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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학대당한 세 살 베트남 아이…'갈 곳이 없다'



경인

    부모에 학대당한 세 살 베트남 아이…'갈 곳이 없다'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된 베트남 부모
    출생신고조차 안 된 홀로 남겨진 세 살 아이
    무국적 신분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
    보호소 생활 길어야 6개월…대책은 '불투명'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은 A군. (사진=하남시 제공)

     

    지난달 11일 서울시 강동구의 한 대형병원. 베트남 국적의 엄마와 세 살 남자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들어왔다. 아이의 상태는 언뜻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먼저 아이 눈가의 멍이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을 불렀다.

    39도에 달하는 고열에 간이 파열돼 복부에 피가 고였고, 폐에서도 피가 보였다. 아이는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아이의 몸은 온통 멍투성이였고, 상처들은 대부분 얼마 되지 않아 생긴 것들이었다.

    경찰은 곧바로 A(3)군와 엄마 B(27)씨를 분리시켰고, 아동학대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조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살살 때렸는데 이렇게까지 다친 줄 몰랐다"며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또 경찰은 "함께 살고 있는 외국 국적의 동거남도 아이를 때렸다"는 B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역시 베트남 국적인 C씨(19)를 긴급 체포해 함께 입건했다.

    B씨와 C씨는 밥을 잘 먹지 않고, 잠투정을 한다는 이유로 A군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호소 생활 길어야 6개월…대책은 '불투명'

    B씨와 C씨가 모두 구속되면서 A군은 병원에 입원한 채 홀로 남겨지게 됐다. 게다가 A군은 외국인 등록은커녕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았다. 당장 수술비가 문제였다. 무국적 신분인 탓에 한국 정부의 의료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다행히 A군의 처지를 알게 된 아주대병원측은 병원비 850만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A군이 살고 있던 하남시와 시민단체의 간병비, 생필품 지원으로 A군은 지난달 2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A군은 퇴원하면서부터가 또 걱정이었다. 단 한 명의 보호자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살 집이 필요했다. 아동보호단체와 하남시가 수소문한 끝에 일단은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됐다.

    보호소 관계자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고 A군의 근황을 전했다.

    하지만 시설 자체가 일시 보호소이기 때문에 A군이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이후에는 또 다른 일시 보호소를 찾던지 해야 한다.

    한국 국적의 아이라면 부모의 동의를 얻어 위탁 가정에 맡겨지거나 입양을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A군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하남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B씨의 허락을 받아 A군을 B씨의 가족들이 있는 베트남으로 보내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소 관계자는 "한국어로 말하고 베트남어는 아예 모르는 데 베트남으로 보내지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정부가 A군과 같은 아동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가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국외로 쫓겨났다"며 "무국적 아동을 위한 정책이 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 최영 사회복지학 교수는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국적을 따지지 않고 모든 아동을 보호해야 하며, 원한다면 19세 이전까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무국적 아이를 한국 국적의 아이처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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