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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뜻대로? 누가 '손석희 음모론' 쏟아내나



사회 일반

    조주빈 뜻대로? 누가 '손석희 음모론' 쏟아내나

    '박사' 조주빈, 포토라인서 손석희 JTBC 사장 언급
    조선일보·TV조선, 성 착취 범죄 아닌 '손석희 음모론'에 초점
    칼럼에선 "손석희가 신고 안 해 피해자 늘어" 주장도
    민언련 "조선 계열, '손석희 때리기'에만 관심…사건의 본질 흐려"

    손석희 JTBC 사장(왼쪽)과 조주빈(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하면서 조선일보가 손 사장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마저도 조선일보는 정파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씨의 언급 이후 수많은 언론이 손 사장의 '입'에 주목했다. 온갖 의혹이 더해지자 손 사장은 이날 JTBC를 통해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로부터 손 사장과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해달라는 사주를 받았다'는 조씨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금품 요구에 응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조주빈이 '손 사장과 분쟁 중인 김씨가 손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며 경찰도 진본인 줄 알 정도로 정교하게 조작된 김 씨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성 착취 범죄 아닌 '손석희 음모론'에 초점

    손 사장이 조씨의 협박에 넘어간 것을 인정하자 조선일보의 보도 방향은 손 사장에게 집중됐다. 조씨 등이 운영하고 수만명 이상의 관전자가 가담한 성 착취 사건이란 본질에 집중하기보단 '손석희 음모론' 부각에 초점을 맞췄다.

    조씨가 포토라인에 선 다음날인 26일 조선일보 1면은 조씨의 사진과 함께 '손석희, 조주빈 협박에 돈 건넸다'란 제목의 기사가 차지했다. 조씨를 비롯한 가담자들의 뒤틀린 성 관념, 반성 없는 조씨의 태도 등에 집중한 다른 언론과는 확연히 달랐다.

    4면에서도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일 있었길래…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라는 기사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그렇게 위급한 상황임에도 손 사장은 검경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 사장은 조씨가 금품을 요구하자 이에 응했고, 조씨는 그대로 연락을 끊어 버렸다. 손 사장 측은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준 것"이라고 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란 말이 나왔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지면에서도 '협박 피해자라는 손석희, 방송국서 조주빈 대리인 만났다'란 기사에서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 내용,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증언을 종합하면 JTBC를 통해서 발표한 손 사장의 해명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많다"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칼럼에선 "손석희가 신고 안 해 피해자 늘어" 주장도

    '[기자의 시각] 손 사장님, 그날 밤 무슨 일이?'라는 기자 칼럼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려는 조선일보의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해당 칼럼을 쓴 기자는 "도대체 그날 밤 경찰에도 알리고 싶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사기 피해자인 손 사장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흉악범과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 사이 조주빈은 여중생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의 인생을 더 망쳤다. 2019년 8월 조주빈이 협박해왔을 때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했더라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의 방조자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TV조선 보도도 마찬가지. '피해자'는 없고 '손석희'만 있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 따르면 TV조선은 조씨 등의 집단 성착취물 거래 사건의 심각성은 외면하고 그저 '손석희 음모론'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정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전문가 패널이 성범죄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도 진행자가 "느닷없이 손 사장을 거론한 이유가 참 궁금해졌다", "25살의 파렴치범한테 왜 손석희, 윤장현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취약했는지 여전희 의문"이라며 집요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대담을 유도했다. 이런 대담은 무려 16분간 지속됐다.

    저녁종합뉴스에서도 TV조선은 가해자 조씨가 아닌 손 사장에 초점을 맞췄다. TV조선은 '손석희 해명 불구 의문점'이란 기사에서 "조씨를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를 미뤘다"는 손 사장 측 입장을 전하면서도 의문이 남는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 근거는 "법조계에서는 손 사장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게 전부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사건의 중심을 '손석희'로 바꾸겠다는 TV조선의 의지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조선 계열, '손석희 때리기'에만 관심…사건의 본질 흐려"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 계열이 '손석희 흠집내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상업적∙정치적 목적 모두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적으로 봤을 때 JTBC는 TV조선의 가장 큰 라이벌이다. 정치적으로도 JTBC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조선 계열의 반대편에 있는 언론이다. 상업적 목적에서나 정치적 목적에서나 JTBC를 공격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가 나쁜 건 이번 사건의 본질인 집단 성 착취 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손석희 때리기'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보도는 문제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해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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