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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살아있는 김복동"…1400차 눈물의 수요집회



사건/사고

    "우리 모두 살아있는 김복동"…1400차 눈물의 수요집회

    길원옥 할머니 "끝까지 싸워서 이기자"
    주최측 추산 2만 명 참여…해외에서도 집회 열려

    (사진=연합뉴스 제공)

     

    1400번째 수요집회가 열린 14일,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서울 한복판에 울려퍼졌다. 1992년 1월 8일에 시작돼 27년 7개월을 맞이한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은 연대의 뜻을 모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근처에서 1400차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위안부 기림의 날과도 겹친 이날 수요집회는 일반 시민들과 각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로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위안부의 날인 8월 14일을 위안부 기림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1991년 8월 14일 故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를 고백한 이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주최측 추산 2만 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시민들은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했다.

    정의연은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도 뜨거운 뙤약볕 아래 자리를 지켰다. 길 할머니는 "더운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사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의연 윤미향 대표는 "올해 1월 28일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 8월 14일 목소리를 냈던 김학순 할머니, 인권 운동가로 목소리를 낸 강덕경 할머니 등 할머니들의 외침이 있었다"며 "일본 정부의 범죄 인정, 법적 배상 등 7가지 요구를 이곳에서 외쳐왔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최광기 홍보대사는 "열네 살, 열다섯 살이었던 소년, 소녀들의 가슴에 새겨진 고통은 세포 구석구석에 남아있다"며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김복동 할머니일 것"이라고 외쳤다.

    각계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서 연대 발언을 하거나 위안부 관련 영상이 상영될 때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소년들도 자유발언을 하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율동 공연을 한 인명여고 최령화(18) 학생은 "잊지 않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저희의 활동이 한 날갯짓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요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북 익산에서 3시간 넘게 걸려 왔다는 이노영(22)씨는 "월요일에 김복동 영화를 봤다"며 "할머니들이 힘든 마음에도 유쾌한 모습을 갖고 있어 더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고은(20)씨는 "중3때 수요집회에 처음 참여했을 때는 마흔여섯 분이 살아계셨는데 이제는 스무 분 정도만 살아계신다"며 "사람들이 요즘 많은 관심을 갖는 만큼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뜻을 밝혔다.

    이날 세계 곳곳에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의연은 12개국 57개 지역에서 연대 집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윤대표는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배상하라는 외침이 온 세계를 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제동원 피해단체인 '조선 일본군 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조대위)도 정의연에 연대서명을 보내왔다.

    조대위는 서명에서 "일본은 패망 74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성노예범죄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 모독하고 있다"며 "특대형 국가범죄에 대한 대가를 천백배로 받아내기 위한 투쟁에 온 겨레가 힘차게 떨쳐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윤경희 대외협력부장은 "(위안부 문제를) 방관했던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미래와 화합을 내세우며 피해자들을 억압하기만 했다"며 "이제 남은 건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에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올해 3.1운동 100년, 임시정부 100년이 되는 해에 일본이 식민지 지배 과오를 청산하고 동북아 평화를 향한 협력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정부에 65년 체제 청산 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으로부터 진정어린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 있을 때까지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소녀상을 지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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