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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 과공비례(過恭非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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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 과공비례(過恭非禮)

  • 2005-05-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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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사태관련 보직교수 집단사퇴...과잉대응 논란

사진제공=고대신문

 


개교 백주년을 이틀앞둔 3일 고려대는 긴급 처장단 회의를 소집해 보직교수들의 일괄 사퇴를 결의했다.

하루전 이건희 삼성회장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졌던 학생들의 돌발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도 "학생신분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였기에 그들의 스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학생들이 보여준 행동은 ''''자신들의 뜻이 아무리 옳더라도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본연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의 잘못에 대해 스승이 책임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보직교수 전원 사퇴''라는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 일이었는지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보직교수 전원사퇴는 학교 정책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좀처럼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직 교수 전원사퇴 결정은 구조적인 학내 비리가 적발되거나 학교 전체의 운영을 뒤흔들만큼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나 고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려대가 평소 그처럼 강조해오던 백주년 기념식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한 결정이기에 더더욱 이번 보직 교수 전원사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고대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강이 학생들의 시위로 무산됐을 때도 유감표명으로 사태를 매듭지었다. 또 국가적 망신이자 민족 정기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한승조 전 명예교수의 망언에 대해서도 일주일이 지난 후에 한교수의 사표를 수리하는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학교측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밤새워 처장단 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그 다음날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시 학위식장에 있었던 고대 관계자도 ''''일부 언론의 과장 보도가 있었을 뿐''''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날 보직교수들이 집단 사퇴를 하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기부금도 많이 내고 재계 리더인 이 회장을 억지로 설득해 학위를 주려했는데 결국 일이 꼬이다보니 입이 열개여도 할 말 없는 학교 입장 때문에 교수들이 사퇴한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이 백주년 기념관 완공일과 겹친 것도 논란거리였다. 백주년 기념관은 삼성이 기부한 4백억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이회장에 대한 학위 수여가 이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삼성에 대해 이왕 할 사과라면 가능하면 빨리 그리고 제대로 하자는 심정에서 보직 교수 사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스승이 학생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백여명의 학생이 삼성 회장에 대한 학위 수여가 ''''학풍과 맞지 않는다''''며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고대측이 서둘러 보직교수 집단 사퇴로까지 이어간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옛말에 "공손이 너무 지나치면 예에 어긋난다"고 했다.

CBS사회부 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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