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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성9차 용의자, 검찰도 허위자백 받아 재판 넘기려 했다"



사건/사고

    [단독]"화성9차 용의자, 검찰도 허위자백 받아 재판 넘기려 했다"

    당시 용의자 지목된 윤군 "내가 진범 아니다"라고 강변했지만…
    경찰 강압수사 논란 속 사건 넘겨받은 검찰, 마찬가지로 허위자백 받아
    당시 윤군 변호사 "검사에게 '경찰 고문' 유념해서 조사해 달라 했는데…"
    억울한 옥살이 할 뻔…"일본서 유전자 감정 결과 오고서야 혐의 벗어"
    검찰도 책임론 일지만…"따로 살펴볼 게 뭐가 있느냐"

    (사진=연합뉴스)

     

    1990년 9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경찰 뿐 아니라 검찰도 엉뚱한 인물로부터 허위자백을 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재판에 넘기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화성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 논란 속 검찰의 조사 과정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차 살인사건은 1990년 11월15일 오후 6시30분쯤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13살 김모양이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해당사건 발생 며칠 전 다른 사건 용의자로 윤모(당시 10대)군을 연행해 조사한 끝에 9차 사건 범행에 대한 자백도 받아냈다고 밝혔다. 윤군을 20대 여성 B씨 강제 추행 사건의 용의자로 연행한 뒤 9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윤군이 현장검증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9차 사건은 물론, B씨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이긴 자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당시에 일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수원지검은 같은 해 11월28일 윤군으로부터 '내가 진범'이라는 취지의 허위자백을 받아 기소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 12월29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9번째 피해자 김모양 사건의 범행용의자 윤모군(19)을 경찰로부터 송치 받아 조사 중인 수원지검은 28일 윤군이 김양 강간살인 및 시체유기사실 등을 모두 자백했다고 밝혔다"고 보도돼 있다.

    경찰에 이어 검찰도 윤군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사실상 언론에 드러내놓고 홍보한 셈이다.

    당시 윤군 변호를 맡았던 정해원 변호사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상세히 밝혔다.

    정 변호사는 "경찰과 다투는 것보다 어차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범행사실을 부인하면, 기존의 경찰 조서는 증거능력을 상실하기에 윤군에게 '검사실에 가서는 안심하고 네가 살해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얘기하라'고 조언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가 이뤄지기 직전 제가 미리 담당 검사인 A 검사 방에 들어가서 '윤군이 살해한 게 아니라, 경찰의 강압과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을 한 것이니 그 점을 유념해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나왔다"며 "검사실 밖에서 기다렸는데, 뜻밖에도 조사를 마친 A검사가 '윤군이 자백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마친 윤군에게 '왜 그런 자백을 했느냐'고 되묻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검사가 조사 과정에서 부드럽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결국 당시 수원지검도 윤군의 허위자백을 근거로 기소를 검토했지만, 변호인이 일본에서 유전자 감정을 받자고 요구했고, 감정 결과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까스로 혐의를 벗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A 검사는 당시 '(자백을 했으니) 윤군을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결국 (제가) 일본에 감식기술이 있으니 사건 증거물 의뢰를 하자고 했고, 검사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두달 정도 걸린 것 같다"며 "결국 일본에서 진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윤군은 살인죄는 벗었지만, 강제추행은 끝내 유죄로 인정됐다"며 피해자가 범인의 얼굴조차 제대로 목격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정된 죄라는 점 등을 들어 아쉬움을 표했다. 윤군은 20대 후반에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윤군의 억울한 사례와 관련해 "검찰 차원에서 당시의 일을 따로 조사할 게 뭐 있느냐. 그 사람이 (살인사건)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풀고 한 것"이라며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군가를 징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느냐.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진범이 바뀌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8차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재조사 결과가) 정립이 된 게 아닌데, 우리가 나서서 조치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과거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그런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건 당시 수사지휘를 하고 종결했던 사람들(검사)은 왜 비난을 안 받나. 지금 수사체계는 검찰이 모든 걸 움켜쥐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식"이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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