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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맨손'으로 태어난 아이들



사회 일반

    '흙수저?'…'맨손'으로 태어난 아이들

    보육료‧아동수당 지원 배제…이주아동 차별하는 대한민국
    인권위 "이주아동에도 보육료·양육수당 지원해야"
    복지부 "현행법상 어려워…사회적 합의 우선"

    자료사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는 아이들. 초저출산 한국에서 그 흔한 출산축하금도 못 받는다. 어린이집 보육료와 유치원 학비,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어느 것 하나 나오는 게 없다.

    이유는 하나다. 한국 국적이 아닌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것. 이 아이들은 금수저도 은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맨손'으로 태어나 살아가야 한다.

    14년 전 나이지리아 본국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와 낯선 이국땅에서 세 아이를 낳은 야디치예(41‧여‧가명)씨 부부. 비즈니스 비자로 입국해 애당초 돌아갈 곳이 없었던 이들은 얼마 안 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한국사회는 냉혹했다. 고작해야 월 수입 130만원이 전부인 형편에 40만원이 넘는 어린이집을 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보내야 했다. 부부가 한국말을 못해 한국에서 살아가야할 아이들에게 한국어라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야디치예씨 가족을 돕고 있는 한 활동가는 "한 번에 한 아이밖에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 하고 있다"며 "현재는 이들에게 미래가 없지만, 한국정부가 언젠가는 아이들이 한국에 사는 것을 인정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콩고 난민 루렌도(47)씨 부부의 네 아이들도 두 달 전까진 인천공항 로비에서 280여일을 살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 정부는 열 살도 안 된 이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편의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11월4일자 CBS노컷뉴스 보도, '287일만에 인천공항 나온 루렌도 가족 "Very Very Happy!"']

    루렌도씨의 아내 보베테(40)씨는 "레마(9)는 고고학자, 로데(8‧여)는 의사, 실로(8)는 경찰관, 그라샤(6‧여)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 한다"며 "우리 아이들도 한국에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보육료‧아동수당 지원 배제…이주아동 차별하는 대한민국

    8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비롯해 유아학비,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모든 지원이 제한된다.

    실제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경기도 내 이주아동 중 43.4%는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그 이유는 보육료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은 2013년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소득과 무관하게 어린이집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은 국민'으로 한정돼 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지만 국민이 아닌 이주아동은 지원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올해 9월부터 0세부터 만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도 이주 아동은 예외다. 다만 아동수당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은 아동은 받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5월 이주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지원받도록 영유아보육법과 관련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냈다.

    인권위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더욱 취약해 공적 보육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보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영유아보육법 및 관련 지침의 개정을 통해 열악한 보육환경에 놓인 이주아동에 대한 보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제인권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의 비준 당사국으로서 아동의 기본적인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 등을 포함한 국내외 아동관련 법과 서비스를 아동권리협약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유아 자신이나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인종, 출생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보육돼야 한다'는 영유아보육법 제3조를 제도 개선 필요성의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최근 이주아동 실태조사를 진행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경숙 팀장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의 의미가 아니라 어린이집에 보냄으로써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과 같은 아이들에게 최소한으로 주어져야 할 권리들을 챙길 수 있게 된다"며 "특히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가 어려운 이주민들에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통해 여러 제도적 정책적 정보들을 안내받을 수도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주아동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에게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며 "아동인권은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지원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국적자가 아닌 아동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는 먼저 우리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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