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이 복귀한다면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것과 관련, 최근 다시 제기되는 '사퇴론'에 버티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 사퇴를 촉구했던 유승민계가 새로운보수당을 꾸리며 탈당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에 호남계에서 사퇴 요구가 제기되자 당 대표직을 지키기 위해 안 전 의원을 끌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 대표는 최근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나 "안 전 의원이 복귀한다면 전권을 주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 내부에선 "이번엔 믿고싶다"는 의견과 "또 속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손 대표가 과거 추석 전 당 지지율 10% 미달 시 사퇴 약속을 했다가, "반대파가 발목을 잡아 달성을 못했다"며 번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이번 제안이 최근 다시 제기되는 사퇴론을 돌파하기 위한 또다른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 대표는 '10% 미달' 번복 이후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유승민계 등 반대파가 당을 장악하면 자유한국당에 통째로 당이 넘어갈 수 있다며 사퇴를 재차 일축한 바 있다.
그런데 유승민계는 최근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추진하며 탈당이 임박한 상태다.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 와중에 당권파인 호남계에서 사퇴론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지난 11일 손 대표도 함께 한 회동에서 ▲당의 새 정비 ▲손 대표 사퇴 ▲최고위원회 해산 및 의원 전체 참여 원탁회의 등을 제안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예비후보자 등록일(17일)을 전후로 손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립무원' 상태에 놓인 손 대표는 당시 회동에서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일 사무처 회의에 참석해 "절대 쉽게 안 물러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그렇게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닌데, 조금 놀랐다"며 "원탁회의라든지, 사퇴 요구에 감정이 많이 상한듯 했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안철수계를 만나 '전권' 제안을 한 시점은 지난 15일 저녁이다. 사퇴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지 얼마 안돼 앞뒤가 안맞는 제안을 한 셈이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안 들어올 것이라 판단하고 한 얘기 같다"며 "전권이 사퇴를 의미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어떻게 아느냐. 그간 핑계를 보면 대체 믿을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일단 손 대표의 발언을 안 전 의원에게 전달한 상태다. 안 전 의원의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다. 호남계 역시 안 전 의원의 메시지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사퇴론에 있어 손 대표가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손 대표 측에서는 "안 전 의원의 요구대로 다 들어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측근은 "사퇴를 할 테니 안 대표가 오라는 것이 아니고, 안 대표가 와서 뭐를 하고 싶다고 요구하면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포인트가 사퇴가 아니고 '복귀 촉구'에 맞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권파 관계자는 "안철수가 오든 안오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유승민이 나가는 것이 '상수'고 안철수가 와야지 그때가서 고민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전권'은 5개월 전부터 했던 얘기"라고 설명했다.
만약 안 전 의원이 이대로 요지부동일 경우 호남계의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계에서는 유승민계 측에 "창당을 조금 늦춰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손 대표 체제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더라도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