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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신체를 강탈하는 공포 '다니엘 이즌 리얼'



영화

    트라우마가 신체를 강탈하는 공포 '다니엘 이즌 리얼'

    [노컷 리뷰] 외화 '다니엘 이즌 리얼'(감독 아담 이집트 모티머)

    (사진=위드 라이언 픽쳐스, ㈜디스테이션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한 인간의 내면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다. 이 상처는 아물지 않고 내면에 자리 잡아 점점 커진다. 상처, 다시 말해 트라우마가 '나'를 붕괴시키고 나의 신체를 차지하는 심리적 과정을 시각적 공포로 극대화한 영화가 있다. '다니엘 이즌 리얼'이다.

    '다니엘 이즌 리얼'(감독 아담 이집트 모티머)은 루크(마일즈 로빈스)와 루크의 상상 속 친구 다니엘(패트릭 슈왈제네거)의 모습을 통해 심리적인 공포는 물론 시각적 공포까지 경험하게 만든다. 영화의 각본가이기도 한 브라이언 드리우의 소설 '인 디스 웨이 아이 워즈 세이브드(In This Way I Was Saved)'를 원작으로 한다.

    어릴 적 총기사건으로 끔찍하게 죽은 피해자들을 보고 트라우마를 얻게 된 소년 루크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상상 속의 친구 다니엘을 만나게 된다. 다니엘의 말을 따라 엄마를 죽일 뻔한 루크는 다니엘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형의 집에 가둔다. 대학생이 된 루크는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잊고 있었던 친구 다니엘을 다시 불러낸다. 그러나 다니엘은 루크를 지배하려 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루크가 다니엘을 만나게 된 시작점인 총기 난사 사건을 보여준다. 이 잔인하고 끔찍한 경험을 소년 루크와 함께하며 관객은 충격에 휩싸인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니엘을 마주하게 된다.

    공포나 외로움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고 한다. 그 감정이 만들어낸 틈을 파고든 게 다니엘이다.

    다니엘은 루크를 위한 존재 같다. 루크에게 다정하고, 루크의 상상 속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러나 다니엘의 눈빛, 그 이전에 총기사건 목격과 함께 등장한 다니엘이라는 존재는 루크에게 결코 좋은 친구가 아님을 암시한다.

    외부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건은 심리적 외상, 즉 '트라우마'를 만든다. 트라우마를 겪는 대부분은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루크의 트라우마가 만들어 낸 존재 다니엘은 '신체 훼손'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다니엘은 루크의 트라우마로 나타나는 시각적 이미지이자 트라우마 그 자체다.

    또한 총기사건을 목격한 루크가 겪는 상황은 '붉은색'의 이미지와 강렬한 음악으로 표현된다. 빠른 화면 전환과 강렬한 붉은색 조명과 이미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같은 심연의 이미지는 트라우마로 인해 심리적 갈등과 고통으로 가득한 루크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진=위드 라이언 픽쳐스, ㈜디스테이션 제공)

     

    영화에서 다니엘은 루크를 향해 "난 네 일부야"라고 하거나, 루크와 자신을 한데 묶어 '우리'라고 칭한다. 그리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루크를 향해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며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이는 트라우마의 표상인 다니엘이 루크를 지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재밌는 지점은 루크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니엘이 루크의 마음을 파고들어 가는 모습, 루크의 내면을 무너뜨리고 루크의 육체를 차지하는 모습은 '신체 훼손'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괴하게 신체의 일부가 일그러지고 잡아 뜯기고 절단되는 등 말 그대로 '훼손'된다. 마음이 무너지는 과정이 온전한 루크의 육신이 훼손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루크의 어릴 적 사고를 목격하고, 그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지켜본 관객에게 직설적인 신체 훼손의 시각적 묘사가 가져다주는 공포는 상당하다. 끔찍하고 불편하고 기분 나쁜 감정이 몰려온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스크린에 재현해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다니엘 이즌 리얼'은 호러 장르의 특성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장르영화 마니아라고 밝힌 감독은 고어적인 느낌은 물론 고딕 호러 풍의 캐릭터와 '헬레이저'(1987)의 '핀헤드'(Pinhead)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장르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아담 이집트 모티머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초이스 장편부문 감독상을 받았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젊은 배우인 마일즈 로빈스, 패트릭 슈왈제네거, 사샤 레인의 연기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마일즈 로빈스는 루크 역으로 열연해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니엘 이즌 리얼'을 보고자 한다면 이 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은 만큼 독특하고, 수위 높은 신체 훼손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4월 9일 개봉, 100분 상영,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위드 라이언 픽쳐스, ㈜디스테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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