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화면 캡처)
MBC 김태호 PD의 '무한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MBC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을 거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기획·연출해오며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예능 PD로 성장한 그는 지난해 '놀면 뭐하니?'라는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놀면 뭐하니?' 역시 김 PD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대세가 된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서 '영혼의 단짝'으로 불리는 유재석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고, 결국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친 유재석의 부캐(보조 캐릭터) 유산슬(놀면 뭐하니?-뽕포유)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서 탄생한 유재석의 부캐는 유산슬뿐만이 아니다. 익히 잘 알려졌듯 '놀면 뭐하니?-유플래시'에서는 드러머 '유고스타'가, '놀면 뭐하니?-인생라면'에서는 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유라섹'이라는 부캐가 생겼다.
결국 김 PD는 유재석이라는 인물로부터 3명의 캐릭터를 뽑아내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 셈이다.
김 PD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유재석, 유산슬, 유라섹 캐릭터를 들고 그간 방송사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경계를 깨부쉈다.
오랜 기간 방송사들은 경쟁 관계 속에서 각자의 경계를 명확하게 지켜왔다. 프로그램 중 타 방송사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됐고, 당연히 협업은 실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PD는 지상파, 비지상파를 막론하고 협업을 통해 방송사 간 경계를 허물었다.
대세 스타가 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KBS '아침마당',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했고, EBS의 간판스타 '자이언트 펭TV'의 펭수와 협업을 펼쳤다.
'인생라면'의 유라섹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과의 협업에서 먹방의 대가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을 만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고, EBS '최고의 요리 비결'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 메뉴인 '유산슬 라면' 비법을 전수했다.
유재석 역시 유산슬이 휴가를 갔다는 설정으로 펭수를 만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시청자 반응을 보면 이 같은 협업은 고무적이다. '맛있는 녀석들'과 협업한 '놀면 뭐하니?'의 지난 1일 방송분은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10.1%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p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 8일 EBS 펭수와 '최고의 요리비결'과 협업한 방송분 역시 0.8%p 상승한 10.9%를 기록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역시 7일 시청률 1.279%를 기록해 직전 방송보다 0.43%p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유산슬이 출연한 KBS 아침마당 역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아침마당'의 시청률은 10.2%를 기록해 직전 방송에 비해 2.2%p 상승했다.
(사진=MBC '탐나는 TV' 방송 화면 캡처)
◇ 마블 같은 '세계관' 목표로 한 김태호 PD의 '무한도전'김 PD는 금기시됐던 타 방송사 간 협업 행보에 대해 "내부 보고 없이 일단 저질렀던 측면이 컸다"라고 회고했다.
김 PD는 지난 8일 MBC TV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탐나는 TV'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방송이 디지털 콘텐츠에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는데, 고민하다가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어느 플랫폼이든 (시청자들이)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면서 "우리가 씨실이 돼서 날실을 엮어내면 플랫폼보다는 콘텐츠가 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PD는 레거시 미디어의 PD로서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에 주목한 도전을 이어간 셈이다.
그는 또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콘텐츠의 미래를 예로 들며 '주목도가 높은 큰 화면'과 '손바닥 안 화면'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그 대안으로 '세계관'을 꼽았다.
영화계에 '마블 유니버스'라는 세계관 안에 다양한 콘텐츠가 포진해 있으면서, 전 세계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자신이 담아내는 세계관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제작되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레거시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도 제공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위해서 유튜브나 포털, OTT를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낸다"라며 "결국 세계관을 공유해 가면서 시청자들이 움직여서 찾아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 PD는 앞으로 유재석과 2~3가지의 아이템을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PD의 '무한도전'은 유재석과 함께 성장하는 셈이다.
김 PD는 "유재석이 EBS에 가서 펭수를 만났는데, 펭수의 골드버튼(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명을 넘기면 받는 선물)을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봤다"라면서 "'원하면 만들어줄게'란 마음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해볼까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