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현장
홍콩에서 오는 31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경찰이 이번 집회에 대해 불허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 당국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교체하는가 하면 홍콩 행정부가 사실상 계엄령에 가까운 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오후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기로 한 집회와 시위를 홍콩 경찰이 모두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9일 일제히 보도했다. 경찰 측에서는 이날 집회가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이 모인 송환법 반대집회를 시작으로 일주일 뒤 홍콩 사상 최대 규모인 200만 명의 참가자가 모인 시위를 성사시켰으며 지난 18일에는 170만 명이 참여한 집회를 주도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0만명이 모인 지난 18일 시위도 경찰은 도심 행진은 불허했지만, 빅토리아 공원 집회는 허용한 바 있다.
31일 시위를 기점으로 홍콩 시민사회는 강력한 투쟁의 연속을 예고하고 있다. 홍콩의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대표는 홍콩 정부가 시위대가 요구하는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일과 3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들 단체들은 총파업을 벌이는 2일과 3일 오후 침사추이 솔즈브리가든 공원과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 등에서 각각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도 총파업에 호응해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고 중고등 학생들도 수업 거부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홍콩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와 총파업을 예고하고 이를 불허한 경찰과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이 29일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해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인민해방군이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주둔군 교체와 함께 마카오 주둔군 역시 20번째 교체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중국 군 당국은 이번 교체가 매년 이뤄지는 절차로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이뤄졌다며 최근 홍콩 정국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새벽 시간에 인민해방군의 이동 모습을 목격한 홍콩 네티즌들이 관련 글을 SNS에 올리면서 중국군이 홍콩에 진입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편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현 시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계엄령에 가까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홍콩 내부가 들끓고 있다. 홍콩 행정장관의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버나드 찬(陳智思) 의장은 전날 한 포럼에서 긴급법 적용을 거론했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행정장관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홍콩인터넷기업협회는 긴급법 시행으로 인터넷까지도 통제당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날 긴급 성명을 내고 "인터넷의 개방성에 제한을 가한다면 이는 홍콩의 개방된 인터넷 시대의 종말을 뜻하며, 어떤 글로벌 기업도 홍콩에서 비즈니스나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중파 정당, 자유당을 이끄는 펠릭스 청마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한 법률을 도입한다면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투자는 철회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은 긴급법 검토 소식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긴급법' 검토 움직임은 "올바른 한걸음"이라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