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19년 전 핵잠수함 침몰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영화

    19년 전 핵잠수함 침몰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노컷 리뷰] 세 가지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실화 재난 영화
    구조에 무능한 정부·은폐되는 진실·생존을 위한 사투

    ※ 스포주의

    (사진=영화 '쿠르스크' 스틸컷) 확대이미지

     

    19년 전 러시아 북부 바다에서 일어난 핵잠수함 침몰 사건은 놀랍도록 5년 전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사건과 닮아 있다. 우리에게 여전히 세월호가 지워지지 않는 아픔으로 남은 것처럼 이 거대한 핵잠수함은 러시아 전체를 슬픔 속에 침몰하게 했다. 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 사고로 꼽히는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의 이야기다.

    영화 '쿠르스크'는 조금 가난하지만 행복한 쿠르스크호 승조원들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쿠르스크호에 승선하기 전 가족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후 이들은 장기간 진행될 훈련을 위해 가족들과 이별을 고한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쿠르스크호에 실은 한 어뢰의 비정상적인 폭발로 잠수함이 침몰하고 곧바로 대규모 폭발이 이어져 이번에는 선체에 큰 구멍이 뚫린다. 가장 마지막 격실로 대피한 23명의 승조원들은 국가의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9일 간 이어진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제대로 된 구조 잠수함이 없는 러시아는 번번이 생존자들을 코 앞에 두고 구조 작전을 실패하지만 군사 기밀과 국가 체면을 이유로 서방 세계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거절한다.

    승조원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고 진실은 계속해서 은폐 된다. 국가는 골든 타임이 다해가는 순간까지 국가의 무능한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으려 치중할 뿐 생존자 구조는 뒷전이다.

    (사진=영화 '쿠르스크' 스틸컷) 확대이미지

     

    '쿠르스크'를 이끌어 나가는 시선은 세 가지다. 생존자들의 리더인 미하일 카레코프 대위, 미하일 카레코프 대위의 아내 타냐와 승조원 가족들, 마지막으로 쿠르스크호 생존자들을 구조하려는 영국군 준장 데이빗이다.

    이들 세 인물은 쿠르스크호 침몰을 두고 벌어지는 내부와 외부 상황을 끊임없이 교차하며 보여준다. 끝까지 국가를 믿고 서로 의지하면서 생존해 나가는 승조원들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의 무능한 구조 작전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묵직한 대비로 다가온다. 영화는 격렬한 감정이나 극적인 드라마 대신 담담하게 구조 진행 과정을 그려내면서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한다.

    미하일 대위의 어린 아들이 구조를 지휘한 권력자와의 악수를 조용히 거부할 때, 승조원 가족을 향한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된 기자회견장을 바라볼 때, 애국심으로 뭉친 미하일 대위의 어머니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변화할 때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서 봤던 모든 순간들을 똑같이 목격한다.

    영화는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가 쿠르스크호 승조원들의 마지막 시간을 서술한 '어 타임 투 다이(A Time To Die: The Untold Story Of The Kursk Tragedy)'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러시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각을 담아냈기에 콜린 퍼스를 제외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레아 세이두, 막스 폰 시도우 등 다국적 배우들이 영어 대사로 러시아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오는 16일 개봉.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