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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대기업은 NO'… 지역에서 꿈을 쫓는 청춘들



사회 일반

    바늘구멍 '대기업은 NO'… 지역에서 꿈을 쫓는 청춘들

    김나언 씨 "난생 처음 상품을 완판해 봤어요~"
    초보건축가 5인방의 창업 걸음마 "코워킹지대 만든다!"
    조하준 씨 "지역상생 일자리는 한국형 워킹홀리데이"
    박원순 시장 "서울-지방 상생발전은 시대적 과제"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직영매장 1호점 '상주생각' 모습 (사진=김나언 씨 제공) 확대이미지

     

    SKY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인생을 출발하는 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로망이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책도 놀이도 친구도 한켠에 밀쳐둔 채 도서관으로 입시학원으로 달려간다.

    그들이 내몰리는 여정이 즐거울 리 없다. 그곳에는 오로지 경쟁과 고통, 인내, 유보된 행복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반복되는 낙방은 때로 젊은 청춘들을 좌절 속으로 몰아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는 건 금새 이뤄질 것 같은 희망 때문이지만, 2%대로 내려앉아 고착화단계에 접어든 저성장과 심화되는 국내외 경쟁은 국내 고용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산업이 양산되는 인력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일정 비율의 실업자군이 형성되는 건 '불편한 진실'이 된 지 오래다.

    서울시 경제정책실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서울시내 청년(15~29세)실업률은 8.2%, 실업자수는 7만 9천명으로 전년보다 실업률이 3.1% 감소했지만 비경제활동인구(86만여 명) 속에 포함된 잠재적 실업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일자리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어렵지만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대기업 같은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보다 창조적인 접근방식으로 인생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가는 길들은 그래도 많다.

    #1 김나언 씨 "난생 처음 물건을 완판해 봤어요~"

    직장생활 10년차 김나언 씨(28세), 지난 10년 동안 해오던 일이 즐겁지가 않았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디에서 살까'라는 숙제를 들고 고민을 해오던 중 우연히 경상북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서울시-지역 상생 일자리 창출사업'을 접하고 지원서를 접수했다.

    서울지방 상생일자리사업에 참여중인 김나언 씨는 때로 현장에서 일손을 돕기도 한다. (사진=김나언 씨 제공) 확대이미지

     

    나언 씨는 "서울에서 10년 동안 한 가지 일만 해왔어요 그만하고 싶었죠. 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4~5년 전 무작정 시골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뒤부터 어디서 살면 좋을까 봐왔어요. 지자체에 프로그램이 있어서 선택한 게 아니라 제 생각과 딱 맞는 기회가 찾아온 거죠"라며 지역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라 주민(조합원)들의 텃세가 있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4개월째 일을 하고보니 "그런게 전혀 없고 오히려 대개 환대해 주셨다. 대접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사생활을 떠올렸다.

    그는 현재 경북 상주시의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의 직매장 '상주생각'에서 SNS 홍보와 홍보마케팅, 인스타그램 운영과 행사기획 업무를 진행한다.

    그렇다고 나언 씨가 바쁘게 돌아가는 협동조합 업무에서 우아하게 홍보일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한 번은 대구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에서 '상주 특산물 포도를 팔라'는 지시를 받고 난생 처음 물건을 완판하는 경험도 했단다.

    김나언 씨는 "처음엔 못팔면 어쩌지 전전긍긍하는 마음, 빨리 팔자는 조급함도 있었지만 막상 판매를 시작하고 8시간 만에 완판하자 재고없이 상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기뻤고 나한테도 물건을 파는 소질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근무대가로 220만 원의 월급과 4대보험, 직무교육, 멘토링까지 받을 수 있다. 업무를 진행하는 중이라도 참여자가 기획안을 내거나 수업신청을 하면 적절한 전문가나 선배를 연결시켜 멘토링 수업기회를 마련해 주며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나언 씨는 "하고자 한다면 여기서 연장을 할수도 있고 다른 기업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 4개월 있는 동안 다른 일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젊으니까 이곳저곳으로 여행해보고 싶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2 "시골마을 코워킹지대로"… 초보 건축가 5인방의 창업 걸음마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박성경 씨(31세)는 서울 금천구에 '소정당협동조합'이란 건축설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넥스트로컬사업'이 새로운 기회라고 판단,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에 코워킹 공간을 창조하는 사업에 도전장을(소소리팀) 내밀었다.

    청년벤처 소정당협동조합이 안동시 이안면 아천리의 빈집을 카페로 재생시키고 폐교 운동장을 개조하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박성경 씨 제공) 확대이미지

     

    건축학과를 졸업한 5명의 선후배로 구성된 소수정예 즉 '소정당'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지역에 방치된 수많은 빈집이나 폐교를 재생해 공유공간(코워킹)을 만들고 사람들이 마을로 찾아와 공간을 이용하고 체류하게 하는 것.

    사전 준비도 철저히 진행했다.

    넥스토로컬 응모 전(前)에 사단법인 씨즈의 '시커스 해외탐방 사업'에 참가, 일본 오노미치, 카미야마, 도쿄의 사례를 둘러봤다.

    오노미치와 카미야마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존공간을 코워킹 공간과 숙소로 만든 재생의 성공사례인데 여기에 더해 '빈집은행'까지 만들어보겠다는 게 소정당의 당찬 구상이다.

    도쿄 하나레 마을호텔은 마을의 낡은 건물들을 호텔과 목욕탕, 공유작업공간 등으로 재생시켜 연계 이용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서비스로 만든 사례다. 예를 들어 오래된 집과 마을 목욕탕 쿠폰을 묶어 판매하는 식으로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박성경 대표는 "도쿄 하나레 마을호텔 방문에서 하나의 시설에 모든 걸 담지 않고 마을의 오래된 요소들을 발굴해서 연계함으로써 하나의 서비스로 느끼게 하는 개념을 배워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천1리의 은척중학교 아산분교(폐교)에 '아천 무브먼트 랩'이란 이름으로 코워킹지대 조성에 착수했으며 우선 핵심이 되는 업무공간을 내년 2월까지 최대한 빠르게 구성하고 시험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런데 인구도 적은 시골마을에서 그런 걸 만들어 비전이 있을까요?' 인터뷰 도중 질문을 던지자 "사업 대상지인 아천1리는 주민이 140명(73세대)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타깃이 노마드 워킹이 가능한 개인 사업자여서 서울에서 사람들을 유치할수 있게 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지원사업에서 가능성을 봤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마을을 개조하고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부여된 8개월의 사업기간은 너무 촉박하다는 것. "사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청년들의 사업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병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대표의 바람이었다.

    청년창업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8개월 동안 7천여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3 조하준 씨 "지역상생일자리 한국형 워킹홀리데이"

    서울시 상생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조하준 씨가 안동시 동부동 고타야 게스트하우스 프론트 데스크에서 손님 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조하준 씨 제공) 확대이미지

     

    조하준(30세) 씨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해 쉬던 중 서울시 청년지원센터를 통해 경북 안동시의 고타야 게스트하우스와 인연을 맺은 케이스다.

    조 씨는 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퇴사 당시 회사일보다는 쉬면서 책도 읽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어요. 경북 안동의 일자리가 이런 점에서 제 상황에 맞았고 게다가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었죠"라고 말했다.

    그의 일과는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이닥치기 전인 오후 4시까지 숙소준비를 해놓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이다. 시간대별로 혼자서 많은 방문자들을 쳐내는게 때로는 버겁지만 "서울처럼 주 5일제가 아니라 4일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자유시간이 많은 편이라 유투브도 찍고 글도 쓰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조하준 군은 '지역상생 일자리가 어떠냐'고 묻자 "한국형 워킹홀리데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말도 통하고 적응하기도 쉽고 (생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인과 많은 접촉이 가능해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극도 많이 받고 배우는 것도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안동도 도시인지라 생활비를 제하면 그다지 많은 돈이 남지 않는다는 점과 일터에서 접하는 지역사람들의 조금은 닫힌 듯한 마음이 아쉬웠다. 그는 "지역분들이 (청년들을)더 신뢰해주고 마음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 "서울-지방 상생발전은 시대적 과제"

    서울시와 경상북도, 완주군, 논산시 등 지자체들은 ▲청년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고 ▲지역의 구인난 해소도 돕기 위해 지역상생일자리와 청년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2019년 19개 업체 45명 규모에서 2020년에는 5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창업사업에는 42개팀 86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과 지방의 상생발전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다. 편중과 과소의 악순환을 끊고 공존과 상생이라는 선순환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서정협 기획조정실장은 "서울의 과열경쟁과 지방소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사람교류를 통해 끊어질 것"이라며 "지역상생종합계획의 하나로 올해 첫 실시하는 이 사업은 상생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청년뿐아니라 생애주기별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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