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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뉴스] "경찰의 'B형남자' 집착이 화성살인 키웠다"



사건/사고

    [훅! 뉴스] "경찰의 'B형남자' 집착이 화성살인 키웠다"

    • 2019-09-20 08:59

    경찰, 화성용의자 "혈액형은 B형" 추정해 와
    처제 살인으로 수감 중인 이춘재 혈액형은 'O형'
    과거 수사 당시 "혈액형 다르면 용의선상에도 안 올려"
    경찰 "B형에 중점 두고 수사했다"‥수사미진 가능성 인정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용회 선임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은 CBS 심층취재팀 구용회 선임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화성연쇄살인사건 혈액형 미스터리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다고요.

    ◆ 구용회> 네. 화성에서 첫 범행이 일어난 게 1986년 9월 15일이었습니다. 이후 화성에서 유사한 살인사건이 잇따랐는데, 10건 중 모방 범죄로 가려진 것을 빼더라도 8차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죠.

    ◇ 김현정> 경찰이 그 연쇄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을 33년 만에 지목한 건데, 이름까지 공개가 됐죠?

    ◆ 구용회> 경찰이 공식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57살 이춘재라고 합니다. 1994년에 청주 처제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하고 있습니다. 이춘재의 DNA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면서 경찰은 연쇄살인 용의자로 이씨를 특정한 것이죠.

    ◇ 김현정> 여기까지는 알고 계신 내용인데, 어제 오후 CBS 심층취재팀이 단독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춘재의 혈액형과 과거 경찰이 증거물에서 채취했던 용의자의 혈액형이 다르다면서요?

    ◆ 구용회> 각각 O형과 B형으로 다릅니다. 경찰은 DNA 일치여부가 더 정확하다며 "혈액형은 과거수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찰 스스로 과거수사가 엉터리였다는 고백일 수 있는데요, 혈액형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이춘재의 혈액형 미스터리'라는 주제를 갖고 들어가 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번에 경찰이 지목한 이춘재의 혈액형과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채취됐던 혈액형이 어떻게 다릅니까?

    (사진=연합뉴스)

     

    ◆ 구용회> 네, 말씀드린 대로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혈액형은 지금까지 B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김현정> 이춘재의 혈액형은 어디서 확인된 건가요?

    ◆ 구용회> 저희가 판결문을 확인했습니다. 1994년 1월 13일 이춘재가 처제 이모씨를 살해하고 재판을 받았는데요. 그해 9월 16일에 선고된 대전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혈액형은 O형으로 확정돼 있습니다.

    ◇ 김현정> 판결문에 혈액형이 왜 들어갔던 거예요?

    ◆ 구용회> 진범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단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본인이 당시 부인을 했기 때문이죠.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 처제의 질에서 채취한 정액반응에서 피해자의 혈액형이 A형인 관계로 이춘재의 혈액형이 A형이거나 O형이 나와야 하는데 조사결과 O형인 사실이 확인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화성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33년간 정설 아닙니까?

    ◆ 구용회> 일관되게 우리가 B형으로 알고 있어왔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 개봉 10주년 기념식이 2013년에 있었는데, 이 사건을 추적했던 봉준호 영화감독의 그 당시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 봉준호 감독 / 2013년 <살인의추억> 개봉 10주년 기념 GV]
    "저도 지난 10년 동안 범인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고 혈액형은 B형입니다. 그리고 86년 1차 사건으로 봤을 때 범행가능 연령을 생각하면 1971년 이전 생들 중에..."


    이게 봉준호 감독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당시 경찰의 확고한 수사 기준이었습니다. 9차사건 공소시효가 끝났던 2005년 11월 14일 당일의 한 뉴스멘트를 들어보시죠.

    [녹취 : 9차사건 공소시효 완성 당시 뉴스 멘트]
    "그동안 경찰은 연인원 205만명을 동원해 용의자 2만여명을 조사했습니다. 또 4만여명의 지문을 대조했지만 범인이 170cm의 키에 마른 체형으로 B형 혈액형을 가졌을 것이라는 것만 추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경찰은 B형이라고 보고 수사를 했던 거예요. 지금 경찰은 뭐라 합니까?

    ◆ 구용회> 저희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과거 수사기록에서 혈액형이 B형으로 적시가 돼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나원오 형사과장의 말입니다.

    [녹취 : 나원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아마 우리도 B형에 대해서 많이 수사한 기록은 있더라구요. B형으로. 근데 단서가 하도 없으니까 B형 혈액형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은데..."


    ◇ 김현정> 용의자 혈액형이 B형이라고 얘기했다고 인정하는 거죠. 지금까지 용의자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경찰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까?

    ◆ 구용회> 그렇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는 혈액형이 B형이라는 판단 하에 수사를 한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전제가 완전히 틀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원오 형사과장의 말을 더 들어보시죠.

    [녹취 : 나원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
    "근데 그것을 판단할 때 혈액형이라는 것은 피해자 거랑 섞일 수가 있어서 피해자 것인지 구별이 안 가고. 또 혈액형이라는 것은 좀 그렇잖아요. 다른 사람 거하고 섞였는지 안 섞였는지. DNA는 아무튼 십 몇 제곱분의 일. 99.9999% 동일이라는 것이고.. 혈액형은 많은 오류 가능성이 있고..."


    ◆ 구용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혈액형은 단서로서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죠. DNA 앞에서 혈액형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건 맞아요. DNA99.9999% 쌍둥이도 다른 게 DNA니까. DNA가 같으면 이춘재의 것이 맞다, 이겁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 혈액형이 잘못 채취된 건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 구용회> 경찰 관계자는 그 부분은 앞으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봐야겠다고 밝혔습니다.

    ◇ 김현정> 이게 간단치가 않은 게,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CCTV가 있는 것도 아니고 DNA 채취가 가능했던 것도 아니고. 따라서 증거물에서 나온 범인의 혈액형이 굉장히 중요한 근거였는데 만약 이제 와서 그때 용의자 혈액형 특정이 잘못됐었다고 하면요. 그 당시 수사선상에서 B형이 아닌 사람들은 제외됐었다는 거잖아요?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특정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구용회> 그렇습니다. 사실 경찰은 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6년 이전에 'B형의 혈액형'을 기준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혈액형으로 절대판단을 하다시피 한 거죠. 2003년에 대전교도소에 살인죄로 한 죄수가 수감 중이었습니다. 근데 이 죄수는 "내가 사람을 여럿 죽였는데 화성에서도 아줌마를 죽였다"고 자주 얘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내가 화성에서 살인을 했다?

    ◆ 구용회> 그렇습니다. 당시 이 죄수의 혈액형을 국과수에서 조사를 했는데 O형이 나왔습니다. 결국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본부는 "진범의 혈액형은 O형이 아니고 B형이기 때문에 이 사람을 용의선상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에 진범이 아니라고 그냥 판단을 내려버린 거죠. 지금 드러난 건 이춘재도 처제살인사건 당시에도 화성경찰서가 연락은 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혈액형 때문에 이 부분이 정확히 수사가 안 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 김현정> 혈액형이 잘못 됐을 수도 있지, 이 정도가 아니라 그 당시 수사가 상당히 부실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죠. 지금 수사팀은 뭐라고 하나요?

    ◆ 구용회> 과거 수사팀의 수사미진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나원오 형사과장입니다.

    [녹취 : 나원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수사하다가 B형이 아니면, 다른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니까. 일부 수사 미진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B형이 아니네 하고 털어버린 그런 것도 있겠죠."


    ◇김현정>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주목되네요.

    ◆ 구용회> 처제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저지른 것이 맞다면, 두 사건 중 적어도 한 건에서 혈액형 분석과 같은 기본적 수사에 오류가 있었음이 드러날 것입니다.

    ◇ 김현정> 과거 수사에 오류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서 진실 명명백백히 드러나도록 해야겠습니다. 구용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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