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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뿌리째 흔들려요"…한부모가정·보호청소년에 닥친 '코로나 재난'



사건/사고

    "삶이 뿌리째 흔들려요"…한부모가정·보호청소년에 닥친 '코로나 재난'

    [코로나가 몰고온 가난①]
    미혼모 가정 등 취약계층, 보육·생계 유지에 어려움 겪어
    만 18세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들, 대학 개강 연기로 갈 곳 잃어
    "기숙사 입실 지연에 보호자도 없어 기초생활급여 못 받기도"
    복지 전문가들 "코로나 재난, 열악한 이들에게 대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타나"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사회 곳곳에 가난의 씨를 뿌리고 있다. 특히 취약 계층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는 삶의 뿌리를 흔들어 놓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딸 홀로 키우며 생계 책임지던 27살 미혼모, "요금 밀려서 휴대폰도 끊겼어요"

    "우리 딸이 딸기를 좋아하는데 사주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저는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딸은 잘 먹이고 싶은데…"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A(27)씨는 코로나19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30만원을 근근이 벌었지만 '무기한 휴업'으로 이마저도 끊겼다. A씨에게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아동수당 10만원과 한부모수당 20만원 뿐.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아이가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과일도 넉넉히 사주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쪼들리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친부는 한 번도 양육비를 낸 적이 없어 A씨가 온전히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 함께 지내는 A씨의 어머니도 동묘앞 봉제 공장에서 일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4개월째 일감이 끊겨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렇듯 가계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지출은 오히려 커졌다. 임대주택 관리비부터 휴대전화 요금, 정수기 대여비 등 모든 게 밀리기 시작했다. A씨는 "두달 동안 휴대전화 요금이 밀려 엄마와 제 휴대폰 모두 끊겼고 보험도 내지 못해 강제 종료됐다"며 "카드론을 받아서 겨우 휴대폰을 살렸지만 너무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마음에 결국 A씨 가족은 카드론 대출에 손을 대 300만원을 빌렸다. 높은 이자율에 빚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급한대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한 A씨는 최저 시급으로 일주일에 10만원 가량을 받고 있지만 생활고가 더욱 심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계속 빚이 쌓이다 보니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200만원 넘는 돈을 메워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어요.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절박했던 A씨의 가족은 미혼모 카페를 통해 알게된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지원으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 상태다.

    굿네이버스 박정순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가 터진 뒤 복지 사각지대 아동 등 긴급지원 대상이 늘었다"며 "심지어 아이의 끼니를 챙겨주기 어려운 가정도 많아서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사진=자료사진)

     

    ◇19살에 힘들게 홀로서기 준비하던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들, 기숙사 문 닫으면서 친구집 전전

    단지 만18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억지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들에게 코로나19 시국은 가혹하기만 하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시설을 나와야 하는 청소년들은 한해 2천명을 넘는다. 상당수는 공장 등에 취직하고 일부는 대학에 진학한다.

    당장 살 곳이 필요하기에 대학 입학에 맞춰 대학 기숙사 거주를 계획한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개강이 무기한 연기되고 취업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보호시설 졸업생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어날 때부터 보호시설에서 지내왔던 채모(19)군도 코로나로 대학 기숙사 입실이 막히면서 지낼 곳을 잃었다. 3월 한달은 친구 집에 얹혀 살다가 최근에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채군처럼 대학 기숙사를 들어가지 못한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대부분이 지인의 집에서 임시로 살고 있다.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집도 못 구해 거리로 내몰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매달 지급되는 기초생활급여 50만원과 자립수당 30만원으로 버티고 있다.

    그마저도 기초생활급여를 지급받으려면 보호시설 이외의 주소지를 등록해야 하는데, 기숙사 호실이 정해지지 않아 주소 등록을 못하고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못한 황당한 사례도 있다.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정모(19)군은 "기숙사에 못 들어간 친구들이 지금 임대주택을 구한다고 해도 입주까지 최소 2달 가량 걸린다"며 "요즘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친구들 대부분 침울해해서 연락도 잘 되지 않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한부모 가정이나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들처럼 특수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코로나19의 충격은 당장 생계 위협으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돌봄 사각지대를 위한 대책이 가동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을 지낸 김남희 변호사는 "코로나 이후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는 게 아니라 열악한 이들에게 대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타났다"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복지 제도가 설계돼 있어 취약계층에 필요한 제도들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취약 청소년과 아동은 정치적 발언권이 약한 그룹이라 열악한 상황에 있어도 충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보다 세심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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