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절실했던 특타' 박병호, 눈물은 내년에 흘리면 된다



야구

    '절실했던 특타' 박병호, 눈물은 내년에 흘리면 된다

    '난 울지 않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7일 끝난 프리미어 1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4번 타자 박병호가 1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 경기 전 한국 대표팀 내야수 박병호(33·키움)는 굳은 표정으로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4번 타자로서 기대했던 만큼 호쾌한 타구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한 부담감이 커보였다. 박병호는 올해 부상 등으로 정규리그 22경기를 결장했음에도 통산 5번째 KBO 리그 홈런왕에 오를 만큼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프리미어12에서는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박병호는 통상 주전조들의 타격 훈련이 끝난 뒤에도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백업 선수들의 훈련조에 끼어서 한 차례 더 소화하면서 타격감을 점검했다. 팀 중심 타자로서 침묵을 깨야 한다는 절박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끝내 박병호의 방망이는 터지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박병호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팀의 3 대 5 역전패를 씁쓸하게 바라봐야 했다. 이번 대회를 타율 1할7푼9리(28타수 5안타) 2타점, 다소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반면 일본 4번 타자 스즈키 세이야는 1회 추격을 알리는 1타점 좌월 2루타를 때리며 5 대 3 역전승에 기여했다. 이번 대회 홈런 3방을 날리는 등 타율 4할4푼4리 13타점의 불방망이로 MVP까지 수상했다.

    이번 대회 박병호는 그 어느 때보다 착실하게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의 합숙 훈련을 지켜본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대부분 선수들이 그렇지만 박병호도 훈련 뒤에 특타를 자원했다"면서 "워낙 성실한 성격이라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타의 결실을 얻지는 못했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 타율 8푼7리(23타수 2안타)에 그친 6번 타순의 양의지와 함께 대회 2연패 무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박병호는 18일 귀국 현장에서 눈물에 대한 해명까지 해야 했다. 시상식에서 박병호가 손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눈물을 흘린 게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박병호는 "울진 않았고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17일 오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6회초 1사 박병호가 삼진을 당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박병호는 강호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5경기 타율 3할1푼6리 2홈런 5타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6경기 타율 3할7푼5리 4홈런 7타점을 올렸다. 다만 약체들과 경기가 적지 않았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박병호는 8경기 타율 2할7리에 머물렀다. 미국과 결승전에서 장쾌한 쐐기 3점포로 도쿄돔 왼쪽 담장 상단으로 날리며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장타력을 보이지 못했다.

    KBO 리그에서도 박병호는 가을야구에서는 썩 좋지 못했다. 특히 팀의 포스트시즌 마지막 시리즈에서 부진, 패배를 맛봐야 했다. 2014년 삼성과 한국시리즈(KS)에서 6경기 타율 1할4푼3리 1홈런 1타점에 그쳤고, 올해 두산과 KS 4경기에서도 타율 2할4푼 무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가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점은 기록에서 보듯 스스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홈런 타자가 주는 위압감에 투수들이 집중 견제를 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대 분석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홈런 타자는 한 방이면 된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그랬듯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도 고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면 비난은 찬사가 된다. 약속의 8회가 말하듯 경기에서도 앞선 3번의 타석에서 침묵해도 마지막 기회에서 날리면 부진은 사라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야구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이 천금의 결승포를 터트린 이승엽을 안아주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박병호도 승부처 빅 홈런을 날리며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박병호는 1차전 끝내기포, 2차전 추격의 발판이 된 2점포, 4차전 홈런과 쐐기타 등으로 펄펄 날았다. 2013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와 지난해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 9회 터진 극적인 동점 홈런까지 표본이 쌓이고 있다.

    이승엽처럼 박병호는 천재 타입은 아니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2005년 프로 입단 뒤 꽃을 피운 것은 7년이 지나서였다. 2군과 이적이라는 아픔 속에서 꾸준히 자신을 단련해 홈런왕이 됐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 부진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전 손목이 좋지 않았던 박병호는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면서 "잘했으면 아무 이야기가 없었을 것이지만 내가 못했기 때문에 아쉽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1할대 타율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다 일본과 4강전에서 결승 2점 홈런으로 팀을 결승으로 이끈 뒤 "너무 미안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내년 올림픽에서 만회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야구를 더 잘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울지 않았다고 부인한 박병호, 눈물은 내년에 흘리면 된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