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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전시도 빈약한 지방…'셔틀공연' 멜로디가 흐른다



사회 일반

    공연도 전시도 빈약한 지방…'셔틀공연' 멜로디가 흐른다

    정읍시립국악단이 11월 23일 서울숲 콘스트홀에서 서울시-자지단체간 문화교류 '정읍풍류 락'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읍시와 서울시는 문화교류 MOU를 체결하고 정례적으로 문화예술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기기자)

     

    서울과 지방 간 문화예술 격차는 소득 등 경제분야보다 훨씬 심각해 문화 향유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단번에 지방의 빈약한 문화인프라를 갖추기도 어렵고 문화사업의 지속가능성도 낮은 게 현실이어서 '경향간 문화교류'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북서울 꿈의 숲 콘서트홀에서 '정읍풍류 락' 공연이 펼쳐졌다. 주말 오후시간이었지만 공원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 150여명이 공연에 참가해 정읍시립국악단의 흥겨운 공연에 빠져들었다.

    정읍시립국악단은 전통 국악과 '전봉준' 같은 현대감각의 창극을 무대에 올리는 등 전통과 퓨전을 오가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정읍 기반 국악단으로 1993년 창단됐다. (사진=이재기 기자)

     

    35명 규모 국악관현악단의 흐드러진 창과 남도민요, 창작창극, 타악공연은 남도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며 서울시민들에게 신명나는 무대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 모씨는(서울 강북구 번동) 공연 직후 "가족과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가 공연을 관람하게 됐다"며 "서울에서도 국악관현악 공연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데 정읍의 수준 높은 남도소리공연이 인상적이었고 서울과 정읍시 교류 차원이라니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호종 정읍시립국악단장은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시립관현악단이 지난달 2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한데 대한 답례로 방문공연에 나섰다"며 "정읍은 서울보다 공연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교류가 정읍시민들에게는 좋은 기회였고 이런 교류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 지자체는 MOU를 체결 앞으로 더욱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5일 어르신 전용극장인 '서울시립 청춘극장'에서 열린 고흥군 전속예술단 공연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 홍석봉씨는 "고흥군 예술단 공연은 고급스러운 느낌이라기보다는 전통악기 선율에 맞춘 전통무용과 창으로 듣는 전통민요 등 나름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고 호평했다.

    지자체간 교류사업으로 공연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연단 입장에서는 금전적 부담이나 장소 제약 없이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주호종 단장은 밝혔다.

    지방의 경우 광역 지자체가 관현악이나 국악단을 보유한 경우가 있지만, 공연 횟수가 많지 않고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공연인프라가 빈약해 제대로 된 공연을 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근 대도시나 서울로 가지 않는 한 수준높은 공연을 접하기 어렵고 연극이나 미술전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으로 찾아가는 클래식 공연은 지역민들의 환대를 받는다.

    지난 10월 충남 부여군 구드래(백제유적지)에서 열린 백제문화제에 서울국악관현악단이 '한류원조 백제를 즐기다'를 주제로 국악공연을 했다. (사진=부여군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여군 부소산 관북리유적지에서는 지난 5월 이 지역 봄나들이 축제에 맞춰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공연을 가졌고, 10월에는 구드래(백제유적지)에서 열린 백제문화제에 서울국악관현악단이 찾아가는 공연에 나섰다.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강순자 주무관은 4일 CBS인터뷰에서 "문화교류사업 외에도 지역의 공연이 있긴 하지만 타시군에 비해 음악을 즐길 기회가 많지는 않은게 현실"이라며 "문화교류기회를 통해 다양한 공연예술을 관람할 수 있으니까 주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더 많은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지방 상생 선언 첫해인 2019년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오페라단, 무용단, 뮤지컬단)은 지방공연을 18회 → 20회로 확대했고, 2022년까지 28회로 40%늘리기로 했으며 서울시향은 2020년부터 클래식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찾아가는 클래식 공연'에 나선다.

    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은 지난달 9일 정읍시 정읍사 예술회관에서 특별공연을 가졌다. (사진=서울시립 국악관현악단 제공)

     

    서울시향 관계자는 "해마다 해외 순회공연을 많이 갔었지만 내년부터는 이 중 많은 일정을 국내쪽으로 돌려 지방공연을 좀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에서 열린 전시를 지방으로 가져가고, 지방의 특색있는 전시는 서울로 유치하는 교류도 추진한다. 서울시립 역사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2차례의 순회전과 교류전을 개최했지만 2022년까지 9차례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서울과 지역을 오가는 예술교류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된 예술인프라와 콘텐츠를 지역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소비 욕구는 있으되 채울 길이 없는 예술소비의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순기능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5일 CBS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지역은 문화예술에서 서울과 비교해 (수준)차이가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단기적으로 갈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는 것과 지역의 문화적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에 방법론과 방향성에 대한 섬세한 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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