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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을 '뚝방전설' 누가 쓰나…3선 중진·청년 '3파전'



국회/정당

    동대문을 '뚝방전설' 누가 쓰나…3선 중진·청년 '3파전'

    • 2020-03-30 05:10

    [총선스포④]동대문을 '3파전' 격전지
    '청년' 장경태 vs '노하우' 이혜훈 vs '연륜' 민병두
    일제히 '중랑천 둑방길'로 유세 혈투
    이혜훈 도전 속 장경태·민병두 단일화 변수

    국민대표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독할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4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를 만나 지역별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후보들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총선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2006년 영화 '뚝방전설'에서는 학창시절부터 둑방을 차지하려는 인물들의 치열한 결투를 그리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둔 현재,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서도 둑방을 둘러싼 '유세 혈투'가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후보,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 무소속 민병두 후보다. 이들은 주일인 29일 일제히 장안동 '중랑천 둑방길'을 찾았다. '벚꽃 명소'로 유명해 상춘객이 많은 이곳은 주요 거점지로 꼽힌다.

    학창시절 캐릭터로 비유하자면 장 후보는 '청년 신입생', 이 후보는 '강남 전학생', 민 후보는 '고학번 편입생'으로 비유된다. 장 후보는 신선함을, 이 후보는 고급 노하우를, 민 후보는 경험과 연륜을 내세운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격전 속에 원래 같은 학교(더불어민주당) 선후배였던 장 후보와 민 후보 연합이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후보가 29일 서울 동대문 장안구 중랑천 둑방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박광주 인턴기자)

     

    ◇'청년 신입생' 장경태…"새로운 변화 만들겠다"

    "장경태입니다. 청년 후보입니다. 새로운 변화 만들겠습니다."

    올해 36세인 민주당 장경태 후보는 '젊음'을 강조한다. 지역구에 처음 도전하는 '청년 신입생'인만큼 얼굴을 알리기 위해 '투명 마스크'를 쓰고, 90도로 깍듯이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얼굴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이곳에 산 지역 주민이자 민주당에서는 잔뼈가 굵은 청년 정치인이다. 동대문을에 위치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민주당 부대변인, 전국청년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청년특보 등을 거쳤다.

    이 지역 현역 민병두 의원(3선)의 '컷오프'(공천 배제)로 '청년 우선 공천지역'으로 지정된 뒤 그는 경선 승리를 거둬 공천을 받았다. 장 후보는 "20대에 동대문구 전농동 반지하집에 살며 햇빛에 눈이 부셔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죽어라 경선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동대문 주민들이 젊은 변화와 새로운 동대문에 대한 열망이 대단히 높다. 이를 실천할 청년 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무기인 공약에도 신선함을 담으려 했다. 청량리역에 복합환승센터를 짓고, 답십리동 고미술상가에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유치해 복합 문화관을 만들 방침이다. 이밖에 강북 어린이병원 유치, 버스 노선 체계 개선 등을 내놨다. 장 후보는 "기존 후보들은 보통 지하철 뚫겠다, 재개발 하겠다 하는데 저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에겐 한때 같은 당이었던 민병두 후보가 신경 쓰인다. 민 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자칫 진보진영 표가 나뉠 수 있다는 우려다. 거리에서 마주친 60대 여성 유권자는 "아유 속상해", "선거 전날이라도, 전전날까지 합의해야 돼"라고 신신당부했다. 장 후보는 "제가 잘 모실게요"라고 답했다.

    시민 이연수씨(여·24)는 "진보 쪽이 좋아서 고민하고 있는데 두명 후보 중 아직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가 29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중랑천 둑방길에서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류현준 인턴기자)

     

    ◇'강남 전학생' 이혜훈…"노하우가 가득찬 숙련 기술자"

    "노하우가 가득찬 숙련 기술자예요. 즉각 투입해서 바로 일할 수 있습니다."

    통합당 이혜훈 후보는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한 현역 의원이다. 컷오프 된 뒤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경선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돌아왔다. 그는 특유의 스킨십으로 연신 밝은 표정으로 명함을 나눠주며 인사를 건넸다.

    이른바 '강남 전학생'이지만 과거 동대문구에 소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지역과의 인연이 없진 않다. 경제 및 재개발 전문가로서 지역 발전 노하우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 후보는 "공교롭게도 동대문을 지역 현안이 3선 의원하면서 주로 심부름을 했던 일들"이라며 "지역개발을 12년 동안 하면서 재개발, 재건축만 63개 했고 이중 26개는 끝났다. 13개도 안착단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1호 공약인 '청량리역 재개발'도 그간 노하우를 담았다. 이 후보는 "선로 17개 폭이 362m로 어마어마한 길이 가로막고 있다"며 "찻길, 정비창을 지하로 넣어버리면 지상은 연결될 것이고 문화복지 시설 등 복합개발의 효과가 전농동, 답십리, 장안동으로 밀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경전철 면목선을 지역구로 당기고, 고등학교를 증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는 "저는 12년간 교육에 올인한 사람"이라며 "고등학교, 일반고가 남고, 여고 1개씩이다 보니까 먼 곳까지 통학하고 다녀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3선 의원이지만 동대문을에서는 여전히 서초갑 의원으로 인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후보를 향해 "여기로 나온 것이냐"며 물었다. 이 후보는 "네, 주변 분들에게 많이 알려주세요"라고 당부했다.

    과거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지역구였던 만큼 옛 기억을 떠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장안동에 15년 동안 거주한 이재훈씨(61)는 "옛날에는 홍준표가 있었지만 지방으로 내려갔고 인재가 없다"며 "옛날부터 한국당을 지지했기에 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미병두 후보가 30일 지역 유권자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고학번 편입생' 민병두…"민병두를 9하자"

    "9번의 뜻은 민병두를 구(9)하자, 동대문구를 구하자입니다."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고학번'이지만,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편입'해 기호 9번을 달고 유세를 다니는 모습에 여러 시민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지역이 익숙한듯 민 후보는 이른 아침 나와 음식점과 공원, 거리 등을 돌았다. 시민들을 향해 "힘내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등 친밀도 높은 인사를 건넸다. 공원 내에 족구장에선 사람들을 불러모아 "야당은 서초구에서 한달 남겨놓고 오고 민주당은 청년이 한달 남겨놓고 오니 동대문을 무시했다"며 "12년 우정으로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민 후보에게 "판세는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민 후보는 "판세는 제가 볼 때 민병두를 몰아줘야 승산 있냐, 청년(장경태)를 몰아줘야 승산이 있느냐인데 민병두를 전략적으로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단일화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주민들이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답했다.

    민 의원은 총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비치는 모양새다. 그는 동부간선도로지하화,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청량리역 정비창 이전, 면목선 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제가 시작한 일을 끝맺고 가고 싶다"며 "서울시를 여당이 잡고 있기에 야당 후보보다 훨씬 긴밀하게 추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해찬 대표가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자들을 향해 '영구 제명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당의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둑방길에서 유세활동에 나선 그는 시민들을 향해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며 "나이가 많다고 공천을 안줬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지나가던 한 시민은 민 후보에게 "옛날에 YS와 DJ가 양보를 안해서 패했다. 어부지리로 (노태우 대통령이) 됐는데 그때와 똑같이 않느냐"고 지적했다. 민 후보는 "잘 될 것이다"며 "여론조사가 나오면 한쪽으로 몰려가게 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치열한 3파전 양상…과거에는 보수세, 현재는 진보세 유입

    동대문을은 이렇듯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동대문을은 애초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3선(2001년 재보궐, 17·18대 총선)을 할 정도로 보수세가 강했으나 2010년을 전후로 전농동에 뉴타운, 장안동 상권 등 재건축 붐이 불며 젊은 세대가 유입돼 민주당에 유리한 곳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19,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깃발을 꽂으며 조직면에서는 통합당보다 민주당보다 앞서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통합당에서 빠른 속도로 조직을 복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대문을의 치열함은 장안동 사거리에서부터 느껴진다. 민병두 후보 사무실 바로 옆 건물에 장경태 후보 사무실이 최근 이사를 했다. 그 길 건너 맞은편에는 이혜훈 후보 사무실이 위치한다. 아직 동대문을의 여론조사는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범진보 단일화가 변수인 가운데, 여론조사 뚜껑을 열어봐야 판세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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