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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상문제 두고 '정부 vs 한전' 대립 기류…산불 이재민 '분통'



영동

    배·보상문제 두고 '정부 vs 한전' 대립 기류…산불 이재민 '분통'

    정부 "발화원인 제공 한전에 구상권 청구 마땅하다"
    한전 "가해자 맞지만, 우리 회사의 주인도 '국가'다"
    구상권 해결 짓지 않고 진행한 협상…이재민 '혼란'
    산불 피해 이재민들 "죽음 불사한 강력 투쟁" 선포

    행정안전부와 한국전력공사.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4월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 피해액 배상 절차작업이 본격 진행되기도 전에 제동이 걸렸다. 배보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사이에 묘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탓이다. 중간에서 애꿏은 이재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7일 "고성·속초 산불 피해주민에 대한 정부지원금 구상의사 철회 촉구와 질의에 대해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 등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재난안전법 제66조 6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재난에 대해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가 따로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인 제공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안부의 공문은, 결국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설명이다.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산불 이재민에게 선지급 한 금액은 250~400억여 원이다. 물론 청구 범위는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강원산불 피해 관련 특별심의위원회 첫 회의.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이하 특심위)는 한전 강원본부와 진행한 협상에서 산불피해 배상 비율을 '손해사정사들이 조사한 피해액의 60%'로 하도록 최종 합의·의결했다.

    다만, 한전 측은 "정부가 제기한 구상권 청구를 수용하면 이중 지급이 되기 때문에 해당 금액만큼 '공제'하고 '손해사정사액의 60% 지급'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이재민들과 힘겹게 협상을 마무리한 만큼 정부에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CBS노컷뉴스 1월 7일).

    하지만 정부가 발화 원인을 제공한 한전에 결국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산불 피해 배보상 문제는 새 국면을 맞았다. 구상권 청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이재민들에게 '손해사정사액의 60% 지급'조차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 (사진=자료사진)

     

    구상권 청구 이유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원인 제공자가 해야 할 부분에 마땅한 청구행위가 이뤄진 것"이라며 "한전은 배상에 대한 요율을 임의로 정해버리고선, 정부의 구상권 청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한전은 화재 보험사 측에서 제시한 구상권은 아무 이견 없이 청구 행위에 동의했으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구상권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주체가 민간과 공공으로 다를 수 있지만 원리적으로는 동일 선상의 문제로, 저희는 공문서에 명시한 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계약에 근거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업이지만, 국가는 어려운 국민을 먼저 구호하거나 보호·지원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집행한 것을 제3자에게 무조건 일방적으로 청구한다는 것은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한전이 제3자가 아닌 발화 책임자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전 측은 "한전이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 회사의 주인도 '국가'"라며 "현 상황은 공공기관(한전)과 정부 간 새로운 패턴의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한전은 "한전이 발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국가는 확산방지와 화재·진압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혀 '구상권 청구'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지난 6일 고성군 토성농협 2층 사무소에서 한전 직원들이 산불피해 배상 절차 진행에 필요한 개인정보동의서 등 서류접수를 받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한편, 한전이 정부와 구상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이재민들과 합의를 진행해 혼선만 빚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심위는 지난 7~8일 이틀 동안 산불피해 배상절차 진행에 필요한 개인정보동의서 등 서류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구상권 청구로 배상절차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재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이재민은 취재진과 만나 "합의가 다 진행된 것처럼 말하더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지나가는데 여전히 삶의 터전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 그저 분노가 치민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이재민은 "발화 제공자인 한전이 정작 책임을 지는 부분에서는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협상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4.4 산불 통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민들은 '손해사정사액의 60% 지급'이라는 비율 산정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재민들이 조사한 피해금액의 60%가 아니라, 손해사정사들이 조사한 감가(減價)된 금액의 60%인 탓에 배상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4.4 산불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속초 한전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과 특심위는 밀실야합을 통해 산불 피해민들을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며 농락하고 있다"며 "손해사정사액의 60% 지급으로 결론 난 종결협상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은 구상권에 대한 문제도 즉각 해결하라"며 "우리는 원상복구가 될 때까지 한전을 향해 죽음을 불사한 강력한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달 특심위 최종합의가 이뤄진 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배보상 문제를 놓고 잡음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재민들은 다시 길거리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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