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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이 직접 풀이한 '사바하' 세계관



영화

    장재현 감독이 직접 풀이한 '사바하' 세계관

    [노컷 인터뷰] "영향 받은 작품은 '스포트라이트'와 '설국열차'"
    "종교적 화두 내게 흥미로워…나는 원래 밝은 사람"
    "감독판 개봉? 지금이 감독판…더 길어지면 지루해"
    "사이비나 이단 소재 건드리고 싶은 마음 없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 제작이 목표…큰 영화는 별로"

    영화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영화 '검은 사제들'은 국내 오컬트 콘텐츠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사제로 변신한 강동원과 김윤석 그리고 구마의식을 내세웠던 이 영화는 5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이제 오컬트물은 브라운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르가 됐다. 이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이 바로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이다.

    이번에도 장재현 감독은 종교에 대한 화두를 영화에 가져왔다. 신과 믿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사바하'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안에 녹여냈다. 상당히 철학적인 소재를 '장재현 월드'를 통해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사바하'는 현재 200만 관객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향해 가고 있다. '검은 사제들'만큼의 흥행은 아니지만 장재현 감독 나름대로의 도전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기독교를 믿는 장재현 감독은 불교의 학문에 접근해 '사바하' 세계관을 구축했다. 여기에 조밀하게 짜여진 인물들 간의 이야기가 서스펜스를 더한다.

    '사바하'처럼 장재현 감독 역시 자신의 세계관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는 철칙과 상업영화에서 그 철칙이 지켜지기 어렵다면 언제든 다시 작은 영화로 가겠다는 각오가 그렇다. '사바하'를 빚어낸 '장재현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본인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장재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 '사바하'는 크게 세 줄기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 전혀 다른 영화이지만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내게 타격감을 줬다. 주인공이 없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원래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는 정나한과 금화, 박목사의 챕터가 따로 있었다. 그걸 섞는 작업을 많이 했다. 뒤에서 막 수습하는 것보다는 끝으로 달려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결국 완성은 두 줄기로 나왔다. 박목사를 한 쪽, 정나한과 금화를 한 쪽으로 묶었다.

    ▶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슴동산교는 실제로 거의 '장재현 월드'다. 경전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도 직접 집필했나.

    - 아마 이걸 집필할 당시에 봉준호 감독님의 '설국열차' DVD 스페셜판을 선물 받아서 봤던 것 같다. 보니까 기차를 하나 만드셨다고 해서 혼자 반성을 좀 했다. 그럼 나도 경전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티브는 성경 속 요한계시록에서 가져왔다. 그 내용이 상당히 은유적이다. 중요한 장면들에 그 경전을 은유와 방향성 위주로 많이 넣었다. 나는 개연성에 집착하는 감독 중 한 명이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장면을 넣었다. 필요한 부분만 넣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 '검은 사제들'부터 연달아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영화를 찍게 됐다. 특별히 본인의 관심과 화두가 그런 분야에 있는지 궁금하다.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많은데.

    - 일단 내게 종교적 텍스트는 상당히 흥미롭다. 내게 신과 인간에 대한 화두가 있는 것 같고, 영화가 이래서 그렇지 나도 생각보다는 밝은 사람이다. 나와 반대 지점에 있는 어두운 세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분위기라고 한다면 요즘에는 다 밀도 높은 영화를 위해 쇼트 길이를 짧게 하는데 나 같은 경우 분위기 자체를 살리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 배우 이정재와 유지태를 상당히 적재적소에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재는 박목사가 가끔씩 보여주는 코믹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졌고 유지태는 그야말로 묵직한 '깜짝 출연'이었다.

    - 이정재 선배는 알다시피 최근에 무거운 역할을 많이 해왔다. 오랜만에 그런 재미있었던 DNA를 살리고 싶었다. 박목사 캐릭터는 내가 좀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함께 리딩을 하면서 내가 대사를 치기도 하고 그랬다. 선배가 (내 말을) 인용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색으로 잘 녹이신 것 같다. 유지태 선배는 등장 자체가 반전이었지만 굳이 힘을 주지는 않았다. 이 배우가 가진 아우라와 입체감 자체가 설득력이라고 봤고 그게 필요했다. 배우의 힘과 기량이라는 게 있더라.

    ▶ 처음 구상한 이야기 자체가 풍성했던 만큼 이걸 쳐내는 작업이 힘들었을 것 같다. 혹시 아쉬운 관객들에게 연장된 분량이 담긴 감독판을 보여줄 계획도 있나.

    - 그런데 그런 걸 또 다 살리면 사족이다. 어쨌든 편집을 할 때는 배우와 어떤 관계이든 내가 무슨 장면이 좋든 냉정하게 해야 한다. 작가처럼 쓰고 미친듯이 찍고 냉정하게 편집한다는 게 내 신조다. '사바하'에서는 최대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각 인물들이 처한 독특한 환경을 보여드리고는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감독판이다. 긴 거는 감독판이 아니고 '지루한'판일 것 같다.

    ▶ 물론 신에 대한 의문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용이 뱀이 된다'는 존재의 본질적 변화가 사실 더 핵심이었던 것 같다. 이런 철학적 이야기를 어떻게 녹이려고 했나.

    - 불교에서 가장 큰 악은 욕망과 집착이다. 그런데 성경에도 보면 그 집착으로 인해 헤롯왕이 변한다. 용이 뱀이 되는 순간이다. 이런 큰 세계관이나 철학적 이야기를 하는 게 사실 영화에 좋지는 않다. 영화는 보여줘야 하니까. 그렇지만 철학적 대사들이 없으면 더 어렵게 느껴질 것 같아 최대한 중심을 잡고 지루한 부분에서는 장면을 멋있게 찍으려고 노력했다.

    영화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 본인은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영화는 불교적 색채가 강한데 실제로 자료 수집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지점이 있나.

    - 기독교와는 상당히 다른 지점에 있지만 비슷한 게 더 많다. 어차피 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 아니겠나. 이 영화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불교 대학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는데 불교는 약간 '매트릭스' 같은 종교다. 날 보고 첫 마디가 컵을 가리키면서 이게 무엇으로 보이느냐고 묻더라. 당연히 컵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종이 속 분자와 공기를 파고들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린 가짜를 보고 있다는 거다. 학문적으로 재미있고 시나리오도 교수님 검사를 받았다.

    ▶ 이단 종교라는 소재로 인해 상영 전에 신천지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이런 논란을 예상했었나.

    - 보시다시피 불교색이 짙은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박목사가 세속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대사에서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어서 들어냈다. 영화와는 관계 없는 부분이라 오해를 풀었다. 사이비나 이단 같은 건 건드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 판단할 깜냥도 안된다고 본다.

    ▶ '검은 사제들' 프리퀄 격인 작은 예산의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이제 '사바하'까지 왔다. 100억 규모의 영화를 제작해 본 건 처음인데 차기작은 어떤 방향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 아직 계획은 없다. 그런데 큰 영화는 찍고 싶지 않다. 규모가 큰 영화를 하면 할수록 내가 보고 싶은 영화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부담도 있고 그렇다. 물론 나도 제작비 몇백억하는 영화 해보고 싶다. 하지만 막상 내가 보는 영화들은 작은 영화다. 결국 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니까 현재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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