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당사자들과 학부모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되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회피하고 미래로 가는 교육 혁신을 얘기할 수 없다"며 "공정한 교육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교육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부터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가치가 충돌하며 이상화 현실 사이의 괴리도 있다"고 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점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마다 소질과 적성이 다른 점을 반영하는 다양한 전형으로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면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 위주의 수시 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 제도의 취지는 성적으로만 평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는 것이지만, 정작 부모의 배경과 능력, 출신 고등학교 등 외부 요인이 입시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민적 불신이 커져간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관계 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과정마저 투명하지 않아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정도"라며 "제도에 숨어있는 불공정 요소가 특권이 되물림되는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획기적 개선을 입시 공정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 대학의 평가에 대한 신뢰가 먼저 쌓인 후에야 추진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신뢰를 얻을 때까지는 사실상 수시 축소·정시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핵심적인 문제는 입시의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있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며 "대학들도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김태년 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전형자료인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학이 전형을 투명하기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과를 잘 분석해 11월 중에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 등 고교 서열화 문제에 대해서는 "수시전형 불공정의 배경이 되고 또 다른 교육특권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과도한 교육 경쟁, 조기 선행교육과 높은 교육비 부담에 따른 교육불평등, 입시위주 교육으로 인한 일반 고교와의 격차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등학교가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습능력에 따른 수월성교육이나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우수 교원 확충과 미래형 학교 구축등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증가를 막고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높이는 것을 역점과제로 삼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등학생 입장에서 이들의 현장실습이나 취업 지원은 한참 부족하다며 "우수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거나 선취업 후학습의 기회와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교육의 공정성은 채용의 공정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앞으로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까지도 범부처적으로 함께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