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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진실, 죽어서도 양육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멍에''



연예 일반

    故최진실, 죽어서도 양육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멍에''

    • 2008-11-11 16:04

    [칼럼]조성민 주장 ''친권''에는 ''권리''뿐만 아니라 ''양육의무''도 있다

    최진실

     

    ''최진실'', ''최양'', ''C양'' 그리고 ''환희엄마''…

    그렇게 가을 하늘로 날아간 그녀를 우린 그렇게 불렀다.

    연예인이었던, 더욱 세상 사람들의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 뉴스메이커였던 최진실은 ''최양'' 혹은 ''C양''으로 불렸다. 항상 그녀의 눈과 귀를 옥죈 인터넷으로 ''C양''을 검색해보시라. 십중 팔구 ''C양''이 바로 최진실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두고 "오빠! 근데 그 C양은 누구야?"라고 묻던 아둔함도 최진실의 매력이었다. 나중에 그 ''C양''이 자신인줄 알고선 ''오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것도 최진실의 매력이었다.

    그런 최진실을 언제부터인가 지인들은 ''최양'' 혹은 ''C양''이 아닌 ''환희 엄마''로 불렀다. 스타로서, 뉴스메이커로서 여전히 ''C양''으로 통했지만 최진실은 언제부터인가 ''환희엄마''로 불렸다. 연예인 ''최진실''이 아닌 모성애 가득한 자연인 ''엄마 최진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터울이 적은 두 아이의 작은 다툼에 솔로몬의 판결보다 더 현명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언제나 아빠없는 빈지리를 메우기 위해 한순간도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던 엄마 최진실이었다. 더러는 그 급한 성격에 자석식 장난감 로보트를 망가뜨렸다고 첫째 아이를 야단쳐놓고선, ''엄마, 이건 자석식으로 붙였다, 떼는 거야. 내가 망가뜨린 게 아니야"라는 울먹임을 듣고 밤새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빌던 ''엄마 최진실''이었다.

    또 온전하고, 멋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첫째 아이보다 훨씬 어렸을 때 촬영한 전 남편의 앨범 10여 권을 아직도 챙기고 있고, 그 사진마다 아이들만을 위한 사진설명을 일일이 적어놓았던던 그녀였다. 그녀가 기다린 건 한 여자의 남편이 아닌 아이들의 아빠였다. 죽음을 결심할 때까지 최진실은 아이들에게 온전한 아빠의 모습을 기다렸다.

    세상사람들이 그녀를 원망스럽게 하고, 아직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연예인 최진실의 죽음도, 최양의 죽음도, C양의 죽음도 아니다. 바로 ''환희 엄마''의 죽음이다.

    첫째 아이는 집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이모가 슬퍼하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에서 홀로 운다. 왜 여기서 슬퍼하냐고 물으면 ''내가 슬퍼하면 할머니가 더 슬퍼하잖아요"라고 말한다. 어느새 대견해진 그녀석은 양평 양지바른 곳에 있는 엄마의 납골묘를 쓰다듬으며 "엄마, 등이 이제 넓어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가워?"라며 쓰디쓰게 웃었다.

    둘째 아이는 밤이면 밤마다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해줘!''라며 운다.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최진실의 등을 대신했던 이모 할머니는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그렇게 목숨을 내려놓은 최진실에게 아직도 짊어져야할 ''엄마''의 의무가 남겨져 있다.

    최진실과 슬픔과 기쁨을 나눴던 사람들은 "그래, 그 힘들었던 짐 모두 이 세상에 내려놓고 훨훨 이제 떠나"라며 아쉬움을 달랬건 만 아직도 최진실은 아이들에 대한 ''양육의무''만큼은 내려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어서도,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그 알량한 유산으로 아이들의 양육해야 한다. 죽어서도 말이다.

    법적인 친권에 대해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그 유산을 아이들에게 ''유산''을 남겨주고 싶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온전한 그 유산을 지켜주고 싶다면, 수제비 한 그릇으로 시작된 그 최진실의 금전적인 유산을 양육비로 써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당에 그 짐은 최진실의 몫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멋진 미사여구들이다. 변호사들이 쓸 법한 말들이다. "유산에는 관심이 없고 온전하게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관리하겠다", "할머니나 삼촌이 아이들을 더 잘 돌보기 때문에 양육권마저 가져올 생각은 없다", "최진실이 남긴 유산에서 투명하게 제 3자를 통해 양육비를 집행토록 하겠다"고 한다. 멋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결국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겠으며, 양육비도 죽은 엄마의 유산으로 하겠다. 다만 친권자로서 유산은 관리하겠다"는 말과 똑같다. 한마디로 친권자의 권리는 지키돼, 친권자의 의무일 수도 있는 양육비는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그게 미사여구 속에 가려진 핵심이다. 그러나 법은 미사여구 편이다.

    그래서 최진실은 죽어서도 아이들의 양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법이다.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들을 알았다면 최진실은 죽으면서도 소리쳤을 게다. "내가 죽긴 왜 죽어?"라고 말이다.

    그래서 ''환희 엄마''는 죽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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