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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폐 척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체육계 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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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병폐 척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체육계 미투 운동

    지영한 칼럼

    고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1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체육계에서도 미투가 확산하고 있다. 심석희 선수에 이어 전 유도선수인 신유용씨가 고교 재학 선수시절 팀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15일 CBS와의 인터뷰(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신씨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신 씨는 가해자인 코치로부터 일상적 폭행뿐 아니라 코치의 방 청소는 물론 속옷 빨래까지 담당하는 이른바 '따까리' 역할을 하다가 결국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했다.

    신 씨는 그 당시 상태를 노예인 '종'이라고 표현했고, 임신 여부를 확인하라며 산부인과 진료까지 강요받았다.

    여기에다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면 유도 선수로서의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조재범 전 코치처럼 친분을 활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벌이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이다.

    이번 미투로 드러난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여 진다.

    지도자와 선수 간 엄격한 위계 구조를 갖고 있는 체육계는 학맥와 인맥 등 각종 연줄로 얽혀 있는 곳이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외부에 알리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신 씨는 지난해 3월 해당 코치를 경찰에 고소했는데도 유도계 인사들은 신씨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오히려 신씨에게는 유도계의 이미지만 훼손했다는 어이없는 비난만 돌아왔다고 한다.

    또 빙상계에서는 조 전 코치 성폭행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성폭행 사건이 폭로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체육계에 고착된 '침묵의 카르텔'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폭행 파문이 확산하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15일 공개 사과하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매우 미흡해 보인다.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가 5년간 접수한 폭력과 성폭행 사건 113건 가운데 영구제명 등 중징계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반면에 경고 등 솜방망이 처분이 4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문제는 성폭행 가해 선수나 감독이 사건 초기엔 영구 제명됐다가 얼마 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복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 전 코치 폭행사건의 경우도 대한빙상연맹은 지난해 1월 영구 제명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가 최근에서야 징계를 확정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이 회장 체제의 대한체육회가 이 같은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스포츠계 시민단체들이 이 회장 사퇴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된다.

    심 석희 선수와 신 유용씨는 인생을 걸고 증언에 나섰다. 이번만큼은 인적, 제도적 측면에서 낡고 음습한 체육계의 적폐구조가 청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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