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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다녀갔지만…다시 거리 나온 '구두장인들'



사건/사고

    대통령 다녀갔지만…다시 거리 나온 '구두장인들'

    미소페 제화공 "회사가 4대보험 피하려 공장 폐업"
    "대통령은 구두만 맞출 게 아니라 노동자 직접 만나야"

     

    국내 수제화업체 '미소페'의 갑작스러운 공장 폐업 통보로 일자리를 잃은 성수동 구두장인들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지난 3일 문재인대통령이 침체된 수제화 산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한 지 하루 만이다.

    ◇'제화공=근로자'판결 나오자 공장폐업…거리 나앉은 제화공들

    업계에 따르면, 미소페의 하청업체인 미소페1공장은 지난해 12월 말 폐업을 통보하고 중국 이전을 선언했다.

    평균 5500원가량의 공임비를 1500원 인상하고, 향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 4대 보험 가입 여부도 결정한다는 단체협약을 맺은 지 두 달 만이다.

    앞서 구두회사 '소다'와 도급계약을 맺은 제화공들은 회사의 지휘‧감독에 따라 일했으므로 독립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소송을 냈고, 지난달 20일 승소했다.

    '소다' 제화공의 근로자 인정 판결이 나오자 돌연 폐업을 선언한 데 대해 노조는 약속한 4대 보험이 부담스러워 내린 결정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1공장 제화공 김명수씨는 "작년 여름에 공임비를 올려달라고 농성을 했더니 보란 듯이 일감을 줄였던 회사가 이젠 그마저도 못마땅한지 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고 한다"며 "점심 사먹는 돈이 아까워 컵라면을 먹어가며 일했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성기씨도 "먹고 살겠다며 일하는데 단가도 줄이고 일감도 뺏는 상황"이라며 "구두 일을 30년 넘게 해서 솜씨 하나만은 자부하지만 이정도 대우를 받는 게 비참하다"고 말했다.

    1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제화공 25명은 4대보험이 없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해,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탠디 사태'에도 변화는 미미…"대통령은 제화공 직접 만나라"

    지난해 4월 수제화업체 '탠디' 제화공들의 파업농성으로 성수동 수제화거리에 처우개선 바람이 일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지적한다.

    이후 탠디를 비롯해 세라제화, 고세제화 등에서 공임비를 1200~1500원 사이로 인상하고 일부 업체는 4대보험과 퇴직금도 보장했다.

    이같은 흐름에 미소페도 15년여 만에 공임비 인상을 타결했지만, 돌연 폐업을 선언하는 '꼼수'에는 꼼짝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최은철 서울본부장은 "탠디 투쟁으로 동결된 임금을 인상시키고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임비가 올랐다고 공장을 이전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소페 본사는 하청업체인 미소페1공장에 대한 책임을 미루지 말고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수제화거리 방문을 언급하며 제화공들의 작업환경과 처우를 정부가 직접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본부장은 "대통령이 퇴락하는 산업에 대해 고민한다면 구두만 맞춰갈 게 아니라 노동자들을 직접 만났어야 한다"며 "제화공들이 추운 거리에서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이유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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