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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계란 껍데기로 바위치기지만 끝까지 싸울 것"



인물

    박창진 "계란 껍데기로 바위치기지만 끝까지 싸울 것"

    대한항공 직원연대 아직 300명..응원은 많아
    법과 제도 미비하니 甲들 두려움 없고 오만
    성과 위주 사회에서 우리 스스로 노예화 된 듯
    사주들 밀수로 기소, 공정하게 처리될지 의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2월 31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 정관용> 2018년 올해 꼭 기억해야 할 뉴스들 하나씩 짚어보는 코너. 오늘 선정한 이슈는 갑질. 그 중에서도 대한항공 갑질 파문입니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이명희 전 이사장의 폭행, 폭언. 그 후에 직원들이 총수 퇴진 요구하는 가면 시위도 열고 새 노조도 만들고 이런 일들이 올 한 해 있었죠. 사실 대한항공 갑질 하면 첫 시작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입니다. 그 주인공이죠. 대한항공의 박창진 전 사무장을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창진> 반갑습니다.

    ◇ 정관용> 전 사무장이시고 지금은 강등돼서 그냥 승무원이죠.

    ◆ 박창진> 네, 현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비행기 타고 계시고?

    ◆ 박창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국제선, 국내선?

    ◆ 박창진> 다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가릴 것 없이? 같이 비행기 타는 승무원들이 뭐라고 그래요?

    ◆ 박창진> 아직까지 많이 피하고 있죠, 저를.

    ◇ 정관용> 피해요, 여전히?

    ◆ 박창진> 아무래도 회사가 오랫동안 노조 탄압이라든지 내부에 반기를 든 사람들에 대해서 억압을 하는 걸 많이 보여왔기 때문에 관습화된 습관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도 찍히면 어떡하나. 두려움이 아직 크고. 그래서 예전에 저희가 시위할 때도 가면을 쓰고.
    박창진 대한한공 전 사무장(사진=시사자키 제작진)

     


    ◇ 정관용> 그것도 가면도 쓰고 많은 분들이 외치기도 하고 노조도 만들어지고 새로 생긴 대한항공 지원연대 지부노조 위원장님이시죠?

    ◆ 박창진> 지부장으로 있습니다. 공공운수 계열이라.

    ◇ 정관용> 그러니까요. 어쨌든 단위 노조로서는 위원장이신 거고요.

    ◆ 박창진>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 무슨 단체협상이나 이런 거 아직 안 되고 있습니까?

    ◆ 박창진> 이번에 저희가 12월 27일부로 처음으로 노조 명단 오픈하고 회사하고 소위 말하는 상견례를 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간 1000명 정도가 되면 노조를 오픈할 생각이었는데 6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많은 수가 줄어드는 입장이라.

    ◇ 정관용> 줄어들고 있어요?

    ◆ 박창진>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여러 가지 사유들이 있다 보니까. 그리고 실제적으로 가면을 벗는 용기가 없으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힘들기 때문에 과감하게 소수지만 우리라도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하자 이렇게 해서 첫 단추를 지금 꿰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지금 현재는 노조원이 몇 명쯤 되는 겁니까?

    ◆ 박창진> 저희 지금 300명 정도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때 위원장, 부지부장이 저희 프로에 왔을 때 1000명 넘으면 다 공개할 거다 그랬는데. 그게 안 되는군요.

    ◆ 박창진> 힘들더라고요.

    ◇ 정관용> 300명이라도 어쨌든 노조는 대화를 해야 하는 파트너인 것이고 대화를 해서 뭔가 성과를 좀 내면 또 노조원들이 많이 가입하지 않을까요?

    ◆ 박창진> 그건 저희가 노조원들은 오픈을 안 했지만 저희 임원들이 고용노동부를 통해서 그동안에 있었던 연차휴가에 대한 문제라든지 특히 저희가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집단인데 여성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생리휴가의 불합리함. 그 3단계를 거쳐서 허가를 받게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이의를 제기하고 해서 개선이 되는 것도 있었고. 그런 것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열렬하게 응원은 많이 해 주시고 계신데.

    ◇ 정관용> 응원을 하는데 가입은 안 해요?

    ◆ 박창진> 그렇죠. 저한테 맨날 하시는 얘기들이 '사무장님이나 직원연대가 있어서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얘기는 하는데. '제가 아직 용기가 없어서...'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계십니다.

    ◇ 정관용> 대한항공 입사하신 지 지금 몇 년 되신 거죠?

    ◆ 박창진> 96년에 입사했으니까 24년차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24년. 이 회사가 원래부터 그렇습니까? 아니, 사실 깜짝 놀라신 분들이 많아요. 땅콩회항, 참 이상한 딸이 있네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동생은 또 어떻고 남동생은 또 어떻고 엄마는 또 어떻고 어떻게 일가가 다 이래 깜짝 놀란 분들 많아요.

    ◆ 박창진> 제가 일례로 입사할 때 경쟁사에 같이 시험을 봤었는데 그 경쟁사 면접을 보러 갔을 때는 그쪽에 계신 분들이 상당히 사무실 분위기가 유쾌하고, 와서 자유롭게 얘기를 한다든지 입사지원자들이 얘기하는 분위기에 오히려 스낵이나 이런 걸 제공하면서 즐겁게 얘기하시다가 들어오십시오라고 얘기를 했는데. 제가 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는 많은 인원들이 와서 떠들고 있다 보니까 소음이 있었겠죠? 인사과 직원 한 분이 들어오셔서 '조용히 해라. 왜 이렇게 떠드느냐' 이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 정관용> 응시생들을 막 혼내요?
    '땅콩 회항'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법정구속 됐다. 2014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조 전 부사장이 구치소로 이송되기에 앞서 취재진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성호기자)

     


    ◆ 박창진> 그랬던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반추해 보자면 그 경영진의 어떤 그런 철학이 기업문화에 녹아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제가 입사 3개월 차 때부터 워낙 일가나 기타 VIP들을 모시는 업무에 배정을 받았었는데 그때부터 보면 이런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런데 그 경쟁사도 만만치가 않아요. 거기 회장도 또 대단하더라고요. 기 받는다고 여승무원들 새벽에 대기시키고... 참 항공업계가 왜 그런가 좀 그랬어요.

    ◆ 박창진> 이게 그런데 제가 처음에 땅콩회항을 겪을 때는 항공업계 혹은 조현아 씨 일개의 문제라고 생각을 했는데 4년간 저 스스로 어떤 투쟁의 과정 속에서 깨우친 바에 의하면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 아닌가. 그동안 대의명분을 내세워서 전체주의적인 성과라든지 규모의 경제의 성과 이런 것에 대해서 집착을 하다 보니까 개인의 권리, 개인의 어떤 인권의 보호 이런 거는 도외시되고 그런 걸 주장하는 사람이 나쁜 것처럼 사회가 되어 있다 보니까 저희 같은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내려찍기가 내가 감내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그런 문화들이 지금의 이런 문제들을 발현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기업문화로서의 갑질문화. 이게 꼭 항공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하는 게.

    ◆ 박창진> 사회적 문제가 아닌가.

    ◇ 정관용> 양진호 사건에서도 또 드러나고 여기저기서 터지고 직장갑질119라고 하는 단체 만들어져서 활동 열심히 하는 것도 알고 계시죠?

    ◆ 박창진> 잘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갑질 타파라고 저희도 방송을 쭉 하고 그랬는데. 조금씩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은 기업 내에서... 그래도 자꾸 터지더라고요.

    ◆ 박창진> 그래서 저는 이 과정에서 제가 소송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제 권리를 주장해 보니까 인간 대 인간의 어떤 구조와 사회적 구조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자발적으로 뭔가 행동이 된다는 걸 기대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다든지 이번에 좀 우여곡절 끝에 그 법이 통과됐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든지 이런 게 있지만 거기도 보면 맹점이 있는 게 강제적인 그런 형벌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또 빠져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오만해질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이분들은 사회 기득층에 갑 중의 갑으로 있던 분들이 대부분들이고 보호막이 너무 많다 보니까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그럼 그게 제재가 돼야 되는데 제재조차도 여의치 않으니까 그냥 무방비상태에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조금 더 제도적으로 우리가 그런 걸 조금 많이 공론화시키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 그나마 첫걸음을 내디딘 거라고 봐야 되고. 미비한 점은 많지만 이제 어떤 의미에서는 직장 내의 을들이 자꾸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그게 쌓이고 쌓여야 되는 거 아닐까요?

    ◆ 박창진> 그게 참 안타까운 일인데. 저도 이 과정 속에 노조까지 만들었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용기 내기가 힘든 이 사회구조. 그래서 또 제 옆에 있는 사람한테 제가 무턱대고 용기 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환경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어떤 내침을 당하거나 핍박을 받게 되면 거기에 대한 생존의 과정은 개인이 온전히 감당을 해야 되는데. 사회적 기반이 그걸 지지해 주거나 이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난제에 있고 전반적으로 저도 그랬지만 자발적 노예화된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인 것 같아요.

    ◇ 정관용> 자발적 노예화.

    ◆ 박창진> 뭐냐 하면 여태까지 저는 7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 초중고를 다녔던 사람인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 목적이 더 큰 것처럼 되다 보니까 저도 제 권리를 죽이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저도 요새 제 권리를 주장하다 보니까 제일 많이 받는 비판이 '너는 욕심이 없느냐'라는 비판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 생존권에 대한 문제인데 이게 욕심으로 비친다는 거는 그만큼 아직까지 우리 기반의, 기저에 깔려 있는 사회교육 자체가 노동권이라든지 인권에 대해서 아주 부족하게 있는 게 아닌가. 저도 지금 이 일을 통해서 겨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거든요.

    ◇ 정관용> 우리의 뿌리를 건드리는 주제예요,사실은. 그나저나 대한항공은 그 아버지는 약사법 위반, 어머니는 필리핀 여성 불법고용 위반 그리고 어머니하고 두 딸은 관세법 위반, 줄줄이 지금 다 걸려 있잖아요.

    ◆ 박창진> 대부분 지금 불기소 처분해서 약식기소된 상황이고.

    ◇ 정관용> 밀수 혐의는 그래도 제대로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간 거 아닙니까?

    ◆ 박창진> 기소의견 가기는 했지만 저도 그분들이 그런 물건을 통관하는 과에 그걸 목도를 했던 적이 있는데 보통 그게 보면 지상직원을 통해서 물건을 비행기에 싣고 그 비행기의 책임자인 사무장이 관리해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주게끔 하기 때문에 수차례 목격했지만 그 관계를 보자면 이게 여러 기관들이 다 관여돼 있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일이잖아요.

    ◇ 정관용> 심지어 관세청 직원마저도.

    ◆ 박창진> 그런 의심이 들다 보니까 이게 공정하게 될까 저도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게 많이 들고 있죠.

     


    ◇ 정관용>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느껴지십니까 아니면 그래도 뭔가 변화의 희망과 조짐이 있다고 느껴지십니까?

    ◆ 박창진> 제 개인으로 보자면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라 지금 이제 껍데기로 바위치는 정도로 힘겨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이지만 그간에 제가 외쳤던 소리 또 그 이후에 다른 많은 분들이 갑질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게 된 것들. 또 우리 내부에서 소수지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노조가 탄생하는 이런 과정들을 보자면 그래도 해야 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뭐 어떤 성과나 그 범위의 크기에 대해서 집착하고 싶은 마음은 제 개인적으로는 없고. 오히려 이게 하나의 울림이 되고 단초가 되고 또 씨앗같이 어떤 그런 게 차후에 발아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게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계란 껍질로 바위치는 일일지언정 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의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 생각도 안 하고 있다.

    ◆ 박창진> 그렇습니다.

    ◇ 정관용> 대한항공 계속 다니실 거죠?

    ◆ 박창진> 네, 저는 제 권리 찾아서 끝까지 투쟁을 할 생각이고. 그걸 통해서 많은 분들한테 희망 내지는 또 다음에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참 제가 드리기 어려운 얘기지만 계속 대한항공에 버티고 계셔주기를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박창진> 감사합니다.

    ◇ 정관용> 박창진 대한항공 지원연대지부 지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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