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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따뜻한 건축'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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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따뜻한 건축' 메시지

    [노컷 인터뷰]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김종신 PD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김종신 PD, 정다운 감독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바람의 건축가'라는 이명으로 잘 알려진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은 건축에 대해 사람,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철학을 갖고 온기를 전하는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다.

    그는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조센징'이라며 오랜기간 수모를 겪었지만 끝까지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성을 추구했다. 한국에서 역시 '일본인'이라는 차별은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차별받는 '경계인'의 삶을 산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살았다. 경계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자신이 가진 건축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이러한 디아스포라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을 조명한다. 더 나아가 '집은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그의 가치관을 오롯이 전달한다.

    최근 중구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은 "이타미 준이 건축을 해서 상을 받고, 멋진 인생을 살았다는 등을 표현하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라며 "그가 공간에 대해 다른 생각, 다른 관점을 줄 수 있는 그런 건축가기 때문에 그 부분에 포인트를 잡고 접근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축이라는 것이 예민한 지점이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치보다 물질로 더 크게 다가 온다"면서 "건축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타미 준이 남긴 건축물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아파트나 상가 등 그런 건축물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혹자는 이타미 준의 건축이 부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김종신 PD는 "지역성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건축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등 반(反)하는 행위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럴때 지역성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해지는 것 같다"라면서 "도심에는 아파트가 있지만 지역으로 가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성 건축물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이타미 준이 남긴 건축물은 한마디로 '조화'롭다. 공간이라는 개념 속에서 어떤 것과 조화를 할지에 대한 주체 역시 명확하다.

    일례로 제주도에 위치한 수·풍·석 미술관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로 자연과 조화롭게 감응한다. 또 사람의 거주지로 지어진 이타미 준의 건축물은 거주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전한다.

    정 감독은 "건축의 공간성은 내 삶을 만드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나 가족들이 어떤 삶, 꿈을 만들고 있나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건축과 사람과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이렇듯 조화를 강조한 이타미 준의 건축과 그의 일대기를 조망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보면서도 영화 속 메시지의 방향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향해있다.

    "영화의 주제는 미래에요. 이타미 준 선생님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것이죠. 건축도 사라질 수 있어요. 선생님의 건축도 언젠가는 사라지죠. 하지만 이러한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고 좋은 공간으로 남았던 건축과 공간에 대한 선생님의 정신과 가치가 좀 더 전달이 되길 바랐어요"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스틸 이미지

     

    영화 속 엔딩 장면 역시 이러한 정 감독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건축물 등이 유한성이 있어서 물질적으로 사라진다 하더라도, 정신적 유산은 사라지지 않고 영향을 미치며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단순 건축물이 아닌 그 공간에 담긴 건축가의 정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살아간다.

    정 감독은 또 "건축이라는 것을 공간이라고만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시간과 함께 공간에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성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건축이라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건축 속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삶이 함께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이러한 시간이라는 것에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간을 다르게 보는 것은 시간에 대해 나의 시간을 다르게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다양성 영화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수익이 목표인 일반 상업 영화와는 달리 열악한 여건 속에서 만들어졌다. 부부인 정 감독과 김 PD의 끈질긴 취재와 집념으로 탄생했지만, 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돈이 없어 8년이나 걸렸다"고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던 정 감독은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상상하는 것들이 작품에 채워졌다고 되레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 결과 건축과 사람의 조화를 전하는 메시지는 8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 동안 '이타미 준'을 중심으로 모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완성도가 한껏 높아졌다. 이타미 준은 지난 2011년 작고했지만 그의 오롯한 가치관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정 감독과 김 PD 역시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도움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영화 제작을 흔쾌히 도와줬던 이타미 준의 딸인 ITM 건축사무소 유이화 소장, 이타미 준의 최초 연구자인 고토 사라 고베 대학원 연구자, 이타미 준과 의형제처럼 교류하며 생전 필름을 제공해준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재봉씨, 이타미 준의 최초의 클라이언트인 좌옥화씨, 이타미 준과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눈 건축가 반 시게루, 생업이 있음에도 일본 촬영을 끝까지 도와준 김의훈씨, 그리고 촬영을 함께한 스탭들과 조언을 건넨 많은 건축계 종사자 등은 영화에 물심양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 김종신 PD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 작품에 대한 물음을 건넸다.

    "건축물은 했으니 이번엔 좀 더 확장시켜서 도시 한번 해봐야죠"(웃음)

    정 감독과 김 PD는 차기작으로 '파주출판도시'를 다루는 작품 작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주거기능이 제한적인 도시, 출판계와 건축계의 새로운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 볼 예정이라고 한다.

    건축을 넘어 도시로 까지 확장된 감독·PD 부부의 새로운 도전이 이번엔 어떠한 새로운 메시지로 관객들에 전달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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