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총선 거취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황 대표와의 '매치업'을 원하는 여당 의원들의 '러브콜' 경쟁이 뜨겁다.
야권의 차기 최유력 주자인 황 대표와의 대결이 성사될 경우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으며 '몸값'이 오르는데다, 이길 경우 단숨에 정치적 체급도 오를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대결 여부가 주목되는 종로를 비롯해 용산, 양천갑, 영등포을, 동작갑, 강북을 등 서울 내 다수의 지역구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구로, 은평, 관악, 강남 등 서울 내 다른 지역과 용인 등 수도권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권 주자 간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로의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지역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황 대표가 스스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언급한 만큼 여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로의 출마는 확실해 보인다.
이에 황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일제히 대결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영등포을에서 출마하는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색이 야당 대표가 정치 1번지 정면 돌파가 그렇게 무섭냐"며 "정 종로가 무서우면 영등포을로 오시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여의도 정치의 본산인 영등포을에서 경선에 승리하고 기다리고 있겠다"며 황 대표와의 대결을 반겼다.
다른 지역 후보들도 일찌감치 황 대표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종로 후보로 낙점된 이 전 총리는 지난 23일 "신사적인 경쟁을 한 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을은 현역인 전현희 의원이 지난 8일 "보수의 텃밭이던 강남이 험지라는 한국당 대표 폭탄이 떨어져도 당당하게 계급주의 지역주의 타파라는 정치개혁 승리 완수하겠다"고 했고, 용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권혁기 전 춘추관장도 같은 날 "용산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다. 황 대표가 용산에 온다면 골리앗을 맞는 다윗의 자세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병 출마를 준비 중인 정춘숙 의원은 29일 "공안 검사인 황 대표와의 대결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나의 역사가 새삼스레 돌아봐진다"며 "환영한다! 어서오시라"고 반색했다.
양천갑 현역 의원인 황희 의원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험지를 고른다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뜨거운 아이스커피 같은 알쏭달쏭한 취지의 변이지만 일단 황 대표님 고맙다"며 "담대하고 당당하게 대표님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겠다"고 밝혔다.
안양동안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 부의장 출신 이석현 의원은 황 대표의 안양동안갑 출마 가능성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음에도 "한국당이 강남이 험지라면 소가 웃을 일이다. 꼭 내 지역구에 와서 한 판 겨룰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며 황 대표를 도발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이 너도나도 황 대표와의 대결을 환영하는 이유는 맞대결이 성사됐을때 적지 않은 무형의 정치 자산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리의 경우 현재 여권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황 대표와의 종로 대결이 성사될 경우 보다 확고하게 대선 주자 이미지를 굳힐 수 있게 된다.
전 의원이나 황 의원은 단순한 지역구 현역 의원을 넘어서서 보수 야당의 대표와 경쟁을 펼친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에서 최종 후보로 공천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후보들의 경우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김 전 원장은 영등포을 현역 의원인 신경민 의원과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며, 권 전 관장도 용산에서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 다수의 후보와 경선을 펼칠 예정이다.
김 전 원장과 매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신 의원도 29일 "황 대표가 출마할 지역을 물색하다가 영등포을까지 검토하는 모양인데 대환영"이라며 "당선 불가능한 험지임을 기꺼이 알려드리겠다. 뜨겁게 대접해드리겠다"고 황교안 마케팅을 펼쳤다.
정 의원도 현재 비례대표인 상황이어서 지역구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황 대표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대표와의 대결이 성사될 경우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후보라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대한 황 대표와의 대결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선과 본선에 있어 훌륭한 홍보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 후보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황 대표의 이름만 거론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드루와 드루와' 식으로 덤비고 있다"며 "황 대표와의 이른바 '급'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자기 주가만 올리려는 술책"이라고 폄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