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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총선·지자체 무관심 '3중고' 겪는 지역 문화예술계



사회 일반

    코로나·총선·지자체 무관심 '3중고' 겪는 지역 문화예술계

    강원도 문화 예술, 행사 업계 코로나19 장기화 피해 심각
    총선 이슈에도 후순위
    자치단체 행사 발주 기준, 대형 업체 독식 불가피

    강원도 춘천에서 20여년째 행사 용품 판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수 씨가 쌓여가는 재고 물품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사진=박정민 기자)

     

    "30년 동안 문화 예술계에서 작품 활동을 했지만 단 한번도 전시회를 열지 못한 적은 올해가 처음이에요"

    강원도 춘천에서 조각가로 활동해온 정춘일 작가는 요즘 창작의 고민보다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자치단체와 언론의 관심을 유도할만한 대형 경제 단체에 소속된 신분도 아닌데다 지원 정책에서도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그럴 것 같은데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면 예술가들이 제일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어요. 경제가 위축되면 미술품은 사치품으로 인식하는게 일반인들의 생각이잖아요. 의식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니까요"

    정부, 지자체 지원책도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업 작가들은 매출을 증명하기 어려워요. 1년 예산을 짤 수도 없는 직업이다보니 금융권의 대출 요건을 충족할 증빙 서류를 갖추긴 힘든 실정입니다"

    "그나마 저처럼 활동을 오래한 사람은 예술인 대출이라고 저금리로 정부에서 대출하는게 있지만 기준이 예술활동을 3년 이상 한 사람이어야 하고 대출 비용도 3백만원에 불과해 받아도 임시 방편이고, 이마저도 신청을 해볼 수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죠"

    행사 기획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홍순우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강원도 등 자치단체의 행사가 외지, 대형업체가 독식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발주되고 있다며 자격 완화를 주문했다.(사진=박정민 기자)

     

    축제 홍보 업무에 종사하다 6년전 행사 기획, 대행업을 시작한 홍순우 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 행사업체의 위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시작된 지난해 가을부터라고 봐도 됩니다. 행사업체들에게 3월이나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 피크인데 올해는 행사 개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주변 업계에 전화를 해보니 모두 매출이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대형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지역업체들에게 진입 문턱이 높다는 것.

    "예를 들어 강원도가 최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강원도 전통시장 활성화 행사를 발주했어요. 3억원에 달하는 발주 금액인데 결국 대형 업체 1곳이 행사를 수주했어요. 완성도가 높고 홍보도 잘 되는 쪽으로 중점을 두려는 취지는 이해를 하는데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문화예술, 행사업계 상황을 고려했다면 분리 발주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유명 가수들이 한번 오면 즐기는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그 금액으로 지역 문화예술인 여러명에게 설 자리를 마련해주면 그들에게는 큰 용기가 될 것입니다"

    지역 문화예술인, 관련 행사업계 개별 피해가 장기화할 경우 지역 문화예술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도 경고했다.

    "어렵게 지탱해온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행사업계들이 하나 둘 씩 문을 닫고 일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 힘겹게 지탱해 온 지역 문화예술, 행사업계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관계기관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20여년째 이벤트 용품점을 운영해 온 김남수 씨는 쌓여가는 재고 물량에 걱정이 커져만간다.

    "학교, 어린이집이 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신학기 행사가 모두 취소됐죠. 그러다보니 행사에 필요한 물품은 이렇게 먼지만 쌓여갈 수 밖에 없죠"

    "대출이요? 빌리면 빚이고 인건비로 지출하고 나면 끝이지요. 불안해서 대출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할지 생각 중이에요. 작은 행사들이라도 열리면 좋겠는데 그런 행사도 기대할 수가 없으니 설 무대가 없어진 지역 예술인들은 생계자체가 어려울 겁니다"

    강원도가 추진 중인 10억원 규모의 DMZ페스타 행사. 수주 자격기준이 지역 업체들의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19년째 크고 작은 지역 행사를 기획, 운영해 온 황영호 기획사 대표는 자치단체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문화예술계, 행사업체들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가 10억원 규모의 DMZ 아트 페스타 대행사를 모집하고 있어요. 규모가 있다보니 예비평가위원들을 사전 공모한 뒤 그 중에서 평가위원들을 선정해 대행사를 선택할 예정인데요. 공정성이 담보된 듯 하지만 관련 전문가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에게 유리한 입찰이 될 수 있는 한계도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 행사들이 완성도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점에서 업체 선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지역 업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회생에 맞춰 발주가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총선 이슈에서도 지역 문화예술계가 후순위와 무관심 대상으로 밀려 있는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선거 때마다 도로와 철도를 내고, 기업들을 유치하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문화예술계에 대한 작은 관심도 정치인들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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