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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기형 어린이들 기다리는데…돈 '쥐고만' 있는 서울대병원



사건/사고

    안면기형 어린이들 기다리는데…돈 '쥐고만' 있는 서울대병원

    비영리단체 '캠프' 후원금 관리하다가 "내역 공개 안 돼, 올해 캠프는 '글쎄'"

    지난 2015년 동그라미캠프에 참가한 환아들과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동그라미캠프 제공)

     


    난치병인 '차지증후군'을 타고난 아들을 둔 서모(50) 씨는 요즘 부쩍 같은 내용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올해는 '동그라미캠프'가 안 열리냐"는 아들의 물음이다.

    선천성 희귀질환인 차지증후군으로 안면기형에 시각장애 1급, 청각장애 1급 등 몸의 반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서씨의 아들에게 '동그라미캠프'는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였다.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동그라미캠프는 서 씨의 아들과 같이 안면기형을 앓는 환아들과 가족들이 교류하고 평소 엄두도 못 내는 물놀이 등 야외 활동까지 함께 하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성격에 남들 앞에 나서길 주저했던 서 씨의 아들은 캠프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힘을 얻었다고 한다.

    서 씨는 "매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일정이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소식이 없더라"며 "우리 아이 말고도 다녀온 모든 환아가 관련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구순구개열을 가진 아들을 둔 엄마 김모(48) 씨 역시 언제쯤 캠프 관련 소식이 올까 전화만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1년에 한 번이라도 자기 모습과 비슷한 아이들과 만나면서 아들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안면기형인 아이들을 키우는 지혜를 서로 주고받는 자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동그라미'는 1989년 환아들을 돌봐온 의사 등이 꾸린 비영리단체이다. 지난 2001년부터 야유회 형식으로 모임을 만들고 이를 캠프 형식으로 확대하면서 직접 개인‧단체 후원자를 찾아다니며 자금 지원을 받아낸 것도 동그라미였다.

    그런데도 서울대어린이병원 측은 "'동그라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3자"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급기야 이들 학부모 100인은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고 탄원서까지 작성했지만, '행사 주최'를 자처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측은 회계 내역 공개도 없이 감감무소식이다.

    동그라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주는 등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서울대어린이병원 측에 계좌 관리를 부탁했고 이에 동조한 병원이 어린이병원후원회에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중순 병원 측은 별안간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캠프의 주최자나 기부자가 아니"라며 동그라미 측에 알려오던 후원금 사용 내역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더욱이 지난 2016년에는 개별 후원자에게 '동그라미캠프'로 지정된 후원금 사용처를 '소아성형외과'로 바꿔달라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당 후원자는 "당시 '동그라미캠프'를 지정해 기부하기로 했는데, 병원 측으로부터 '좀 더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게 후원금 지정 용도를 넓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에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지정 용도를 바꾸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행사 주최는 동그라미인데, 서울대어린이병원 후원회가 이에 대한 후원금을 접수해 지원하는 형식 자체가 후원회 운영 규정에 맞지 않아 주최를 병원의 '소아성형외과' 등으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후원회가 지정기부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주체가 서울대병원이고, 서울대병원 고유 목적 사업에 부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그라미 캠프를 위해 여러 개인과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는 등의 일엔 의사 등 동그라미 관계자들이 나서서 도맡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이 쥐고 있는 기부금 액수도 수억대로 추정된다. 2015년 당시 마지막으로 확인된 잔액은 3억여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그라미 사무장은 "치료가 끝나고도 좌절과 소외로 괴로워하는 환아들을 보고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모금에 발 벗고 나섰고 지금도 그렇다"며 "하지만 후원이 정확히 얼마나 들어오고 나갔는지, 캠프 자금이 충분한지, 열릴지 안 열릴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통 장소 지정과 개별 연락 등 3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오던 캠프는 6월이 다가오도록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동그라미캠프 지원과 같은 지정 후원금은 서울대병원의 해당 계좌에 남아 관리되고 있으며 지정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에는 사용되지 않는다"면서도 "올해 캠프 일정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CBS노컷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동그라미 측에 자금 내역과 관련된 일부 자료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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