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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밉상?' 오지환의 진심 "소신껏 살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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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밉상?' 오지환의 진심 "소신껏 살아왔는데…"

    '환영받지 못한 자' 오지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오히려 비난을 많이 받았다. 사진은 당시 금메달을 따내 귀국한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LG 내야수 오지환(30)은 언제부터인가 야구 팬들에게 '밉상'으로 찍혔다. 인기 구단인 LG 주전 유격수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쳐왔지만 좀처럼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결정적이었다. 오지환은 동갑내기 박해민(삼성)과 함께 2017년까지 가능했던 상무와 경찰청 입대를 포기했다. 병역 면제 혜택의 마지막 기회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했고, 논란 속에 대표팀에 발탁돼 우승 멤버가 됐다. 하지만 병역 면탈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고,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LG와 계약한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에이전트가 먼저 6년 계약을 언급했다가 호되게 비난을 받았고, 오지환은 구단에 계약과 관련해 백지위임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4년 40억 원에 사인했다.

    그런 오지환이 8일 다수의 취재진을 만났다. 구단의 2020년 신년하례식 뒤 진행된 인터뷰였는데 FA 계약 이후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 여기서 오지환은 허심탄회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팬들의 비난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일단 FA 계약에 대해 오지환은 "사실 여러 얘기 많이 나왔는데 나는 기분좋게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시상 흐름이나 배경을 잘 몰랐지만 LG에서 4년을 있을 수 있다는 게, 또 뭔가를 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FA 중 선두 주자로 가장 빨리 계약하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LG를 떠날 마음은 없었다.

    2016년 당시 넥센(현 키움)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에 올랐던 오지환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역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지환은 "계약에 대해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더라"면서 "내가 그동안 받아온 것이 질타라서 두렵진 않았지만 가족이 힘들어 했고 이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FA 계약 과정에 대한 오해도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오지환이 8년 100억 원을 원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오지환은 "뭘 듣고 얘기한 줄 모르겠지만 많이 과장된 것"이라면서 "단 한번도 100억 원을 받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6년 계약을 제시한 것은 맞다. 오지환은 "몸이 튼튼하니 에이전트가 협상 과정에서 6년을 제시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금액을 우리가 어떻게 얘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옵션도 생각했는데 구단에 백지위임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구나 마음을 정하고 받아들였다"고 계약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팬들이 비난하는 데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자신에 대한 선입견 중 이것만은 아니다 하는 게 있나"라는 질문에 오지환은 일단 "답변 드리기가 좀 그런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민감한 부분인 데다 무슨 답변을 해도 비난이 따를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마음을 꺼내놨다. "나름 소신껏 살아왔다"며 말문을 연 오지환은 "여론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안 그랬다"면서 "야구를 못할지언정 핑계대지 않고 살아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런데 (어느새) 핑계대고 피하는 사람처럼 돼 있더라"면서 "말을 하고 싶어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2018년 대표팀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오지환은 "운동 선수가 말을 많이 해서 좋은 게 뭔가, 그래서 말을 아꼈다"면서 "그런데 한번도 하지 않은 얘기들이 퍼져서 마치 그런 사람이 돼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것이 "2년 동안 느낀 감정"이라는 오지환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만과 경기에서 오지환(오른쪽부터)이 최원태, 박해민 등 선수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자카르타=이한형 기자)

     

    그랬기에 쉽게 주장을 맡을 수도 없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캡틴 역할을 하는 김현수(32)는 당초 "올해는 오지환이 맡을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오지환은 "내가 주장을 하면 시끌벅적할 거 아닌가. 팀을 이끌 선수인데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면서 "지난해부터 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현수 형에게 부탁한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분골쇄신할 각오는 돼 있다. 오지환은 "만약 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이다.

    비판을 감수할 마음도 단단하다. 오지환은 "워낙 여론 자체가 그런 사람이 돼버려서 아쉽다"면서도 "두렵진 않다. 지난번에는 아쉬움만 남기고 왔기에 이번에는 대표팀에 뽑힌다면 죽고 온다는 각오로 할 것"이라고 이를 앙다물었다. 이어 "결정이 되면 따르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 "그 다음은 그분들께 평가를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비 실책과 롤러코스터 같은 타격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오지환은 "10년 프로 생활에서 6년은 못했지만 3년은 잘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수비는 과감성도 중요하기에 실책 숫자에 연연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타격 기복과 많은 삼진은 여전히 숙제"라면서도 "체력 부담이 큰 유격수가 타율 2할8푼이면 성공이고, 승부처에서 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논란을 겪은 오지환은 올해 팀 우승을 노린다. 특히 LG는 팀 창단 30주년을 맞아 1994년 이후 첫 정상에 도전한다. 당연히 오지환은 생애 첫 우승 도전이다. 오지환은 "내가 감히 평가할 사람은 아니지만 LG가 가장 우승에 근접한 팀이라 생각한다"면서 "현수 선배, 차우찬 형, 외국인 투수도 있고 나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 오지환에게 취재진에게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물었다. 오지환은 "인터뷰를 싫어하진 않지만 세간에 말이 많아지는 선수라 그동안 인터뷰를 고사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군대 관련 등 인터뷰가 단 한번도 없었는데 추측성 소문을 듣고 기사가 나온 것 같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를 할 의향이 있으니 언제든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과연 최근 야구 팬들을 넘어 '국민 밉상'으로까지 찍힌 오지환이 자신에게 씌워준 이미지를 걷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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