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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없는 '초과근무'에 폭언 일상…노동법 위반 온상 IT기업



사건/사고

    밤낮 없는 '초과근무'에 폭언 일상…노동법 위반 온상 IT기업

    올 1~5월 사내 괴롭힘 제보 52.5%…신고 후 불이익도 31%
    '능력주의' 맹신에 "스타트업은 법 어겨도 된다"는 대표까지

    #1.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다 대표에게 2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를 당했습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휴일에도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는 저에게 '생산성이 낮아서' 야근을 한다고 했습니다. 또 모든 직원 앞에서 조롱하며 능력이 떨어진다고 시말서를 쓰게 했습니다. 성과 달성을 못했단 이유로 연봉을 40% 삭감하고 제가 하던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 업무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각하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도 받았습니다."

    #2. "경력직으로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해 콘텐츠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팀 변동 이후 파트장이 저를 팀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잡무를 시켰습니다.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과 같은 인턴 업무를 저에게 주면서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줬습니다. 어느 날 회사는 유학파 출신 직원을 채용하고 제가 하던 팀장 업무를 맡겼습니다. 굴욕감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파트장이 노골적으로 저를 무시하고 따돌리자 다른 직원들도 저를 '왕따'시켰습니다. 대표이사에게 이같은 괴롭힘을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 등 IT 기업들의 '사내 갑질'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IT계 스타트업 기업들이 초과근무는 물론 대표의 폭언과 모욕 등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 1~5월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0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52.5%(532건)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제보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따돌림·차별·보복 54.7% △부당지시 52.3% △폭행·폭언 51.1% △모욕·명예훼손 37.8%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 200명 중 사측에서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9%(78명)에 달했고, 신고 이후 오히려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우도 31%(62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교적 '수평적' 구조로 운영된다고 알려진 IT 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들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수시 근로감독 내역에 따르면 카카오는 임직원 116명에게 미사용 연차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총 1억 3천의 수당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킨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넘긴 직원에게는 인사시스템에 기록을 남기지 못하게 한 정황도 포착됐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밖에 임신한 직원 10명은 초과근무를 해 임산부의 '시간외 근무'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고, 법에서 정한 월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무를 한 직원도 18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의 한 간부는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하단 이유로 폭언을 하고 직원의 윗옷을 붙잡고 끌고 다녀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번 노동부의 감독은 카카오 직원들이 지난 2월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를 모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청원하면서 이뤄졌다.

    게임회사 넷마블과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 등도 임금체불과 주 52시간제 위반 등이 적발됐다.

    직장갑질119는 "스타트업 회사의 직장갑질 가해자는 대표가 많다. 직원들을 학생 대하듯 무시하는 사장도 있고 능력주의에 빠진 대표들도 적지 않다"며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연봉을 깎거나 쫓아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중순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 개정안을 들어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신고 시 의무사항에 '당사자 등에 대한 객관적 조사', '비밀유지 조항'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해당 법안에는 사내 갑질을 신고했을 때 즉각 사측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됐을 경우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 등의 의무를 이행토록 규정했다. 이같은 조치가 지켜지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갑질119는 "여전히 가해자 처벌조항도 없고 '5인 미만·하청·특수고용·프리랜서' 등은 적용되지 않지만, 스타트업 악질 사장의 직장 갑질을 노동청에 신고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트업들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진행 중인 정부 정책을 두고 "정부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장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사내 갑질이)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직장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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