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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 탄 우한 근로자,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서 '배제'



보건/의료

    전세기 탄 우한 근로자, 유급휴가비 지원 대상서 '배제'

    정부, 근로자가 코로나19로 격리·입원한 경우 사업주에게 '비용 지원'
    "전세기 타고 귀국한 근로자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사업주가 유급휴가비 내야
    소규모 사업주 "손실 다 떠안으라는 것…지원 검토 필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진원지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정부의 3차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우한 교민과 중국국적가족이 탑승한 버스가 임시격리시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코로나19로 격리되거나 입원한 이들의 유급휴가비를 사업주에게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임시항공편을 통해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근로자들은 이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사업주들은 정부의 조치에 따른 것뿐인데 비용만 떠안게 됐다며 울상이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반도체 전기사업장을 운영하는 A씨 부부는 직원 2명이 전부인 소규모 사업주다. 직원들은 기업 하청을 받아 정기적으로 중국 우한에 출장을 간다. 지난달 초에도 직원 2명은 우한으로 출장을 가 디스플레이 생산업체 '차이나스타(CSOT)' 등을 방문했다.

    이들이 체류하는 동안 현지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고 교통이 봉쇄되는 등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직원들은 정부가 제공한 2차 전세기를 타고 지난 1일 귀국해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서 16일 동안 임시생활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입원하거나 격리된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유급휴가를 제공한 경우 사업주에게 유급휴가 비용을 지급한다. 지원 금액은 근로자의 임금 일급을 기준으로 1일 최대 13만원까지 지급된다.

    사업주인 A씨는 출장을 간 직원들이 현지 상황이 나빠져 귀국 뒤 정부 방침에 따라 격리된 만큼 정부가 유급 휴가비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A씨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유급휴가비용 지원 신청을 문의했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담당자는 A씨에게 "자가격리 통지서가 없어서 유급휴가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가 감당해야 하는 유급휴가비는 300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우한 귀국 교민들을 '강제 격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급휴가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한 교민들은) 강제 격리가 아니기 때문에 유급휴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외국에서 본인들이 원해서 입국한 분들에게 (유급휴가) 비용을 지급하는 건 현재의 자가격리 체제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국민들이 전세기에 탑승할 때 제출한 동의서(확인서)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 등 관련법에 따라 보건당국이 귀국 당일로부터 최소 14일 동안 국가지정 시설에서 임시 생활 조치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근로자와 사업주들은 악화된 중국 우한 현지 상황을 고려할 때 임시생활시설 입소 이외에 별도의 방안이 없었던 만큼 '강제 격리'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지난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교민들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우한으로 출장을 갔던 이 사업장의 직원 B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임시생활시설 격리는 자발적 선택이었다기보다는 극한의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정부의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전세기 탑승 동의서에는 추후 유급 휴가비 지원이 불가하다는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생활한 지 약 2주 만에 업체로부터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라는 통보를 받은 B씨는 "교통편은 아무것도 다니지 않고 먹을 것도 없어 며칠 동안 라면만 먹었다"며 "그땐 죽어야 하나, 이런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부가 유급휴가비 지원 신청을 받을 때 격리통지서를 요구하는 것을 두고는 "우리는 격리 확인서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귀국한 우한 교민 가운데 A씨처럼 업무차 중국을 방문한 근로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우리 회사만 해도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직원들이 원청 직원들을 포함해 2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사업주들은 난감한 모양새다. A씨는 "직원 입장에서는 일하다가 격리돼 2주 넘게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인데 무급 처리하면 누가 일하고 싶겠냐"며 "임시 인력을 고용하는 데에 든 인건비는 차치하고 직원들에게 지급할 유급휴가비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사업장은 코로나19로 인력 운용에 차질을 빚어 추가 인건비가 소요된 데다 유급휴가비까지 지급해야 해 이중고를 겪는다고 호소했다. A씨는 2주 사이 인건비, 유급휴가비 등 총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업주들은 "직원이 전세기를 탔으면 회사는 그저 손실을 다 떠안아야 하느냐"며 정부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꾸려지면 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지침은 국내에서 자가격리된 사람들에 맞춰져 있고 특수한 사항에 대한 지침은 따로 있지 않다, 추가 검토를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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