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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입학했는데 장학금은 없다?…변색된 장학제도 취지



교육

    수석 입학했는데 장학금은 없다?…변색된 장학제도 취지

    최초 합격 기준, 1등만 장학금 지급

    자료사진.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A군. A군은 입학식이 있기 며칠 전 학교로부터 기쁜 연락을 받았다.

    자신이 학과 수석으로 입학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학과 1등인 A군에게 돌아온 것은 명예뿐이었다. 상식적으로 1등을 했으면 장학금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지만 학교는 '규정에 따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A군처럼 학과 혹은 학부에서 1등을 하고도 장학금을 못 받는 이유는 바로 신입학생 장학금 기준 때문.

    실제 입학한 학생에게 혜택과 동기부여를 주기보단 더 우수한 성적의 학생을 유치하는 데 골몰하는 대학들의 '유치전략'이 그 배경이다.

    ◇대부분 대학 '최초합격자' 기준…장학제도 취지 변색

    장학(奬學)이란 공부나 학문을 장려하는 것을 일컫는다. 즉 장학(금)제도란 학생들이 공부나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들은 장학제도를 다른 의미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신입생 장학제도의 경우 입학생들의 학업을 장려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학교로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한다.

    신입학생들을 상대로 한 장학제도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수석)에게 해당되는 전형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취재 결과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최초합격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지역에서도 경북대, 영남대, 부산대, 동아대 등이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경우 실제 수석으로 입학을 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최초합격자 중 1등이 아니면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예컨대 A군의 사례로 다시 설명하자면 A군은 처음 대구의 한 대학교 B학과에 7등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6명이 모두 해당 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 갔다.

    결국 A군은 실제 1등으로 해당 학과에 입학했지만 '원래 1등은 아니라는' 이유에서 아무런 장학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런 경우 실제로 해당 전형에 배분된 장학금은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더 좋은 성적의 학생을 유치하려다 실패했고 실제로 가장 우수한 학생인 A군에게는 혜택을 빼앗아 서운함을 안겼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들에 물은 결과 "학생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겠지만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제도여서 최초합격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거나 "이미 공지한 사항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상위권 대학은 다른 장학 전형으로 '보완' 가능…중·하위권 입학생은 '소외'

    최초합격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대학들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합격자가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상위권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또 상위권 대학의 경우 입학 등수와 별개로 일정 성적 이상을 넘으면 지급하는 장학 제도를 통해 수석 장학금 제도의 문제가 보완된다.

    예를 들어 수능에서의 국어,영어,수학 성적이 백분위 몇 퍼센트 안에 들면 장학금을 주는 식이어서 수석이 '최초합격자' 기준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해도 다른 명목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른 대학들에도 이런 제도는 있다. 하지만 컷트라인이 분명히 존재하는 한국권 입시에서 중·하위권에 합격한 학생들이 이 전형에 해당돼 장학금을 확률은 많지 않다.

    이를 알면서도 중·하위권 대학들이 '1등 장학금'의 대안으로 다른 성적 우수 장학금을 예로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 대학 관계자는 "수석 장학금 수여자가 없다고 해서 그 돈이 다른 데 쓰이는 게 아니고 다른 교내 장학금으로 활용된다. 또 입학 장학금은 이런 점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재학생 장학 제도는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입학한 뒤에 열심히해서 재학생 장학금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아쉬운 부분 있지만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일부 모범 학교 보고 배워야

    이에 대해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교내장학금'은 교육부에서 관여할 수 없는,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라는 답을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런 식으로 1등 학생이 장학금을 못받아 아쉬운 점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해당 학교에서는 내부에서 그런 요구가 나오면 바꿀 수 있지만 아직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소개한 학교들과 달리 입학 우수 장학금이나 수석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최초합격자가 아닌 최종등록자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합리적인 대학도 있다.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의 경우 최종등록자를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 대학의 일원이 된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한다는 취지에서다.

    한동대 관계자는 "혹시라도 원래 다른 학생이 1등이었다는 이유로 실제 1등 학생이 장학금을 못 받으면 억울하지 않겠냐"며 해당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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