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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친구가 만졌어요"…'아동 간 성추행' 해법은 없나



사건/사고

    "유치원 친구가 만졌어요"…'아동 간 성추행' 해법은 없나

    아동 간 성추행 상담 접수 건수 매년 '증가'
    전문가들, 성교육 강조하지만…진전 없어

    (사진=자료사진)

     

    A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7살 딸이 "소변을 볼 때마다 아프다"고 해 몸을 확인하다가 울긋불긋한 상처를 발견했다.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손으로 중요 부위를 만졌다며 울먹였다.

    A씨는 곧장 유치원 측에 사실을 알렸지만, 유치원은 이를 남자 아이의 가정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결국 3주 후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한 달 넘게 남자 아이의 부모, 유치원과 입씨름을 하던 A씨 부부는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유치원을 옮겼다.

    B씨도 6살 딸이 비슷한 일을 겪어 유치원에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건 "어른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소극적 반응이었다고 한다. B씨가 인터넷 '맘 카페'에 답답한 심정을 올리자 이에 공감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이처럼 미취학 아동 사이에서 일어난 성추행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사실상 '관리·대응'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가 어린 미취학 아동은 형사처벌 자체가 불가능해 '사전·사후 성교육'이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 아동 간 성추행 피해 상담 늘고 있지만…해법은 물음표

    21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성피해 상담 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에 접수된 10세 미만 아동의 성추행 피해 상담 건수는 ▲ 2016년 317명 ▲ 2017년 480명 ▲ 2018년 519명으로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간혹 경찰에 신고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해결책을 찾긴 어렵다. 10세 미만의 아동은 형사처벌 등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아동이 있더라도 나이가 어려서 성 범죄라고 인식하고 한 행위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아동 간 성추행 문제는) 경찰 수사의 힘을 빌려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피해 아동의 부모가 가해 아동의 부모, 또는 유치원·어린이집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쩔 수 없다'며 문제 해결을 포기한다는 게 상담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사전·사후 성교육' 규정·지침 있지만…관리·감독 '사각지대'

    결국 현재로서는 현행법 등으로 정한 '성 교육'을 통해 문제를 예방, 해결할 수밖에 없는 셈인데 관련 규정이 느슨하고, 관리 감독도 허술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아동 간 성추행 문제가 발생하면 유치원·어린이집에서 교육청에 보고하고, 아동에게 성 교육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예방 차원의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유치원, 어린이집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6개월에 1회 이상 아이들에게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육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치원 교사 B씨(26)는 "교육청은 유치원의 연간계획안에 성교육이 포함돼 있는지만 본다"며 "소방대피훈련과 같은 안전교육을 강조하지, 성교육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전문가 "아이들 '신체 관심' 자연스럽지만…성교육 경시해서는 안 돼"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배포하는 아동 성교육 자료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당 자료에는 '친구의 몸을 마음대로 만지면 안 되는 이유' 등을 교육하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기는 하다. 다만 삼육대 유아교육과 최지영 교수는 "미국처럼 '상대방 기분이 어떨까' 공감하는 교육 내용을 반영해야 '가해 예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신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성교육을 경시하는 관련 기관들의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명대 유아교육과 이수원 교수는 "학대 문제와 관련해선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지만, 성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교사들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대표도 "교육자들이 성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성인지감수성이 높아지고, 아이들의 성 문제에 대응도 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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