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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검사 받아보니…"''시선''이 가장 큰 부담"



부산

    에이즈 검사 받아보니…"''시선''이 가장 큰 부담"

    [부산CBS 기획보도⑤] 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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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CBS는 변변한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사망한 한 에이즈 환자의 사연(16일 보도/아래 관련기사 참조)을 소개했다. 취재진이 환자와 함께 살았던 여성들을 수소문해보니 이들도 면역결핍(HIV)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됐거나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구멍뚫린 에이즈관리체계''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면서, 직접 감염인의 처지가 돼 보자는 의미로 HIV검진, 이른바 에이즈 검사를 위해 19일 오후 부산 연제보건소를 찾았다.[편집자 주]

    ◈신분노출 없이.. 검사는 5분 안팎

    에이즈 검사는 민원실이나 창구에 접수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병리검사실로 찾아가서 채혈만 하면 돼서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병리검사실은 다양한 검사를 위해 피뽑기를 하고 있어, 채혈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에이즈 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검사실을 찾아 에이즈 검사를 하러왔다고 말하고, 채혈에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안 걸렸다. 피 뽑기가 간단히 끝나자 연제보건소 이조환 병리검사실장은 익명검진 여부부터 확인했다.

    "익명으로 하시겠습니까, 실명으로 하시겠습니까?", "익명으로 하겠습니다.", "익명으로.. 네 알겠습니다."

    익명검진을 하겠다고 하자, 가명이나 별명을 불러달라고 한다. 피검사를 할 때 일단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감염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에도 원하지 않으면 실명이나 연락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사용한 가명으로 감염인 정보가 관리된다.

    채혈된 피는 확실한 진단을 위해 3가지 방식의 검사로 나눠 실시되며, 결과는 3일 뒤 보건소를 찾아 확인하거나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로 통보 받을 수 있다.

    ◈"양성판정 나와도 당뇨병처럼 약먹고 조심하면 됩니다"

    만에 하나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이 실장, "아무래도 전파방지가 중요하니까 먼저 보건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약이 좋아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약으로 치료하면서 면역체계만 유지해주면 거의 만성병처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염인에게 희망을 주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하지 않도록 종교를 권한다든지 심리적 안정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검진을 직접 받아보니, 치료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무료로, 신분노출 없이, 에이즈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면역체계가 파괴되기 전에 감염을 발견하면 치료약으로 면역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다만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런 사실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상담과 지원을 위한 체계적인 연계체계가 없는 점, 그리고 앞서 보도된 김모씨처럼 치료의지 없이 자포자기가 된 사람들도 안고 갈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 실장은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1980년 중반부터 보건소에서 일을 해왔다"며 "에이즈만 전담하는게 아니어서 찾아가서 관리를 해줄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고, 담당자가 계속 인사이동을 할 수 밖에 없어 전문성있고 일관성 있는 감염인 관리나 지원이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건 사회적인 시선과 손가락질

    실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감염판정을 받을 경우, 문란한 생활을 했다거나 천벌을 받았다는 식의 사회적 낙인과 손가락질, 가족과 직장에서 추방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 에이즈 검사 내내 머릿 속 한 켠에 남아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받고 왔다''고 농담처럼 말을 건네보니, 백이면 백,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 눈빛을 띄었다. ''취재 때문이었다''고 바로 해명했지만 생각보다 더 민감한 반응이었다.

    현재 자신이 HIV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건소를 찾거나 에이즈 민간단체를 찾아 직접 검사를 받는 것이다. [BestNocut_R]

    과거에는 헌혈을 하면 에이즈 감염여부를 헌혈자에게 알려줬지만, 지금은 검사를 해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접 개인에게 통보되지는 않는다. 이 제도는 1997년 폐지됐다.

    ◈헌혈자에게 에이즈 검진결과 알려주는 제도는 폐지

    HIV바이러스는 감염 초기 12주 동안은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양성이 아닌 음성판정이 나온다.

    감염이 우려된다고 초기에 헌혈을 할 경우 혈액검사에 걸리지 않아 자신의 감염여부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수혈을 받는 다른 사람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위험을 끼칠 수 있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당장 병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며, 10년 정도 무증상기가 계속되면서 면역체계가 서서히 파괴되므로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만 나타난다고 한다.

    에이즈는 감염사실을 알고 고의적으로 이를 퍼트리는 경우보다는 감염사실을 모른채 성관계 등을 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고 더 위험하다.

    앞서 보도된 김 모씨의 동거녀들처럼 자신이 에이즈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아 에이즈 검사 사실 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껴야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감염인과 감염의심자들은 이대로 계속 음지에 숨어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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