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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해가스전엔 '바람' 있다…풍력발전 전초기지로 부활



울산

    [르포]동해가스전엔 '바람' 있다…풍력발전 전초기지로 부활

    2조원 상당 가스·원유 생산하며 산유국 대열
    매장 자원 고갈되자 2021년 생산 중단키로
    인근 해역 바람 강해 해상풍력발전 기반시설 재활용 검토

    동해가스전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부산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40여분 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동해가스전. 울산 앞바다 58㎞ 지점, 망망대해에 떠 있는 철재 구조물에 발을 내딛자 가장 먼저 들이닥친 것은 1월 한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었다. 생각보다 강한 바람에 흠칫 놀라자 한국석유공사 관계자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날씨가 상당히 온순한 편입니다. 바람이 이렇게 잦아든 날은 한달에 4~5일 밖에 안 될거에요."

    워낙 강풍이 몰아닥치는 탓에 베테랑 헬기 조종사들도 이곳에 올 때마다 애를 먹는다. 이착륙 때 기체가 워낙 흔들리다보니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동해가스전에서 매서운 바람은 일상화된 불편거리였다. 그런데 이 '바람'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원유생산기지 동해가스전을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가스전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동해가스전은 천연가스, 원유 고갈로 지금은 명성을 많이 잃었지만 사실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올려놓은 역사적 원유 생산시설이다. 지난 1998년 동해 대륙붕에 가스층이 발견됐고, 6년 뒤인 2004년부터 천연가스와 초경질원유 생산이 시작됐다. 이후 동해-2 가스전을 발견, 2016년부터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이렇게 15년여 동안 동해가스전이 뽑아올린 천연가스와 원유를 돈으로 환산하면 2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산유국의 지위에 올렸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동해가스전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매장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오는 2021년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산유국으로서의 지위도 잃게 된다.

    한국석유공사 김성해 해상운영팀장은 "현재는 소량의 가스와 원유만 생산되고 있지만 한때 채취량이 많고, 국제 원유가가 높을 때는 좋은 경제성을 보였다"며 "동해가스전 시추 기술을 토대로 베트남 등 해외 유전 개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해가스전에 설치된 풍황계측기 라이다. 해상풍력발전에 필요한 풍향, 풍속 등의 자료를 1년 동안 수집한다. (사진=이상록 기자)

     

    최근 수년 사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동해가스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싶었다. 그런데 동해가스전이 1~2년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동해가스전 일대에 부는 바람을 풍력발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울산시다. 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각종 부유식해상풍력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동해가스전 주변에 200㎿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동해가스전이 포함된 해역인 동해정 일원에 1GW급 초대형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것이 울산시의 목표다.

    울산시가 이 같은 대형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도 동해가스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생산이 끝나 철거해야 하는 동해가스전 플랫폼과 가스 배관을 해상변전소와 케이블 보호관 등으로 재활용하면 울산시는 훨씬 수월하게 부유식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또, 수천억원에 달하는 가스전 철거 비용과 신규시설 설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동해가스전의 생산이 끝나면 이 기지를 활용해 인근에 대단위 풍력발전단지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며 "부유식해상풍력사업은 머지않아 울산의 미래먹거리로 세계적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해가스전 운영사인 한국석유공사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1월 동해가스전에 풍황계측기인 라이다를 설치해 풍향과 풍속 등 풍력발전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업무협약에 따라 울산시에도 제공된다. 석유공사는 1년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경제성이 입증되면 풍력발전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풍속이 6m/s를 넘으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지난 한달 간 계측한 평균 풍속은 7m/s였다"며 "1년 평균 풍속을 확인해야겠지만 이정도의 풍질이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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