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촉구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른바 조국 사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검찰개혁이 촛불에 의해 다시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했다.
일찌감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을 마무리 짓고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풀어가야 할 여당이지만 오히려 장외에서 일어난 촛불의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수사 내용을 흘린 검찰에 대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시위대는 '기레기', '검새'와 같은 단어를 써가며 모욕함은 물론, 조 장관의 수사내용을 검찰발로 보도했던 일부 언론사의 기자들을 둘러싸고 'OOO는 물러가라' 등을 외쳐 현장 보도를 포기시키기도 했다.
검찰을 압박해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시위였지만 제목은 '검찰개혁'이었고, 참석자는 직전인 7차 때보다 크게 늘어나 10만명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전까지 집회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행사 규모가 커지자 직접 시위장을 찾아 인증샷을 자신의 SNS에 올리거나, 시위를 옹호하는 발언의 빈도를 늘렸다.
단상에 오른 한 중진의원은 과거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을 왜 비판했는지 모르겠다는 참회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아울러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 장관에 대한 무혐의성보다도 검찰이 검찰개혁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됐다며 어떻게든 검찰개혁을 완수시키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론에서 여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후 시작된 검증 단계에서 조 장관과 관련한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고 원내에서 검찰개혁안 합의에 주력했다면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장외에서 커질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조 장관을 고집하다보니 블랙홀처럼 사안이 커졌고, 결국 한 달여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은 "처음에는 임명권자가 지명한 조 장관이 확실하게 입증된 위법 사실 없이 범죄자처럼 취급받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에 보호에 나섰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검찰 개혁만 이룰 수 있다면 조 장관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굳이 조 장관 사태를 키울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여당이 피의사실유포라고 지적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 행태도 문제는 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공개한 조 장관과 압수수색 팀장 간 통화는 수사를 담당한 검찰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 장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도덕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진영을 모두 '검찰개혁 반대' 진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데 대해서는 무리한 일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집회로 검찰이 위축된 상황을 활용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기존의 검찰개혁안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30일 박주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혁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당내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이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자칫 집권여당이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기대어 따라간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자초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예상을 뛰어넘은 200만명이 집회에 나왔다고 해서 놀랍기도 했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며 "국민들이 5대 5로 나뉘었다는 얘기인데 추후 후유증 없이 어떻게 봉합할지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의지가 상당하다는 점은 지난 주말 집회로 확인이 됐다.
다음 집회에 더 많은 인파가 참여하게 된다면 국회가 검찰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기는 더욱 용이해질 전망이다.
지지층의 열렬한 장외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검찰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