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 교육청과 사학재단, 학교이전 둘러싼 수상한 뒷거래



교육

    [단독] 교육청과 사학재단, 학교이전 둘러싼 수상한 뒷거래

    울산시교육청-창강학원, 울산고 이전 관련 이면합의…특혜의혹 불거져
    교육청은 사립중학교를 공립으로 확보, 학교법인은 부지마련에 고교이전
    "내진설계 안되고 비용 감당 안돼, 북구 이전"…사실과 틀린부분 드러나

    울산 중구 복산동에 위치한 학교법인 창강학원의 울산중·고등학교 전경.(사진=반웅규 기자)

     

    울산 중구에 위치한 울산고등학교 이전을 놓고 울산시교육청과 사학재단 간의 이면합의 정황이 확인되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애초 바로 옆 옛 울산중학교 자리로 옮길 예정이었던 울산고가 울산중 건물의 안정성과 리모델링 비용을 문제삼아 북구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옛 울산중 자리로 옮기지 못한 이유들이 사실과 맞지 않아 두 기관의 '수상한 뒷거래'에 대한 의심이 나오고 있다.

    중구 복산동 옛 울산중은 학교법인 창강학원과 시교육청이 협의를 거쳐 지난해 3월 중구 우정혁신도시로 이전해 공립학교로 새로 개교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울산중과 같이 사립학교를 폐지하고 공립학교로 전환하는 사례가 전국 최초라며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특히 울산중의 공립전환으로 우정혁신도시 정주여건이 향상되고 울산고의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창강학원이 운영하는 울산고가 옛 울산중으로 이전해 건물을 재사용하게 되면 노후화 문제가 해소된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지난 1954년 울산 최초의 인문계고인 울산고는 2009년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이후, 그나마 보강공사로 C등급으로 조정됐다.

    철근 부식과 관련이 있는 콘크리트 중성화 상대평가는 E등급이다.

    이처럼 옛 울산중으로 이전을 준비할 줄 알았던 울산고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로 이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다.

    울산중이 우정혁신도시로 이전 개교한 지 3개월이 지난 6월, 울산고는 북구로 옮기기 위한 위치변경계획 승인신청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한 것.

    이어 3개월 뒤 9월, 시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이 났다.

    창강학원은 울산고를 옛 울산중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구로 위치변경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울산중 건물이 지은 지 15년 밖에 되지 않아서 구조상 문제는 없지만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 증축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창강학원 측은 설명했다.

    게다가 건물을 리모델링 할 경우 100억원 정도 드는데 학원은 자체적으로 공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이 비용을 시교육청에 지원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창강학원 김종일 이사장은 "울산중 건물이 노후화된데다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울산고를 이전하더라도 똑같은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강학원 측의 설명은 지난해 9월 울산고의 북구이전 승인 논란이 있을 당시 시교육청이 낸 해명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시교육청은 '울산중 건물의 전체 리모델링에 대한 교육청 (예산)지원은 건물의 신축년도 등을 감안할 때 불가하다. 학교법인에서도 지원이 되지 않아 북구 이전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했다.

    울산시교육청이 지난해 1월 5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울산중학교가 이전하면 해당 건물을 울산고등학교가 사용하게 돼 노후건물에 따른 학생 안전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적혀 있다.(사진=울산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취재를 종합해보면, 울산중 건물은 준공당시 이미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리모델링이나 증축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는 "울산중은 2004년 준공 당시 1만㎡ 이상 건물이어서 내진설계를 해 보강할 필요가 없다. 구조기술사에 따르면 진도 6까지 견딜 수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창강학원이 지원 요청했다는 울산중 리모델링 비용 100억원이나 시교육청이 건물의 신축년도를 감안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는 부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울산고가 옛 울산중으로 이전해 건물을 재사용하게 되면 노후화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한 시교육청의 보도자료는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

    울산고의 옛 울산중 이전이 '예정' 이었다 치더라도 울산중이 공립화하고 이전하고 나서야 문제를 확인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행여 옛 울산중 건물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시교육청이 울산고가 울산중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면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반면 시교육청이 이같은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울산고가 울산중 건물을 재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자료에 넣지 말아야 했었다.

    두 기관이 울산고의 북구 이전이라는 '사전' 또는 '이면' 합의를 해놓고 겉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정절차를 밟아왔다는 합리적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른 바, 시교육청은 사립 울산중 폐지로 공립학교를 얻고, 창강학원은 북구 송정택지개발지구 부지를 확보하는 서로의 잇속을 챙기고 챙겨주게 된 것.

    창강학원은 지난 6월 울산고를 북구로 이전하기 위한 위치변경계획 승인신청서를 냈으며, 3개월 뒤 시교육청은 이를 승인했다.

    창강학원은 송정택지개발지구 부지 매입과 시설공사 등 학교이전 경비를, 옛 울산중과 울산고 부지 등 자체 재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즉, 학교부지를 매각해 확보한 430억원으로 북구 이전 예상비용 348억원을 충당하겠다는 건데, 옛 울산중 리모델링 비용은 100억원 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