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숙명여대를 방문,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내가 '꼰대'처럼 생겼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아들 자랑' 논란을 빚은 숙명여대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강연에 참석한 30여명의 학생들은 아마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허허' 웃었거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거나, 혹은 마지못해 "아니요~"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황 대표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듯 보인다. 숙대 강연 역시 그 일환이었을 것이다. 의도도 훌륭했고 노력은 가상했지만, 황 대표는 그만 '꼰대' 이미지를 굳히는 쪽으로 역효과만 거두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수직적인 문화에서 점차 수평적인 문화로 변모하면서, '꼰대어'가 주목받고 있다. '꼰대'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가 만들어 낸 부정적인 아이콘이다. 최근에는 '이기적이고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오지랖만 넓은' 기성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최근 인크루트가 회원 853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꼰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들이 듣기 싫어하는 일명 '꼰대어'로 "어딜 감히", "내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 "왕년에 나는 말이지" 등이 꼽혔다고 한다.
'1순위 꼰대'는 '답정너 스타일'로, 권위적이고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상명하복식(하라면 해)', '내가 해 봐서 아는데(전지전능)' 스타일도 전형적인 꼰대로 꼽혔다.
대기업에 취업한 자신의 아들의 성공사례를 언급하며, '기업이 스펙만 보는 것은 아니니 노력하라'라고 주문하는 그의 말은 이같은 '꼰대어'와 겹쳐보인다.
요즘 취업 시장에서는 남들과 비슷한 스펙 쌓기도 고되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해 토익학원비를 벌고 대학생활의 낭만을 뒤로 한 채 도서관에 살다시피 해도 서류조차 통과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황 대표가 언급한 '특성화된 능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체가 없고 불안한 말일 뿐이다. 취업시장의 약자로서 정보조차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매순간이 불안하다.
그런 와중에도 황 대표는 강연에서 "내가 지금 청년들과 더 자주 만남을 가져보려 한다"면서 "(꼰대가 아닌데) 한국당은 다 꼰대라고 하더라"라면서 약간의 억울함(?)마저 호소했다. 그야말로 공감능력의 부족이다.
앞서 황 대표는 '흙수저'의 성공신화를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부천대학교 대학일자리 센터를 방문해서는 "나도 흙수저 중의 흙수저였다. 가난해서 도시락도 못 싸갔고, 형님들은 등록금이 없어 명문고에 합격했는데도 야간을 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무총리를 했고, 지금은 자유한국당의 대표"라며 "젊은이들이 '삼포세대', '오포세대'다 이야기하는데 포기하면 안된다. 해보겠다는 열정을 갖고 도전하면 길이 뚫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취임 100일 기념 토크콘서트에서는 자신의 어린시절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환경보다 더 큰 힘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흙수저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 포기하면 지는 것'이란 메시지인 셈인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스타일의 "나 때는 말이야~"로 들리는건 일부만의 꼬인 생각일까.
나쁜 의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황 대표의 '흙수저'와 요즘 청년들의 '흙수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황 대표가 어려운 학업을 이어갔던 시기는 지금과 비교하면 대물림될 부나 학력이 거의 없었던 시기였다. 수많은 '개천의 용'이 나오기도 했던 때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개천에는 용이 날 수가 없다. 아버지의 부와 학력으로 자식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황 대표는 '나도 그랬다'며 공감을 가장하고 있지만, 결국 그 말이 가리키는 사회적, 세대적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니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꼰대' 이미지를 벗고 싶다면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일방향 소통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어떤 소통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