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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나경원, '독설경쟁' 점입가경…우경화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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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독재 발언 고착화…지지층 결집·여론 주목도"
    황교안, 입법 쿠데타·지옥열차·악한세력 등 발언 수위 상승
    나경원, 김정은 수석대변인 이후 '나다르크' 별명도
    중도층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통합'은 어디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선거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독한 발언'이 경쟁하듯 쏟아지고 있다. '좌파', '독재' 등의 발언이 고착화되고, 이런 강도 높은 발언의 배경은 지지층 결집의 목적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발언의 수위를 높이면 논란을 부를지라도 지지율은 올라간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 사이 우경화는 굳어지고 중도층은 여전히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권 비리 국정농단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이를 엄호하고 수수방관하는 것이야말로 좌파독재를 부추기는 행태라 생각한다"(황교안 대표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

    "우파 야권이 단결해 좌파집권세력의 장기독재 야욕을 막아야 한다"(나경원 원내대표 지난 20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선거대책회의)

    최근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좌파독재'가 빈번하게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경제이념을 '좌파'로 규정하며, 국정운영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독재'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색깔론과 과거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합성하며 비판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자극적인 말을 피하던 황 대표의 말은 취임 약 3주만에 180도로 변했다.

    최근 여야4당의 선거제 개편 잠정 합의에 대해선 '입법 쿠데타'라고 칭했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은 '베네수엘라 지옥열차'라고 불렀다. 선거제 개편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정의당을 겨냥한듯 "좌파 홍위병 정당을 국회에 대거 진입시킨다"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만만치 않은 강도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 100일을 맞은 나 원내대표는 요새 부쩍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많다.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논란이 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사실상 시발점이 됐다. 여성 원내대표로 대여투쟁을 이끈다는 의미로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는 '막장정권', '먹튀정권', '욜로정권', '좌파포로 정권',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 등이 꼽힌다. 정권의 경제 정책은 '헌정농단 정책', '위헌', 외교안보 정책은 '운동권 외교'라고 칭하기도 했다. 여야4당의 선거제 개편은 '좌파 장기독재 고속열차'라고 불렀다.

    이뿐만 아니라 나 원내대표는 직접 행동으로 투쟁 이미지를 부각하는 중이다. 지난 20일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이 비판 당하자 의원들을 손짓으로 이끌며 퇴장을 주도했다. 같은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회의 개최 문제를 두고 항의하다 집단 퇴장을 이끌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투쟁력 강화에 대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일부러 억지로 비판을 하는게 아니라, 국정운영이 갈때까지 갔으니 강도 높은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이 '막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지역구에선 "속 시원히 할 말한다"며 응원을 받는다는게 한국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과거 홍준표 전 대표 시절 '위장평화쇼', '빨갱이', '좌파' 등의 공격 발언들이 당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기류다. 당시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 모드와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로 '자제 분위기'가 강했다면, 현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지지율 상승세 등이 한국당에 자신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1일 공개한 3월1주차 주간집계(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6%p 오른 30.4%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2년5개월 만에 30%선을 회복했다. '때린만큼' 지지층은 결집돼 지지율은 오른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독한 발언을 거듭할수록 '중도층'은 멀어질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외연 확장에선 점수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5·18망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정, 사면 주장 등으로 제기된 '우경화' 문제가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진의원은 "상승세를 탔다고 당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4·3재보궐 선거도 중요하지만 멀리 총선, 대선을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좌파 공격에 호응하는 친박계가 한발 전진하며, 황 대표 취임 이후 공언했던 '보수통합'과 '무계파'가 무색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인다.

    발언이 너무 과하면 실수가 나오며 역풍을 맞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 발언이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전수조사 작업을 빗대 "반민특위 활동이 국론분열을 가져온 게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독립유공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내 일각에서도 '아차'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황 대표의 경우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 개입과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이 불거져 코너에 몰리자 "음흉한 조작과 검은 모략이 참 가증스럽고 졸렬하다", "악한 세력"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논리가 없이 종교적이고 감정적인 언사만 늘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춤하며 대여 공세 효과가 떨어진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 한국갤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21%로 전주보다 1%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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