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금리가 낮아질수록 시중은행이 고위험·고수익 대출을 늘리는 등 대출자산의 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 김의진 부연구위원과 정호성 연구위원이 'BOK 경제연구'에 게재한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경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1.6%포인트 하락할 때 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평균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위험가중치란 각 은행이 정기 공시한 업무보고서상의 BIS 자기자본비율에서 도출됐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치×위험산정대상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위험가중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와 감독당국이 정한 규정대로 산정된다.
연구팀은 200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의 각 은행 자료를 취합해, 단기금리(91일물 CD금리), 은행의 수익성(순이자마진), 자본구조(기본자본비율) 등 변화에 따른 위험가중치의 추이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단기금리가 은행의 위험수준에 유의한 영향을 미쳐, 금리 1.6%포인트 하락시 은행의 위험가중치가 평균적으로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위험가중치 변화의 약 15%로 상당한 영향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순이자마진이 높은 은행일수록 금리가 위험가중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자본구조는 단기금리와 위험수준 간 관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다.
연구팀은 금리 이외의 변수가 은행의 위험수준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해,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이 1.2%포인트 상승할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치가 평균적으로 1.9%포인트 하락한다는 추정을 내놨다. 자본·자산구조는 일반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내부등급법 채택시에는 영향을 끼쳤다.
은행별 순이자마진 차이가 제한요소이기는 하나,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들이 새 수익원을 찾아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얘기가 된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등락이 시중은행의 위험선호 경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연구팀은 "금리 수준, 은행의 수익성 등이 은행의 위험선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통화정책의 위험선호경로가 작동하고 있어, 통화정책이 신용의 양뿐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