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프로 스포츠 유일의 '대부업 구단'…러시앤캐시 배구단의 딜레마



농구

    프로 스포츠 유일의 '대부업 구단'…러시앤캐시 배구단의 딜레마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이 안방으로 사용하는 안산 상록수체육관.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야구, 축구, 배구, 농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대 프로 스포츠 종목이다. 여기에 속한 대부분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1~2금융권 등이 구단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배구 종목에 유일하게 고금리 대출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언급됐던 대부업이 운영하는 구단이 있다. 바로 러시앤캐시 배구단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OK저축은행 배구단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운영 주체는 대부업이다. 2013년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 구단을 창단했고 이후 꾸준히 OK저축은행(아프로서비스그룹)이 연간 약 40억 원을 지원하는 네이밍 스폰서로 붙어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팬들은 구단이 OK저축은행으로 거의 불리는 까닭에 이를 제대로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또 구단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러시앤캐시의 이름을 뺀 'OK저축은행 프로배구단'으로만 표기했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OK 클럽' 'OK 히스토리' 등 러시앤캐시를 교묘히 숨겼다.

    ◇ 대부업 구단이 어떻게 프로 종목에 발을 들였나

    러시앤캐시는 운영난을 겪던 드림식스 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으면 배구와 연을 맺었다. 이후 배구단을 인수를 추진했지만 우리금융그룹에 밀려 인수에 실패하자 2013년 창단으로 계획을 틀었다.

    인수 추진 당시 이사회에서는 대부업이 프로 구단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러시앤캐시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인수계획서에 몇 년 안에 대부업을 정리하고 구단 운영 주체를 변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우리금융그룹에 밀려 고개를 떨궜다.

    러시앤캐시는 이후 바로 창단 절차를 밟았다. 당시 V-리그는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창단 등 이슈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사회를 통해 러시앤캐시의 창단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리고 찬성이 반대를 근소하게 앞서며 창단을 승인했다.

    연고지가 안산으로 정해진 이유도 있다. 당초 아산시를 연고로 삼을 예정이었지만 아산시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안산에 둥지를 틀게 됐다.

    ◇ 계속된 이탈 행동…대부업 이미지 언제 떨치나

    한국배구연맹(KOVO)은 러시앤캐시 배구단의 운영 주체를 바꿔 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 러시앤캐시는 인수계획서와 달리 창단의향서에는 운영 주체를 변경하겠다는 약속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창단은 경쟁 업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이런 약속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계속된 이탈 행동에 KOVO도 고민에 빠졌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광고판 사태로 나머지 구단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그동안 남녀부 구단은 KOVO의 통합마케팅으로 리그에 광고주로 들어온 업체가 자신들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어도 리그의 원활한 운영과 발전을 위해 용인하고 넘어갔다. 각 구단의 편의를 봐주면 마케팅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앤캐시는 A 금융사의 광고가 경쟁업체라면서 제거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광고를 제거하고 경기를 치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올 시즌 해당 광고가 있던 자리는 아직 그 어떤 업체도 광고주로 들어오지 않고 비어있다. 선수들이 서브를 때릴 때 자주 노출되는 노른자 자리다. A 금융사는 해당 자리를 다시 탐냈지만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LED 광고판으로 자리를 옮겼다.

    KOVO는 해당 위치를 이미 대행사에 판매한 상황이라 수익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해당 자리는 모 구단이 항의하면 제거될 수 있다는 이미지가 형성됐기 때문에 광고주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국가대표 감독 빼 오기로도 원성을 샀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김세진 감독과 결별한 러시앤캐시는 새 사령탑을 물색하던 중 당시 남자배구 대표팀의 전임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과 접촉했다.

    양측 모두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 그러나 러시앤캐시는 김호철 감독 영입을 확정 단계에 돌입한 상태에서 김호철 감독이 대표팀 잔류를 선언하자 '김호철 감독이 먼저 접촉한 것이다'라며 물타기를 시도한 전력이 있다.

    댓글 부대 동원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는 러시앤캐시다. 이벤트를 상품권으로 내걸고도 자율적이라고 포장하지만 정작 기업은 직원들에게 포털 사이트 닉네임을 적어내라고 지시했다.

    사람마다 말도 다 다르다. 정작 선수단에는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댓글을 보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지만 조성익 홍보실장은 "선수들이 댓글을 보고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 하고 있다. 시즌 끝까지 계속할 방침"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내놨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채, 대부업 등 좋지 않은 댓글이 달리니 선플 운동으로 이를 지워내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작으로 의심받을 행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게 왜 문제냐고 반문하는 모양새다.

    러시앤캐시는 당분간 운영 주체가 바뀌지 않은 전망이다. 조성익 홍보실장은 "2024년까지 대부업을 다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라면서도 "다만 확정은 아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라고 애매한 말만 남겼다. 지금이라도 본사가 인수할 계획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글쎄요"로 답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