '특별한 희생'이라는 전제 아래 △질병청이 '인과성 없음'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보상하는 방안 △명시적으로 질병청장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방안 △인과성이 불충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 피해자가 유리하게 조사·보상토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과성'이라는 근거를 뛰어넘어 정부에서 어디선까지 보상을 해줄 수 있느냐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와 닿아있는 어려운 숙제다.

    보상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입증 책임이 전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접종-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신청자가 입증을 해야 되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로 국가가 '인과성이 없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는 한 무조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자연과학에서 무엇이 '불가능하다',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코로나 백신에 대한 데이터는 제한적인데 위원회에선 나름의 근거를 찾으려다 보니 (심의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인수위에서는 '돌연사' 사례에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위원회 내에선) 의학적 개념이 아니라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어렴풋한 방향성으로 무작정 보상 범위를 넓혔다가는 유사 사례들의 행정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코백회 측의 주장처럼 일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신속하고 두터운 피해보상을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언급됐다.

    백신 접종자의 피해보상제도를 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34개국이다. 노르웨이는 환자상해법에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의료제공의 오류 또는 실패'로 인한 결과로 간주하는 규정이 있다. 영국은 최근 인과성이 인정되거나 백신 접종 후 중증장애·사망에 이른 경우 일괄적으로 12만 파운드(한화 약 2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새 정부도 인수위에서 약속한 피해보상센터 및 안전성연구센터 등을 서둘러 설치해 보상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피해보상센터 등의 신설을 두고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심의절차 단축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의신청 기회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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