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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과 '배우'를 바라보는 예능의 시선들



미디어

    '중년'과 '배우'를 바라보는 예능의 시선들

    tvN '할리우드에서 아침을'·SBS '불타는 청춘'·MBN '오늘도 배우다'
    '중년'의 외로움 넘어 '보편적' 고민 묻는 시도
    배우 본연의 '역할' 활용한 포맷…미디어·사회에 질문 던지기도

    (사진=tvN '할리우드에서 아침을' 화면캡처)

     

    미디어가 대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시선도 달라진다. 불안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일 정도로 살아남기 바쁜 청년들에게 미디어는 중년을 주로 안정된 기반에 올라서 있는 존재이거나, 누군가의 부모로 표현한다. '배우'는 어떨까. 화려하고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때로는 가십의 표적이 되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예능은 '중년'과 '배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1막 중년 vs 중년 : 중년의 '외로움' 넘어 '고민'을 말하다

    대표적인 중년 예능 프로그램인 SBS '불타는 청춘'은 '싱글 중년 스타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간다'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중년'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불타는 청춘'은 어느새 대중에게서 잊힌 채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스타들을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냈다. 중년의 스타를 모르는 시청자에게는 신기한 광경이고, 그들을 아는 시청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청춘 시절 잘 나가던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예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중년'들을 앞세우면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불타는 청춘'이 낸 성과는 분명하다.

    (사진=SBS '불타는 청춘'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지금의 청춘이 과거의 청춘인 현재의 중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의 추억과 외로움뿐일까.

    "배우 인생이 힘들다. 어느 순간 직업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늘 생각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 건가…."

    영화 '메이즈 러너'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이기홍은 위와 같은 고민을 중년 배우 앞에서 고백한다. 오늘이 불안정하고 내일이 두렵고 꿈조차 사치인 청춘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이 길 위에 서 있는 게 맞는가 하고 말이다.

    tvN '할리우드에서 아침을'에는 연기 경력 모두 129년을 자랑하는 박정수, 김보연, 박준금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 3인방이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47년차 배우 박정수와 45년차 배우 김보연, 37년차 배우 박준금은 중년 여배우에게도 살아남는 것은 여전히 힘들며 때로는 배우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최고'라는 위치에 서 있음에도 여전히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는 알 수 없다. '중견 배우'도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와 같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9년이라는 기반이 '제로'(0)가 되는 할리우드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다. 후배인 이기홍에게는 뒤도, 옆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 조언하던 3명의 중년 배우들은 도전을 하면서도 조언과 달리 계속 뒤돌아본다. 그들의 도전이 조금 더 무게를 갖는 것은 현재의 청춘들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조그만 역할을 하게 되면 '나라고 못 할 것 없지' 그런 마음을 갖는 후배도 있겠지."(김보연)

    ◇ 제2막 배우 vs 배우 : '배우' 그 자체에 집중하다

    (사진=MBN '오늘도 배우다' 화면캡처)

     

    중년을 추억의 코드가 아닌 현재에도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세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로서 가진 고민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예능에서는 '배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달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N '오늘도 배우다'는 요즘 문화를 모르는 다섯 명의 배우 군단이 젊은 세대의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문화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다. 직업이 '배우'인 5명의 사람이 요즘 문화를 '배운다'라는 뜻을 담은 이 프로그램에서 기성세대인 배우가 젊은 세대 트렌드인 '인싸 문화'와 관련한 놀이, 음식, 지역 등을 찾아 체험하고 배운다. 그들은 처음 접하는 문화 앞에서 당황하고 실수를 연발한다.

    이처럼 '오늘도 배우다'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한계, 즉 '세대 차이'를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를 활용해 보여준다. 배우는 '익숙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치인 동시에 웃음 코드인 셈이다.

    이와 달리 '할리우드에서 아침을'은 배우를 배우답게 활용하면서 동시에 배우 본연의 고민이자 '여성'이 가진 보편적 고민을 담아낸다. 시대가 바뀌고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역할을 마음껏 할 기회는 점점 줄고, 여배우에게 '엄마' 역할은 정해진 순서와 같다. 박정수는 드라마 약 85편 중 72회, 김보연은 드라마 약 50편 중 31회, 박준금은 드라마 약 40편 중 30회씩 엄마 역할을 맡았다. 다른 게 있다면 나쁜 엄마거나, 착한 엄마거나, 부자 엄마거나, 가난한 엄마라는 정도다. 엄마 역할을 그만하고 싶지만, 엄마 역할을 하지 않는 중년 여배우는 갈 곳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할리우드는 꿈이자 중년 여배우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 줄 '희망'과도 같다. "내 나이쯤 되면 한국말도 잊어버려요"라는 박정수의 말처럼 우리나라 말 대사를 외우는 것조차 힘겨운 나이에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은 영어 대사를 외우며 도전하는 것은 '중년배우'나 '여배우'가 아닌 그저 '배우'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 제3막 : 예능은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사진=tvN '할리우드에서 아침을' 화면캡처)

     

    예능은 분명 재밌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재미가 단순히 웃고 떠드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만큼 다양한 인물이 출연해 웃음과 더불어 때로는 감동을 주는 게 예능이다. 드라마에서 '엄마'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여배우가 '예능'을 통해 그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는 것은 주목할 지점이다.

    '할리우드에서 아침을'은 '여배우'라는 수식어 뒤에 감춰진 중년여성이자 배우가 가진 진지한 고민을 잔잔한 감동으로 풀어낸 '쇼양(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의 합성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웃음 코드라고 해봤자 129년 경력자들이 초보처럼 서툴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오는 반전이 전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기'라는 배우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는 도전이었기에 배우도 다른 포맷보다는 부담이 덜 했을 것"이라며 "여배우들도 사실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는 데 대한 열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아침을'은 본연에 충실할 때 나오는 예능의 재미를 보여줬다. '중년', '배우', 그리고 '여성'이라는 각 키워드에 최적화된 '중년 여배우의 할리우드 도전기'라는 포맷을 통해 각 키워드를 어떻게 활용할 때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요소가 갖는 '본질'을 어떻게 예능에 이용할 수 있을지 보여줬다. 동시에 '중년 여배우'로 대표되는 중년여성에 대한 사회보편적 인식과 고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능은 캐릭터가 중요하니 캐릭터만 확실하면 잘 될 것"이라며 "예능도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등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능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사실 오래된 숙제와 같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능의 진정성은 프로그램 내용이 사실에 근거한다는 믿음, 동시대를 사는 대중과의 공감에서 비롯된다."(책 '예능은 힘이 세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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