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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최선희 라인' 가동…韓 중재역 가능성 확인



통일/북한

    '비건-최선희 라인' 가동…韓 중재역 가능성 확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남북미 회의를 마치고 현지의 북한 대사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박3일 간의 북미 양자 및 남북미 3자 접촉이 순조롭게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의 반응 등으로 미뤄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만남은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의 후속협상 성격이 짙어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둘러싼 구체적 성과 여부가 1차적 관심사였다.

    북미 양측이 이미 각자 입장을 파악하고 있고 협상 시간도 충분했던 만큼 뭔가 결실을 맺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이었다.

    양측은 워싱턴 고위급회담을 기점으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는 있지만, 비핵화-상응조치의 등가교환 수준을 놓고 여전히 간극이 큰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전면 폐기 대신 동결·불능화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시사하며 입장이 유연해졌다. 그러나 이를 검증·사찰하는 문제를 놓고는 과거 전례를 볼 때 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로서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수준을 넘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포함한 제재 완화·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이 복잡하게 얽힌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 같은 난제를 이번이 첫 대면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풀어내기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전권을 행사하고 있고 워싱턴 고위급회담에도 배석한 비건 대표와 달리 최선희 부상은 대미협상 라인에서 비껴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 부상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으로 떠나는 시점에 스웨덴으로 이동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통일전선부가 2차 북미 고위급회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외무성은 뒤이어 세부 내용을 채우려 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사실 이번 스웨덴 국제회의는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확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우연하게 시점이 맞아 떨어지면서 협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게 됐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구체적 성과 도출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북미 간 실무접촉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2월 말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계속 접근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며 "어쨌든 첫 상견례를 통해 비건-최선희 라인이 가동됐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북측이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하겠다던 기존 '통미봉남' 기조를 깼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이는 지난해 4월 판문점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평화 프로세스에 북한이 적극 반응하기 시작한 좋은 징표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뚫어내고 한반도 문제의 중재·촉진자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서훈 국정원장을 비롯한 정보 라인이 미국 중앙정보국(CIA)-북한 통전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우리 외교 당국은 미국 국무부(비건)-북한 외무성(최선희) 라인을 연결하는 양 바퀴가 구동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회동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협상 결과 자체보다는 향후 이 같은 만남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비건-최선희 라인이 가동된 것은 북한의 대미협상이 기존 통전부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인 외무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올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도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몇차례 더 필요하기 때문에 통전부의 역할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큰 그림 속에서 담판 짓는 통전부에서, 밀당하면서 타결 짓는 외무성으로 협상이 넘어왔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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