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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해임 중도하차?"…국립오페라단 감독 잔혹사



문화 일반

    "이번엔 해임 중도하차?"…국립오페라단 감독 잔혹사

    • 2019-05-14 18:20

    3년 임기 못 채우고 번번이 중도 하차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사진=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윤호근 현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게 해임 통보를 한 것이 14일 알려지면서 오페라계 안팎에선 "고질병이 되살아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국립오페라단을 이끈 수장 네 명 중 3년 임기를 다 채운 감독은 제8대 이소영 예술감독(2008.7∼2011.7) 한 명에 불과하다. 이 감독도 재직 당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를 결정해 논란을 빚었고, 허위경력 기재 의혹까지 일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나머지 감독들은 여러 이유로 경질되거나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제9대 김의준 감독(2011.8∼2014.3)은 15년간 LG아트센터 대표로 재직하면서 초대권 폐지와 연간 프로그램 예고제 시행으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인물이지만, 예술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 공격에 시달렸다. 그는 퇴임 당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연사업과 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이 예술감독이라는 창의적인 일을 맡으니 '내 옷이 아니구나'라고 이따금 느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9개월 공백 끝에 임명된 제10대 한예진 감독(2015.1∼2015.2)은 더 단명했다. 내정 단계부터 성악계에선 전문성과 경륜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며 임명 철회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한 감독은 "여러 논란 속에 도전적인 의욕보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며 불과 53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오페라비대위, 국립오페라단장 임명 철회 촉구 집회(사진=연합뉴스)

     

    제11대 김학민 감독(2015.7∼2017.7)도 임기를 못 채우기는 마찬가지였다. 작품에 비전문가인 자기 부인을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로 참여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고, 결국 2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국립오페라단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오페라계 특유의 배타적인 분위기가 자리한다는 지적이 높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한 작품에 수백명의 성악가, 오케스트라, 무대미술가, 행정 인력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오페라단 수장이 예술적 성취에 치중하면 행정에 공백이 생기고,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면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 말 그대로 '딜레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런던 로열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이 행정가인 단장과 예술가인 감독을 구분해 선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국립오페라단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전용극장이라는 '하드웨어'가 없다. 전속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소프트웨어'도 부재한다. 유럽과 달리 오페라를 상시로 즐기는 인구가 1만명 남짓이니 정부가 선뜻 국고로 보조하기도 어렵다. 결국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혼자서 행정과 예술을 동시에 책임질 수밖에 없다. 숱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다 보면 안팎에 적을 만들기 십상이다.

    이처럼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자 문체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당장 윤호근 현 감독은 해임 방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문체부가 국립예술단체 단체장을 임명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해 '밀실 인사' 논란이 반복된다.

    오페라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준비되지 않은 인사를 공개했다가 신뢰도에 상처를 입고, 그러다 보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명 음악인은 적어도 3년 전에 스케줄이 결정된다. 국립오페라단처럼 단장이 1∼2년마다 바뀌면 연속성 있게 협연이 가능하겠느냐"며 "세계적 수준의 음악인이면 차라리 해외투어로 경제적 여유를 찾는 게 낫지, 힘들기만 한 국립오페라단 감독 자리는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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