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지면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지금도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고 "추경 10조원이면 GDP의 0.5% 수준인데, 그러면 성장 제고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3년간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일부 의원 언급에 "과거에는 결국 초과세수 영향으로 결과적으로 보면 재정이 확장적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수긍했다.
또 "거시경제 측면에서 보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본다", "경기하강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추경 편성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취지나 용도는 정부가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우리가 정부의 적극적 재정역할을 강조할 때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재정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에 국한하면 현재의 기조는 완화적이고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본다. (현 상황을) 긴축으로 보지 않는다"며 "(기준금리 인하에는)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금은 현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는데, 그 결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서는 "미국 통화정책이 확장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고, '완화정도를 줄이는 속도'를 멈춘 것이다. 흐름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 당분간 관망하겠다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잇따른 관련 질의에 "경제 상황이 많이 나쁘다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는 있다"는 단서를 다는 한편, "중장기 시계로 보면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질의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긍정적 부분, 부정적 부분 다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경제연구가 국내 현안보다 학술적 성과 위주로 이뤄진다는 비판에는 "현안에 가까운 쪽에 역점을 둔 연구를 우선하겠다"고 답했다.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과다하다는 지적에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금융중개 지원 대출이 은행 전체의 대출운용 규모에 비해 작아 (시중대출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며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 인하분이 시중에 적용되도록 계속 독려하고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는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한다. 다만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총재는 2015년 국정감사 때도 같은 의견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